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1124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2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안과 밖의 공간 ● 김성응의 돌 조각 서양 미술의 역사에서 미니멀리즘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난 '시간성'에 대한 인식과 작품이 갖는 예술적 의미의 출처로서 '공간'에 대한 재발견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중요한 발단이 되었다. 특히 조각에 있어서 실제 공간과 분리된 가상의 내부를 전제로 그 은유적 공간 속에 특정한 예술적 근원이 존재한다는 과거의 논리는 의미의 외현성(externality) 즉, 조각의 의미는 대상의 내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이 공간과 맺는 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것임을 인식하면서 큰 전환점을 맞는다. 조각 밖으로 관계를 추출해내어 그것을 조각이 놓인 공간의 환경적 요소들 사이에서 다시 기능하게 한다는 개념은 의미의 유일성과 고정성을 탈피하고 시간에 따라 생성하고 변화하며 소멸하는 유동성과 불확정성을 발견하게 하였다.
김성응의 돌 조각은 이러한 공간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2006년 첫 개인전 이후 세 번의 개인전을 통해 돌에 불규칙한 형태의 구멍들을 내는 특유의 조각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2008년 관훈갤러리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에서 자연석을 주재료로 수 천 년의 마모된 돌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반면, 이번 전시에서는 구나 원기둥, 직육면체와 같은 기하학적 형태의 돌 덩어리를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기법이나 형식적인 특징은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다루기 쉽지 않은 '돌'이라는 물질과 오랜 시간 육체적 노동을 수반하는 '뚫는다'는 행위를 통해 완성되는 김성응의 조각은 그것에 무수히 많은 구멍들이 뚫리면서 꽉 찼던 내부 공간이 점점 비워지고 부피감은 최소화된다. 마치 뼈대를 드러낸 나무처럼 가볍고 위태로운, 때론 자유로운 선 드로잉의 유연함마저 연상시키는 외관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낯선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정작 그가 돌 조각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물성이 증발한 듯한 신비롭고 진기한 '형태' 그 자체라기보다는, 형태를 경계로 서로 맞대고 있는 안과 밖의 '공간'과 둘 사이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간은 그 자체로 지각될 수 없고 형태의 네가티브로서 인식될 수 있다. 관람자들의 시선이 형태 사이사이를 관통하면서 그들은 비로소 조각을 둘러싼 안과 밖의 공간과 중첩된 공간이 만들어내는 착시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김성응의 돌 조각은 벤야민이 말한 '문지방 영역' 즉, 내부도 외부도 아니지만 그것을 통해서 내부와 외부 공간이 존재할 수 있는 경계 지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벤야민에 따르면 경계 영역은 그 명확한 한계점을 알 수 없으며, 이는 다시 말해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자 동시에 무한한 한계점을 갖는 것이기도 하다. 경계를 통한 존재의 순환적인 설명은 서양에서는 벤야민에 의해 제기되었지만 동양적 사유 체계에서는 익숙한 발상이다. 동양의 자연관으로 볼 때 모든 생명은 생성되고 소멸하는 과정에 있지만 그것은 현상적인 고찰일 뿐 근원적으로는 모든 생명체가 자연으로부터 오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 구조 속에서 영원성을 갖는다. 경계 영역으로서 김성응의 돌 조각은 이러한 순환 구조 속에 존재한다. 주변과 단절된 채 놓여졌던 무겁고 육중했던 돌덩어리에 하나씩 숨 구멍이 뚫리고 안과 밖 공간의 기류가 교통하면서 돌은 생동하기 시작한다. 그는 선운사 용문굴에서 느꼈던 공간에 대한 특별했던 경험에서 작업의 계기를 찾았다고 했다. 그 곳은 외부에서 보면 거대한 돌이지만 내부는 오랜 시간 자연이 만들어놓은 굴 형태로서, 때때로 사람이 거주하기도 하면서 인공과 자연의 손길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그저 안을 비워내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했다는 뚫는 작업을 통해 그는 모호한 공간들이 서로 만나고 순환하고 소통하는 제 3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폐쇄된 듯 개방되어 있고 인공과 자연의 영역이 어우러진 용문굴처럼 그의 작품은 여러 시공간이 소통하는 열린 장을 형성한다. 그것은 형태와 공간, 인간의 공감각적 지각 체계가 유기적으로 반응하는 무한한 생명 에너지의 장인 것이다. ■ 조의영
Vol.20101123i | 김성응展 / KIMSUNGWUNG / 金成應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