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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1217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GWANGJU MUSEUM OF ART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가 7-1번지 Tel. +82.62.613.5382 artmuse.gwangju.go.kr
21세기를 살고 있는, 살아가야 할 우리들은 표지판 없는 교차로에서 목적지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헤매는 모습이다. 모든 첨단 기능을 다 갖춘 전자 장비로 무장하고 있지만, 별자리나 나침반 하나로 망망대해를 항해하던 과거의 인류와 달리 분명한 좌표를 설정하지 못한다. 지식이 분화되어질수록 전문적이 되어 가긴 하지만, 사람들의 사고영역은 줄어들고 통찰의 힘도 줄어들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컴퓨터의 데이터에 의존하여 연계된 지식의 탑을 쌓아올리고 있지만, 여기에는 고도의 지식이 우리들을 서로 격리시키는 '지식의 바벨탑'이 될 지도 모른다는 고민이 잠재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정체성을 찾고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철학적 사유를 통한 현실 해석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금남로분관에서 청년작가로 선정 초대받은 작가 임남진의 『심심深心한 날』展은 그녀만의 독특한 해법으로 우리의 일상을 다양하게 포착해 보여준다. 항상 작품의 출발을 자신의 성찰로부터 시작하는 작가는 '존재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작품을 통해 털어 놓는다. 천을 염색한 뒤, 수 십 번의 붓질로 형상 하나 하나를 완성해 나가는 더딘 작업방식 또한 작가에게는 자신의 근원으로 침잠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듯싶다. 작품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절절한 고통으로 느꼈던 사회의 아픈 현상들은 「떠도는 어린 넋을 위하여」,「오월五月문자도」 등의 작품으로 화폭에 옮겨졌고, 이러한 현실주의 참여미술이 지금도 작업 근간을 이루고 있다.
비참한 현실세태의 들춤만이 목적이 아닌 임남진은 자신이 항상 고민해 오던 인간의 '죽음'과 '구원'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고, '자비'를 전해주는 감로탱화를 통해 그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또한 감로탱화는 영화와 같은 시점인 시간성과 연극과 같은 요소인 공간성을 가지고 있어서 현대적 미감으로 풀어내기에 더없이 적절했으며, 형식에 치우치지 않는 창의성은 현대적인 새로운 조형세계의 창출에 풍부한 영감을 제공해 줄 수 있었다. 특히 하단의 여러 무리 중 목구멍이 바늘만큼 작고 큰 입을 가진 아귀가 등장하는데, 굶어 죽는 고통을 받는 아귀의 형상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고난한 삶의 모습들을 열거하는데 적합한 소재가 되었다. ● 가장 한국적인 양식으로 선택한 감로탱화 형식을 통해 임남진은 현 세태를 담아내는 풍속도를 그리게 된다. 2007년 첫 번째 개인전을 통해 전시되었던 「풍속도」, 「취생몽사」 「시간의 저편」 등의 작품은 재미와 유머를 담고 있는 서글픈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눈여겨 살펴볼 때, 곳곳에 대입되어진 우리 주변의 풍경을 발견하고 웃게 되지만, 웃음 뒤에는 가볍게 뒤돌아 설 수 없는 짙은 페이소스가 전해온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싶어 한다. 감로탱화를 보면 '아귀'는 결코 죄 속에 해매는 존재로 머물러 있는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상단에 펼쳐지는 불보살의 세계가 마지막에 구원받아 천국에 이르게 됨을 보여주듯이 '아귀'는 구원이 가능한 존재인 것이다.
최근 들어 작가는 우리네 세태를 조명하는 풍속도 작업에서 한걸음 나아가 인물 탐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람에게」, 「심심한 상상」, 「행복한 하루」 작품은 현재 작가의 변화하고 있는 사유의 중심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주변 이야기의 서사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 머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의 화자이자 자신을 대변하는 '아귀'는 어둠에 갇힌 자가 아니라 구원가능한 자로서 밝음 속에 드러낼 수 있는 사랑스러운 존재로 바뀌어졌다. 화면은 밝아지고, 빛처럼 쏟아지는 나무줄기는 가벼운 경쾌함마저 감돈다. 임남진은 비로소 자신의 아픈 상처를 감싸 안고, 누추함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구원을 느낀다. ●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은 화면 가득 그려진 형상들을 점점 비워내는 형태로 작업방식이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빈 화면 속 작은 군상들은 거대한 우주 속의 일점(一點)을 이루는 인간 존재로서의 겸허함을 전해주고, 채움보다는 비움이 더 어렵다는 것을 절감케 한다. 작품 구상의 밑그림 작업에서부터 붓을 잡기까지 더딘 과정은 생명을 잉태하듯 조심스럽고 극진하다. 작가는 자신이 부려놓은 화폭의 형상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자신을 정화시키고, 불보살 세계의 단비가 이 땅에 내리기를 염원하고 있다.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 역시 작품을 마주할 때, 비움으로서 드러나는 참됨을 발견하는 기쁨을 함께 누리길 바란다. ■ 황유정
Vol.20101220e | 임남진展 / LIMNAMJIN / 任男珍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