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구명선_이샛별_이희명展   2010_1117 ▶ 2010_1217 / 일요일 휴관

구명선_긴장타세요_종이에 연필_103×73cm_2010

초대일시_2010_1117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대안공간 충정각 ALTERNATIVE SPACE CHUNGJEONGGAK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360-22번지 Tel. +82.2.363.2093 www.chungjeonggak.com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 '철학적 사유를 한다는 것은 사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다'라고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말하였다. 그러나 개인보다 타인에 의하여, 그리고 다수에 의해 움직이는 현대 사회에서는 나 이외의 것들에 집중적으로 포화되어 있다. 이런 사회에서 다층적 대립과 분열을 내제한 현대병에 걸린 현대인들은 응축된 불감증과 고도의 불신, 사회와 타인에 대한 반감을 자신만의 내적 은신처에서 은밀하게 폭발한다. ● 이에, 1인칭 시점에서 좀 더 주관적이고 집중된 태도로 감추고 보이고 싶지 않았던 모습, 또는 아주 친밀하거나 혹은 낯선 존재에게만 보일 수 있는 내면을 끄집어내는 작업과 함께 말로 담지 못한 영역의 한계를 시각적 조우로 극복하고자 한다. 아르케에 대한 탐구를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타인과의 마찰과 직접적인 소통의 부재를 모놀로그적 감성이 짙게 묻어나는 작업으로 대변하는 작가들을 초대하여 그들만의 살아가는 법을 알아본다.

구명선_잃어버린 소녀들의 도시_종이에 연필_150×62cm_2008
구명선_내가 울고 있다면 그건 당신의 눈이 너무 시리기 때문이죠_종이에 연필_100×150cm_2009

연약한 존재로 회자되었지만 동시대에서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소비와 선망의 힘을 지닌 소녀를 그리며 현대인에 대한 초상화를 새롭게 해석하는 구명선 작가. 과거 장식적 요소에서 제의적인 면모까지 섭렵한 소녀들의 반짝이는 눈빛은 서늘한 의지와 일회성 판타지를 대변한다. 등장인물들의 눈은 하나같이 반짝이는 섬광으로 표현되었거나 사물에 의하여 의도적으로 가려졌다. 마치 사진을 찍기 전 결과물에 대한 계산을 마치고 다양한 생각의 힘과 동작을 바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였는데, 순간 번쩍이는 플래시에 의해 꾸며진 행동과 표정은 일순간에 흔들리고 당황해버린 장면만이 남는 것과 같다. 반듯한 자세와 의지의 몸짓의 소녀들의 눈은 플래시처리 되어 진실성이 결여 되었다기 보다는 진짜 본연의 모습을 알아갈 수 있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와 타협할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는 것이다. 작가는 리얼리즘에 기초한 사실을 두고 타인을 그려내는 초상화기법을 통해 현대인의 껍데기와 파편된 자아를 겹치며 내면의 심오함을 가중시키고 본래의 존재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이샛별_스무개의그림자_렌티큘러_106×81.5cm_2010
이샛별_공백_캔버스에 유채_112×162.2cm_2010
이샛별_특별한 시기_캔버스에 유채_162×112.1m_2009

몽상과 환영의 도치. 이샛별 작가가 그려내는 공간은 현실이 결여된 지각적 불일치만이 존재한다. 작업은 연극과 같은 의도적인 장치를 배경으로 크기의 대소 관계 치환에 따른 의심 많고 모호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여기서 주관적 보편성에 입각하는 가장 평범한 형태로 츄리닝 입은 우리들의 모습과 함께 등장하는 가면을 쓴 인물은 현실의 나에 대한 대항마이다. 이들과 함께 주체와 공간의 분열은 사회와 인간관계에서 생성되는 이율배반에 따른 감정의 전이를 한층 더 증폭시킨다. 네거티브 필름과 엇비슷한 느낌을 자아내는 화풍은 화면 밖으로 드러내기 이전에 다양하게 시도된 작가의 응분이자 관용적 억압으로 설명된다. 때로는 말랑말캉한 풍선이나 고무의 형태로, 또는 단절된 자연의 형상으로 상당히 유기적으로 흐르는 관념의 라바(lava) 안에서 작가는 범접할 수 없는 우주의 세계와 인간 심연의 공간을 맞바꾸며 자기실현을 이루어간다.

이희명_남겨진 자의 몫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_130×162cm_2009
이희명_집착의 행복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_91×117cm_2009

이희명은 작가의 심연에 은폐되어 있는 불가해한 존재와 능력을 여과 없이 캔버스에 투영하며 밀도 있는 구상표현으로 담아내고 있다. 메마른 듯 하면서도 끈적한 색감과 더불어 생소하면서 다소 이질적인 공간에서 표출하는 무의식적이고 성애적인 작업들은 작가의 정신적 과정의 유기적 확대인 동시에 가치체계의 단절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징표이다. 수만 가지의 생각의 주름은 장기기관의 형태로 돌출되어 작가의 이성과 감성, 심리와 외형 모두를 지배하며 그 자체부터 무의식 사고의 동시다발적 연계적 특성을 지닌다. 또한 작업 곳곳에 다양한 각도에서 응시하고 있는 눈을 통해 타인을 관찰하는 자아와 작가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불균형한 시선들 간의 합의점을 모색하며 치유의 관계로 들어가고자 한다. 근원적인 문제는 너와 내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있으며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베락의 이론-고슴도치 딜레마에서 탈피, 한 발짝 소통의 진화로 움직이려는 작가의 의지가 엿보인다. 궁극적으로 플레로마의 중심인 자기로 향해가는 과정을 내적서사가 강한 회화와 설치작업을 통해 선보인다.

이희명_Lost Control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_91×117cm_2009

따라서 본 전시에서는 그 누구보다 할 말이 많고 적극적이지만 미처 드러낼 수 없는 개인적인 고뇌와 사유의 깊이를 반사적으로 태동하는 은유로 풀어 전면에 앞세워 솔직한 고백을 해본다. 이로써 원초적으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함으로 나의 이야기, 나의 살아가는 방법이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 소통을 꾀하려 한다. ■ 안나경

Vol.20101121f |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구명선_이샛별_이희명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