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70627f | 임소아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월요일 휴관
갤러리 케이아크 GALLERY K. ARK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 24-281번지 B1 Tel. +82.2.2605.2650 cafe.daum.net/FrauHorti twitter.com/gallery_k_ark
고대 중국에서 주판은 일상적인 계산의 편리성을 위한 직관적 도구였을 뿐 아니라 단단한 사각형의 틀 안에서 우주의 원리와 이치를 사유해 보는 철학적 매개체이기도 했다. 이후의 단순한 계산기나 보다 발전된 형태의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며 손상될 수 없는 안정성과 신뢰성을 지닌 결과물을 산출해내는 이기(利器)들은 공통적으로 사각형이라는 형태에 기초한다. 사각형이라는 기하학적 형태는 감정이나 연상을 배제하고 우주를 포함하는 현실세계와 그 요소를 이루고 있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반영하기에 합당한 원초적인 폼(form)으로 작용한다. ● 임소아 작가는 확고한 관념적 기반 위에서 수직과 수평, 사각형의 반복과 분할의 표현을 통해 기하학적 변형을 추구하였으며, 이와 같은 작가의 추구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정신을 우연성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아름다운 균형의 상태로 이끌어 삶의 방식을 창조하기 위한 순수한 형태의 비대상성에 귀착된다.
알루미늄 평면 위에 집약적이고 철두철미한 색채를 사용한 다수의 작품들은, 현실적인 대상성을 거부하고 내면으로부터 작가 자신의 창조에 의한 근원적인 형태를 작가의 정신적, 철학적 추구와 결부시켜 가시화 시켜내고 있다. 알루미늄으로 드러나는 '수평'은 관람자의 동선과 시선에 따라 빛을 함께 이동시켜 효과를 극대화하며, 안정과 평안이라는 '수평' 본연의 의미론적 역할 또한 충실히 한다. 동시에 '수직' 또한 '수평'과 대립적이자 상호보완적 요소로서 조화를 이루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서 관찰되는 상호보완적이며 대립적인 상징들은 '음양이론'과도 맞닿아 있다. 개념적으로 상반되나 끊임없이 변화하고 분화되어 조화 속에서 세상만물의 근본성질을 이루는 '음양(蔭陽)'의 철학이 접점이 되어, 물질적 세계의 대상성에서 탈피하고 비물질적 정신세계로 충만한 작가의 지향점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 또한, 트립틱(triptych)을 연상시키는 캐비닛 형태의 작품들은 수직과 수평 그리고 사각형으로 표현된 구성 요소들을 재조합하고 입체화시켜 공간, 빛, 그림자의 새로운 변수를 창출해 내고 이와 더불어 감상자의 행위와 사고를 통한 또 다른 변형의 가능성을 수여해 준다. 감상자는 이 3차원 작품의 양쪽 날개를 여닫을 수 있으며,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으로 작품을 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행위는 작품의 형태와 색채의 다양성을 더욱 새롭고 풍요롭게 한다.
임소아 작가는 오래 전 작업일지에서 추상미술이 관념적이고 허구적인 미술이 아니라 일상 생활속의 삶으로부터 개념화 된 미술이란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작품을 통해 동시대적 소외감이나 상실감을 표현하기 보다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즐거움을 표현하고 싶다고도 했다. 작가의 이 같은 의식은 작품 속에서 형이상학적 속성의 기하학적 형태요소들이 연속되고 변화하여, 생명력이 살아있는 구성요소로 치환되는 과정을 통해 마침내 관람자와의 상호작용(interaction)과 소통(communication)을 가능케 하는 역할을 수행토록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작가의 집에는 친척들과 손님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하고, 그럴 때면 작가는 늘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 작가가 보여주는 독창적이고 압도적인 색채감과 한 올의 흐트러짐이 없는 완벽한 페인팅은 그 무렵에 기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체의 예술적 오차를 인지할 수 없으며 온전히 이성이 지배하고 있는 듯한 감상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인간적, 내면적 감성이 작품으로부터 친절하게 건네지는 것은 작가의 냉철한 지성과 역량뿐만 아니라 훼손되지 않은 순수한 작가 본연의 품성이 더불어 작품을 완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이규원
Vol.20101126e | 임소아展 / Yim So Ah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