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ing the Past

김성국展 / KIMSUNGKOOK / 金成國 / painting   2010_1118 ▶ 2010_1203 / 일요일 휴관

김성국_물항아리를 든 소녀_캔버스에 유채_165×95cm_2008

초대일시_2010_1118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토_10:00am~05: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LVS Gallery LVS 서울 강남구 신사동 565-18번지 쟈스미빌딩 B1 Tel. +82.2.3443.7475 www.gallerylvs.org

끝나지 않는 마지막을 함께 살아가기 ● 영화 『색, 계』가 거의 끝나갈 무렵, 돌아갈 수 없는 일상의 순간들에 대한 묘사를 인상적으로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여주인공이 인력거를 타고, 인력거꾼이 쾌활하게 웃으며 집에 가냐고 묻자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전쟁 통에 길이 불시에 통제되어 인력거가 서는데 군중 속에서 한 부인이 밥시간 때문에 집에 얼른 가야 한다고 소리를 내고 누군가가 맨날 먹는 밥 때문에 그러느냐고 하자 그 주변이 잔잔한 웃음바다가 된다. 이 때 여주인공도 희미하게 함께 웃는데, 이 장면들이 매우 슬프고도 인상적인 것은 누군가가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것들이 다시는 반복할 수 없이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는 일상의 경험임이 분명한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김성국_Leonardo da Vinci Landscape_캔버스에 유채_159×190cm_2009

어느 한때가 담긴 사진을 바라보았을 때 슬퍼지는 것은 당시의 시간들이 그 속에 영원히 가두어져 돌아올 수 없는 과거로 계속해서 뒷걸음질쳐가고만 있기 때문일 텐데, 언제나 매번 마지막인 순간들을 정지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며 그 순간의 영원함에 대해 욕심을 갖는 것은 과거로부터 그림이나 사진에 걸어왔던 당연한 기대였을 것이다.

김성국_유정이 만나는 날_캔버스에 유채_144×211.5cm_2009

내가 알기에 김성국은 여린 마음을 가진 신체가 건장한 청년이다. 그림을 그리는 저마다의 소망이 있다면 그는 자신의 소중한 것에 대해서 생각하며 누구나처럼 그것을 붙잡고 싶어 한다. 그는 열심히 운동을 하고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계획대로 생활하고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며 언제나 많은 술을 마시고도 건강하다. 그는 뜸 들이는 시간을 갖지 않고도 곧바로 할 일들에 착수하며 그래서 일단 기본적인 결정들을 마치고 나면, 그가 작업에 들이는 시간은 그의 그림 그리는 절대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 그가 자신하는 것은 테크니컬한 사실적 묘사이며 그가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자족하는 방식은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거짓 믿음에 만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사실 슬퍼지지 않는 방법은 없으며 그림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지만 거짓 믿음은 지탄받을 일이 아니다.

김성국_저녁_캔버스에 유채_101.5×140cm_2009

김성국은 서사적 회화를 이루는 세 요소들 -인물, 장소, 사건을 결합하여 특정한 장면을 만들거나 어느 요소만을 떨어뜨려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일상의 한 찰나나 혹은 자신에게 속한 어떤 것들을 고정되어 그 상태로 지속되는 장면으로 보존하거나 영원에 가깝고도 위엄 있는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인데, 그 수단은 자신이 가진 각 세 요소에 해당하는 재료들을 과거의 명화가 지니고 있는 내용적 조건들에 투영하여 사적(私的)으로 신화화 하고자 하는 것이다.

김성국_서울대거리_캔버스에 유채_139×172cm_2010
김성국_수태고지 이후 1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10

이것은 사실 소외된 자아의식을 드러내는 방식으로서 함께 병행되는 것인데 그는 인물들과 그들이 포함하고 있는 내용, 혹은 명화 속의 중심 대상들이나 사건만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더 정확하게 그는 명화가 가진 내용의 중심에서 여과된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을 통해 이야기하기를 원한다. 여기에는 자기 자신이나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관계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자세히 관찰했을 때 지극히 감상적이고 또 자기연민을 나타내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의 이러한 그리기가 연약한 자의식에 대해 무한한 자기애를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김성국展_갤러리 LVS_2010

이같은 자기애란 응당 작가의 자족적인 시간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일 텐데 찰나를 언제까지나 보존하고픈 열망을 드러내 보이는 그의 규칙화된 시간은 김성국의 작가됨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자족함의 성격은 자신의 허구적인 믿음에 기대어 점차 확고한 터를 쌓아올리고 그 세계를 계속해서 구축하게 하는 것일 것이며 그가 순간들을 지속하게 만드는 동시에 슬프게 되지 않는 것은 자신의 만족된 시간 가운데에서, 끝나지 않는 마지막 찰나들을 계속해서 그 자족함으로 살아가는 일일 것이다. ■ 박세연

Vol.20101118k | 김성국展 / KIMSUNGKOOK / 金成國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