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1029_금요일
주최 /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주관 / 이안재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안동문화예술의전당 ANDONG CULTURE & ART CENTER 경북 안동시 축제장길 66 Tel. +82.54.840.3600 www.andongart.go.kr
안동은 브랜드 슬로건이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일 정도로 예로부터 추로지향(樞路之鄕), 즉 예절을 알고 학문이 왕성한 고장이며, 국가존폐의 위기상황에서는 항일투쟁의 선봉에서 수많은 안동민들이 나라를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버렸던 의(義)의 도시였다. 인간을 본래 선한 존재로 보며 조화로운 공동체에 대한 이상을 추구하고 우환의식으로 비인간화와 불의에 항거했던 조선성리학의 아버지 퇴계 이황 역시 안동에서 태어났고 도산서원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이러한 문화사회적 배경을 근간에 두고,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은 우리 사회를 선도해나갈 문화공동체 일원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모색하고 시대담론을 창출하기 위한 장을 마련했다. ● 우리네는 병이 걸리면, 먼저 병을 의사에게 보여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받고 투약을 받는다. 물론 대부분의 가벼운 병은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스스로 낫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 전문의 소견 없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스스로 몸의 이상반응에 대해 판단하고, 잘못된 처치와 약물오남용을 한다면 부작용에 더불어 큰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사회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의 몸과 다름없는 유기체로, 다양한 장기(사회구성원)들이 아픈 곳 없이 활발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줘야 하는 것이다. 작은 병폐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치료시기를 놓쳤다간, 부지불식간에 통제 불가능하게 되어버린다. ● 너무 빈번해서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살인, 폭행, 횡령 등의 하루에도 수십 건 씩 올라오는 사건 기사들을 보노라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라는 탄식과 함께 '말세(末世)'라는 단어가 자연히 떠오른다. 이기주의와 배금주의가 팽배하고, 도덕적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표어뿐인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 인간 실존의 위기를 예술이 정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은 대한민국 현 사회를 합병증을 앓고 있는 중환자로 규정, 사회에 대한 예술의 공헌과 같은 현시적(現時的)인 물음과 한국의 정신문화의 수도로서의 대의적(代議的)인 책임을 안고 개관전 '대한민국, 미래모색'展을 기획하였다. 이번 전시는 미술의 정서적 순화와 치유 기능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재를 진단하고 밝은 이상사회를 제시, 정신적으로 끝없이 퇴색하고 있는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고 정화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대한민국, 미래모색』展은 단순한 '보여짐'을 뛰어넘어 관람자의 마음 속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통한 사고방식과 행동의 자율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효과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증상·진단', '처방'이라는 두 가지 섹션으로 구성하였다. 관람객들은 먼저 '증상·진단' 섹션에서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일면, 또는 인간의 악한 모습이 부각되지만 그에 대한 판단은 보류한 작품들과, 증상적인 측면에 대한 작가 개인 또는 사회적인 판단과 대응이 드러난 작품들을 접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사회적인 현실을 상처와 낙인으로서의 문신이 새겨진 3D 신체로 여실히 보여주는 김준의 작품, 우리나라의 꼬이고 꼬인 정치판과 그 사회를 자신만의 언어로 드러낸 윤동천의 연작, 포장마차나 모텔같이 인간의 보편적 욕망과 감정이 숨김없이 발산되는 대표적인 공간들의 강렬한 잔상을 모은 장석준의 사진, 사회의 부조리성과 배신·색정·잔인함 등의 인간 본성을 극단적으로 희화화 시킨 조습의 사진 연작, 그리고 소위 88만원 세대로 불리우는 갈 곳을 잃은 방황하는 젊은 세대들의 혼란을 담은 차지량의 영상 작품들로 구성된다.
이어질 '처방' 섹션에서는 증상과 진단을 거쳐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또는 관람자의 내부에 침잠하여 도덕적 성찰과 사유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들이 보여진다. 간결하지만 많은 것이 함의되어 있는 작품으로 관람객과 상호작용하여 보다 맑은 기운으로 그들을 인도할 수 있는 이강소의 작품과, 조각조각 인화된 신체로 표현된 인간의 삶의 무게와 상처를 재봉질로 하나씩 꿰매고 이어붙이는 치유의 과정을 보여주는 구본창의 사진, 전기 톱으로 거칠게 자르고 떼어낸 아스콘과 석탄 덩어리를 통해 위기와 절망을 초월해 무념무상의 사유의 공간으로 안내하는 정현의 조각, 금강경 필사로 형상화된 거대한 부처를 통해 우리를 사유의 세계와 사물의 본질에 다가서게 하는 임옥상의 작품, 마음 속 가득한 가장 내밀하지만 보편적인 염원들을 인고의 세월을 거쳐 돌처럼 단단해진 한지로 시각화하여 수양하듯 쌓아올린 구본아의 설치, 그리고 달동네의 집 하나하나가 우리네의 수많은 삶의 굴곡과 표정을 웅변하지만 결국 거대한 초월자의 형상으로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유영호의 조각이 '처방' 섹션에 속한다.
또한 야외특별전인 '치유의 숲'은 상설전시장 내의 '대한민국, 미래모색'전의 연장선이지만, 별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전시로서, 관람객드리 부담없이 편하게 머물다 이동할 수 있는 교차지점이다. 관람객들은 전시나 공연을 보기 위해 그 공간에 왔을 수도 있고, 혹은 산책하다 잠깐 들렸을지도 모른다. '쉼'과 '준비', '가교'의 역할을 담당하는 야외공간은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을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장소인 동시에 마치 짧은 낮잠 같은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하는 곳인 것이다. 동파이프로 자연물을 창조함으로써 유기체의 다이나믹한 생명성을 표현하고 자연성의 회복을 유도하는 이길래의 조각과 쉼의 기능을 전달하는 조영철의 작품을 통해 관람자들은 정서적인 환기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 김나영
Vol.20101128f | 대한민국, 미래모색-안동문화예술의전당 개관 기획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