集積

박용선_홍상식展   2010_1120 ▶ 2010_1208 / 일요일 휴관

박용선_Pen Knitting_종이에 팬_90×90cm_2009

초대일시_2010_1120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루미안갤러리_RUMIAN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0번지 루미안빌딩 6층 Tel. +82.2.540.3714 rumiangallery.com

박용선실을 풀어 옷을 짓다 작가 박용선의 작업은 전통적 방식의 드로잉 개념에서 조금 빗겨나 있다. 회화의 구성 원리에서 선의 집적을 통한 매스의 형성과 명암을 이용한 3차원적 환영을 불러 일으키는 방식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실재 스웨터를 짜듯 선들의 반복적 교차를 이루도록 하는 방식, 가는 잉크 선(線)이 집적되며 자연스럽게 공간이 형성되고, 이 공간들이 반복, 응축, 확장되며 정적인 회화 평면에 동적인 운동감이 부여된다. 다시 말해 그리고자 하는 대상이 제거된 채 그의 펜이 면밀하게 무의식적 반복을 거듭함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패턴과 구조, 형상이 구현된다. 그의 작업에서 배재되는 것은 계획된 형상과 견고성인데 그것은 우리의 시각적 의지에 의해 실재 작품에 부과될 뿐이다.

박용선_Pen Knitting_종이에 팬_80×80cm_2010
박용선_Pen Knitting_종이에 팬_90×90cm_2010
박용선_Pen Knitting_종이에 팬_90×60cm_2010
박용선_Pen Knitting_종이에 팬_90×60cm_2010
박용선_Pen Knitting-Consideration_종이에 팬_100×170cm_2010

작가는 작업행위를 시작(詩作)행위에 비유하곤 한다. 언어를 통해 시를 짓고, 실을 이용해 옷을 짜고, 매체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지만, 그것은 형상을 빌어 내포된 의미를 전달하는 것으로, 형상 너머의, 기표 너머의 세계를 지향한다는 언급 일게다. 그의 드로잉 작업은 씨줄과 날줄의 구분이 없는, 그의 손을 통해 얽혀지는 선들은 씨줄이기도 날줄이기도하며, 한 올 한 올이 얽혀지며 구조화되는 과정에서 올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확장되어 나간다. 그러나 작가의 작품은 형상과 채색의 강조를 통해 우리의 시선을 잡아당기지 않는다. 그의 작업은 조형의지가 풀어져 흩어지며 희미하게 우리에게 무엇을 현상(現象)시키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쉽게 간과하고 있는 타자들과의 관계 속에 은폐되어있는 "무엇"이 그 스스로 빛을 발하게 하는 것이다. 그가 형상을 벗어나서 담담하게 보이고자 하는 것은 세계를 지속시키는 "그 어떤 힘들"로, 모든 사물들의 형상 그 너머에 있으며, 염려와 배려를 통한 따스함이 묻어나는 스웨터 한 벌을 타인을 위해 짓는 그 마음씀 일 것이다. ■ 황찬연

홍상식_Five eyes_빨대_27×150×20cm_2009
홍상식_Mouth red_빨대_40×40×22cm_2010

홍상식빨다(Suck)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살기위한 몸부림으로 엄마의 젖을 찾아 빨기를 시작한다. 국수를, 담배를, 여자의 젖가슴을……. 필요한 무언가를 얻기 위한 빨기를 한다." (홍상식)

홍상식_34years-옆을보다1_빨대_20×60×30cm_2008
홍상식_High heel_빨대, LED_40×50×20cm_2009

작가 홍상식과 국수의 인연은 어린 시절 국수 다발을 손으로 툭툭 밀어 저부조로 올라오게끔 형상을 만들던 놀이에서 시작됐다. 경제 위기로 온 나라가 휘청거렸던 IMF 당시 그는 자신의 어릴 적 놀이에서 착안해 '국수'를 재료로 삼아 몸의 일부분-입술, 그리고 그 입으로 내뱉어지는 말, 토르소 등-을 크게 확장시켜 표현하였다. 특히 육감적이다 못해 지나치게 두꺼운 입술 모양의 국수 다발 작품은 피라미드처럼 쌓아올려지거나 벽에 붙어, 자신의 촉수를 쑥 내밀곤 씨익 '썩소'를 날리거나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무음의 합창을 쏟아냈다. 이후 국수에서 비롯된 작품 활동은 철사, 대나무 등 재료적 실험을 거쳐 끝내는 또 다른 재료, 다시 말해 음료용 '빨대'와 만나며 그가 예술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좀 더 확실하게 표현하게 된다. 여기서 빨대는 대량 생산되며 요철의 효과를 낼 수 있고 '입'이라는 기관과 접촉한다는 점에선 국수와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일회성을 가지고 '빨다'라는 무언가를 흡입하기 위한 행동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선 현대의 인간이 가진 욕망 구조를 읽어내는데 효과적인 재료였다. 또한 긴 원통의 형태는 속이 비어있는 구조에 따라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 안에 또 다른 이미지를 숨길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 그는 수많은 빨대를 쌓아 양감을 통해 신체의 일부, 즉 손이나 가슴, 눈, 입술 등 신경종말을 풍부하게 갖춘 부위나 하이힐과 코카콜라 병 같은 현대의 산물을 크게 제시하곤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위치에 따라 매직아이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눈길을 잡아끄는 이 매혹적인 소재를 더없이 관능적으로 보여주다가도 관객이 정면에서 초점을 잘 맞추어 빨대 끝에 숨겨놓은 욕망의 주체가 되는 이미지를 목격하게 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몽롱함에 젖어있던 우리에게 인간의 욕망과 가식, 위선에 대한 성찰을 환기시킨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 루미안갤러리

Vol.20101122e | 集積展-박용선_홍상식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