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전하는 말 Messages from the wind

이명옥展 / LEEMYOUNGOK / 李明玉 / sculpture.installation   2010_1124 ▶ 2010_1130

이명옥_2010

초대일시_2010_1124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목인갤러리 MOKIN GALLERY 서울 종로구 견지동 82번지 Tel. +82.2.722.5066 www.mokinmuseum.com

무심히 바라보니... ● 하늘을 자유롭게 날갯짓 하는 새들은 쉴때조차 고단한 날개를 땅에 눕지 못하고, 땅위에 뻥 뚫린 유충의 흔적들은 짧은 시간 강렬한 울부짖음으로 긴 공허를 낳는다.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은 바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 잠시 머물다간 산비둘기의 여운이기도 하고, 밤새도록 이슬을 머금었던 나뭇잎의 떨림일지도 모른다. 불어오는 바람은 가지위의 새들에게 리듬을 안겨주고, 땅위의 뻥 뚫린 유충의 흔적을 스치며, 또 다른 생명을 싹틔운다. 다투듯 피어나는 꽃들은 두서없어 보이나, 어느것 하나 그냥 함부로 피어나지 않는다. 깊지도 얕지도 않게 묻힌 씨앗들은 떡잎 몇장에 화르륵 피어나는 것이 아니고, 비 한번 맞고 매서운 추위가 다녀가면 다시 또 비를 맞고, 해와 달을 맞이하며 별을 바라보고 잎 사이로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며 꽃을 피우고 또 꽃은 진다. 길고 짧은 숨고르기를 하는 것이다.

이명옥_바람의 변주_와이어, 혼합재료, 설치_140×42×25cm_2010
이명옥_꽃차례_와이어, 설치_85×105×60cm_2010
이명옥_꽃차례_와이어, 설치_85×105×60cm_2010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꽃들이 싹을 틔우고, 꽃이 피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속에 가고 오는 것과 비워지고 채워짐이 반복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피었던 제비꽃이 그렇고, 봄에 피었던 금낭화도 그렇다. 존재하기에 마주하는 생성과 소멸은 있음과 없음으로 보여지고, 그것들은 한올 한올 켜를 더해서 겹을 이루고,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비움과 채워짐을 이루지만, 그들은 경계 아닌 경계를 넘나드는 바람에 의해 허물어진다. 내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뜰에서 존재의 본질을 찾고자 함은, 한발짝 뒤에서 바라보고자 함이며, 존재의 본질 또한 소소한 일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루는 경계없이 경계지어져 어둠과 밝음이 오고간다.

이명옥_해걸이_황동, 혼합재료, 설치_100×38×20cm_2010
이명옥_해걸이_황동_38×100×20cm_2010
이명옥_별바라기_황동_30×45×20cm_2009

그 스멀 스멀 다가오는 시간에 귀를 기울여본 사람은 안다. 귀를 기울인다는건 온몸으로 듣는다는 것이며, 온몸으로 듣는다는 것은 그저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존재의 본질 또한 하루의 소소한 일상에 귀기울이고 온몸으로 들으며 바라보는 것이 아닐런지... 존재의 물음, 삶의 모습 그 속에 있는 나 사이에 바람이 분다. 보이진 않으나 불고 있고, 소리는 나되 침묵으로 들리는 바람... 훈풍과 광풍을 교묘히 섞어서 불어오는 바람은 과거이자 현재이며 또한 미래이다. 그 속에서 내가 할 일은 숨을 쉬며, 방황 하는 일.... 바람이 전하는 말 "훠이"... ■ 이명옥

Vol.20101126d | 이명옥展 / LEEMYOUNGOK / 李明玉 / sculpture.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