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lti-culture 다문화 Jang Minseung collaborated with Kim check

장민승展 / JANGMINSEUNG / 張民承 / photography   2010_1119 ▶ 2010_1219 / 월요일 휴관

장민승_A Multi-Culture-Brazil_아카이벌 프그먼트 프린트_155×187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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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1119_금요일_06:00pm

Jang Minseung collaborated with Kim check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_서울문화재단_(주)까사미아 주최_원앤제이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원앤제이 갤러리_ONE AND J. GALLERY 서울 종로구 가회동 130-1번지 Tel. +82.2.745.1644 www.oneandj.com

2008년에 시작된 장민승의 『A Multi-Culture』는 다문화적 공간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고 있는 사진 연작이다. 한국에 주재하는 해외 대사들의 집무실을 기록하는 이 작품은 치외법권이 보장되는 외국 대사관 내의 평범한 풍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현재 국내에는 백여 개의 외국 대사관이 주재하고 있으며, 대사관 담장 안은 한국 영토 안에 존재하는 타국의 영토로 기능한다. 그러한 이유로 외국 대사관은 한국인의 접근이 제한되는 타인의 공간이며, 지극히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으로서 인식되고 있다.

장민승_A Multi-Culture-Germany_아카이벌 프그먼트 프린트_155×187cm_2009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20점의 사진은 대사관이라는 배타적 기관의 결정과 통제에 따라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이러한 기관과의 협업에서 작가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미미하다. 많은 외부적 환경에 의하여 영향을 받고 있다는 측면과 더불어 시작부터 결과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들여다 보건대 장민승의 『A Multi-Culture』는 사진이라는 매체와 형식을 넘어 일종의 프로세스 아트(process art)로 이해할 수 있다. 『A Multi-Culture』의 작업 과정은 공문서를 통하여 외국 대사관들에게 행정적 협조 요청을 하면서 시작된다. 100개에 이르는 한국 주재 대사관 가운데 이번 전시에 포함된 20개 국가 대사 집무실 사진은 작가가 아닌 각국 정부나 대사의 공적, 사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촬영 허락을 받은 경우들이다. 카메라를 들고 대사관 진입에 성공했더라도 대사관이 허용하는 공간적, 시간적 범위 내에서 작가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들은 엄격히 제한된다. 더욱이 대사관에서 촬영된 사진은 모두 대사관의 검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각국 대사관은 사진의 내용과 배포, 출판에 이르는 목적과 용도의 적절성 여부를 통제, 결정함으로써 대사관 내부의 정보 유출이나 자국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경계한다. ● 물론 장민승의 작품은 제작 과정이 결과물에 우선하는 기존의 프로세스 아트와는 다르다. 그러나 결과물이 수반하는 작업 과정, 더 넓은 의미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이 결과물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그 과정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선정된 20개 국가 명단을 보건대 남아메리카 소재 국가들, 동구권 국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소위 경제적, 문화적 선진국들이 촬영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장민승의 『A Multi-Culture』를 구성하는 프로젝트 외적 요소들은 자연 현상이나 우연적 상황이 아닌 전적으로 각 국가가 표방하는 정치적, 문화적 판단에 따른 인위적 요소들이며, 이들이 직접적으로 작품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장민승_A Multi-Culture-Switzerland_아카이벌 프그먼트 프린트_155×187cm_2009

이러한 측면에서 장민승이 말하는 'Multi-Culture,' 즉 '다문화'란 다양한 문화의 혼합이 아니라 문화에 대한 다양한 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문화'라는 개념은 한국 사회가 오늘날 안고 있는 뜨거운 화두로서 이주노동자, 외국인 신부, 유학생, 그로 인해 생겨나는 다문화 가정 등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새로이 등장한 소수계층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장민승은 '다문화'의 구체적인 사례들보다 한국이라는 문화공동체 내부에 존재하는 개별적 문화들, 그리고 그 문화들이 표방하는 이데올로기적 태도를 대사의 집무실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객관적이고 무관심적 시각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그 개별적 공간들 속에서 관람자는 한국과 자국의 문화가 교묘히 공존하면서도 각기 다른 전략과 사고에 따라 계획된 축소판 국가들을 만나게 된다.

장민승_A Multi-Culture-Dominican Republic_아카이벌 프그먼트 프린트_155×187cm_2008

본래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논의는 일체의 문화의 우월성이나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자 한다. 그러나 미술사가 토마스 맥이빌리 Thomas McEvilley는 현대미술에 있어서 기존의 다문화주의가 지니는 이중성에 대하여 지적한 바 있다. 본래 후기식민주의의 역사적 조류 속에서 발생한 다문화주의라는 시각예술의 한 경향은 여러 개의 다른 문화의 이미지들이 상호 혼합되는 상황 속에서 개별 문화의 정체성에 대하여 숙고하는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타문화에 대한 이해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미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문화 우월주의, 혹은 시각적, 교육적 관습을 바탕으로 다문화를 균등한 것들의 병치로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장민승_A Multi-Culture-Sweden_아카이벌 프그먼트 프린트_155×187cm_2008

장민승의 『A Multi-Culture』는 이러한 다문화주의 논의가 지닌 이중성을 연작이라는 형식적 방법으로 드러낸다. 본래 미술에서 '연작 series'이란 어느 특정 주제나 개념에 대한 한 예술가의 지속적인 관심을 드러내는 것으로서 반복적, 혹은 연속적으로 제작되는 일련의 다수 작품을 의미한다. 물론 연작에 포함되는 작품들은 상호 유사성이나 규칙을 지니는 동시에 개별 작품으로서의 독자성을 획득하는 것 또한 요구된다. 그러나 장민승이 사용하고 있는 연작 방식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사 주제의 반복을 통해서 차이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 20점의 『A Multi-Culture』 연작에 등장하는 각국 대사의 집무실은 일반 사무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책상, 책꽂이, 의자와 같은 기본적인 집기가 공통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자국의 국기나 지도, 잡다한 사무용품들이 놓여있는 평범한 사무실 풍경이다. 물론 각각의 작품 속에서 관람자들은 각국의 문화를 상징하는 크고 작은 소품을 목격하기도 하고, 더불어 한국 문화가 혼재하는 작은 증거물들, 한반도 지도나 분재, 창 밖의 남산타워 같은 풍경도 포착할 수 있다. 그러나 『A Multi-Culture』는 각 사진 속에 공존하는 한국과 각국의 문화적 혼재 현상보다 각각의 개별 작품들을 병치함으로써 발생하는 사진과 사진 사이의 역학관계에 더 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민승_A Multi-Culture-Egyp_아카이벌 프그먼트 프린트_155×187cm_2010

질 들뢰즈 Gilles Deleuze는 수평성은 동일성의 질서에 이르지 않고 차이들이 만들어내는 불안정성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비교의 원리를 통해서 근본적 차이의 유사 질서를 밝히고자 한 것이다. 나아가 그는 예술 작품의 경우 예술 작품이 드러내는 기호들이 본질과 연결되어 있고, 그 본질은 차이들을 통해 구성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장민승의 『A Multi-Culture』는 각각의 작품이 미세한 차이를 드러내는 가운데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본질에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 스웨덴 대사의 정돈된 집무실은 스스로 아무런 의미도 낳을 수 없다. 그러나 에콰도르대사 집무실과 병치될 때 차이는 시각화되고 의미가 발생한다. 그리고 또다시 아랍에미리트 대사 집무실과 병치되면서 그 의미는 배가되는 것이다. 장민승에게 있어서 연작이라는 작업 방식은 개별 작품의 수평적 병치를 통해서 차이를 드러내며, 나아가 평범한 일상의 모습으로부터 이데올로기적 계급구조를 드러내는 기호의 생산 방식이 된다. ● 문화란 근본적으로 개인이나 집단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드러내는 인간의 생산물이기에 이미 문화적 우월주의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주의나 각 문화를 균등한 가치로 이해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 『A Multi-Culture』 연작은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와 기록으로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관람자들의 몫이다. ■ 김정연

Vol.20101119e | 장민승展 / JANGMINSEUNG / 張民承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