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두빈展 / IMDOOBIN / 任斗彬 / painting   2010_1111 ▶ 2010_1121 / 월요일 휴관

임두빈_禪 - 독특한 관조_캔버스에 아크릴, 디지털 프린트_97×131cm_2010

초대일시_2010_1111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금호미술관 KUMHO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사간동 78번지 1층 Tel. +82.2.720.5114 www.kumhomuseum.com

역사와 문명의 반성: 임두빈 교수님께서는 화가이자 미술평론가로 잘 알려져 있으신데요. 주로 작업은 언제하시나요? : 저는 작업시간을 정해놓고 하기보다는 독특한 영감이 떠오르면 오랜 시간 생각을 하다가 그 생각이 무르익으면 그 때 붓을 들고 작업을 합니다. 작업을 시작하면 며칠이고 계속 그림을 그리지만 또 쉴 때는 온종일 생각을 하면서 쉽니다. : 스위스 취리히의 카바레 볼테르는 현대미술의 발상지이자 메카로 알려져 있는데요. 2009년 이곳에서 초대전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카바레 볼테르는 다다이즘이 출현한 곳이며 현대미술의 성지 같은 곳이죠. 전 세계 큐레이터들이 인정하는 유서 깊은 이곳에서 한국 최초로 전시를 초대받은 것에 대해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동양의 선(禪)사상을 기반으로 그곳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고 전시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지요. 그 전시로 인해 스위스에서 또 다른 개인전 초대 제의도 받았습니다.

임두빈_禪 - 세계의창_캔버스에 아크릴, 디지털 프린트_97×131cm_2010
임두빈_禪 - 숫타니파타_캔버스에 아크릴, 디지털 프린트_97×131cm_2010
임두빈_禪 - 예리한감성_캔버스에 아크릴, 디지털 프린트_90×131cm_2010

: 임 교수님께서는 오랜 세월 펜과 수채물감을 이용하여 내면적 정조가 깃든 독특한 풍경화를 그려 오신 화가입니다. 작품세계에 대해 교수님께 직접 듣고 싶습니다.: 펜은 글과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펜으로 오랫동안 작업을 해왔지요. 제 작품은 수채물감이나 아크릴물감을 이용해서 색을 넣은 펜화입니다. 저는 주로 풍경을 많이 그리는데, 시각적 아름다움만을 지닌 풍경화가 아닌 아름다움 속에 형이상학적인 깊이감이 있는 풍경을 의도해서 그려오고 있습니다. 내면적 정조가 깃든 이 풍경화들은 제가 여행을 하면서 스케치를 하고 모아두었던 단색 그림들을 자료로 해서 그려진 것들인데요, 그 자료를 토대로 기존의 스케치했던 풍경들을 다시 검토하고 수정하여 새로운 대상들을 풍경 속에 첨가한 뒤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는 풍경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의 풍경은 대부분 실제 있는 풍경이 아닙니다. 모두가 저의 정신에서 창조된 사색적 상징성을 지닌 내면적 풍경화이지요. 눈에 보이는 세계는 전부가 아닙니다. 인간은 세계의 극히 일부만을 이해하고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자연의 사물들은 일종의 암호와도 같은 것이지요. 우리에게 던져진 존재의 암호와도 같은 것이라고 사물들을 생각하고 저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 금호미술관에서 여는 이번 개인전(11.11-21)에서는 어떤 예술세계를 선보이실 예정인가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역사와 문명에 대한 반성입니다. 인간은 역사를 이루어 오면서 세계 도처에서 찬란한 문명을 꽃 피웠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문명이라 하는 것이 진정으로 인간을 향상시키고 행복하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더 불행으로 몰았다고 볼 수 있지요. 인간이 쌓아 온 지식이 과연 인간을 진정한 삶의 행복으로 인도 했던가요? 지식은 탐욕의 도구였을 뿐입니다. 지식이 진정 인간을 해방시킬 수 있을까요? 지식은 그것이 어떤 고차적인 지식이든 결국 분별지(分別智)의 소산일 뿐입니다. 따라서 그 차원에선 대립과 싸움이 그칠 수가 없는 것이지요. 분별지의 지식만으로는 결코 진리를 체득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은 현대의 서구문명 전체가 그런 한계에 봉착해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날 서구의 철학이 회의주의에 빠져있는 이유도 근원을 들여다보면 그런 한계 때문이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이 세계가 문명은 발달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힘의 논리가 세계를 지배하고 싸움은 그치질 않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정신적인 문제점에 봉착해서 불안 해 하고 갈등을 겪으며 자기 자신 조차도 여유 있게 들여다보지 못하는 황폐된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오늘날 인간이 이룩한 지적 문화적 성과들은 현대인의 내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기력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제 인간의 역사와 문화는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할 때입니다. 저의 이번 개인전은 이런 생각을 구체화 시킨 것입니다. 저는 이번 개인전에서 평면과 입체작품, 설치, 행위미술을 총체적으로 보여줄 생각입니다. 우선 전시장 벽면에는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가로131cm에 세로97cm 크기의 평면작품들이 놓여지는데, 이 그림들의 바탕화면에는 모두 내가 펜으로 쓴 200자 원고지의 글씨들이 캔버스 크기로 확대되어 프린트되어 있지요. 그 위에 큰 꽃을 아크릴물감을 써서 사실적으로 그려 넣었습니다. 그리고 전시장 가운데에는 다섯장의 큰 한지(세로길이 2m 가로길이 1m)를 천정에서 바닥으로 내려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설치할 것입니다. 그 한지 5장엔 모두 먹과 색채를 사용한 추상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설치한 한지작품 좌우 공간엔 모두 8점의 입체작품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전시될 것입니다. 입체작품을 보면 각기 다양한 문화권을 상징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인간의 문화라고 하는 것은 분별지의 소산입니다. 아무리 발달한 문화의 지식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지식이라고 하는 것은 분별지의 소산이지요. 거기서 문제가 있는 거죠. 분별지에 있는 지식은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끊임없는 싸움과 논란, 분쟁 속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 분별지가 이룬 문화와 지식은 결코 진리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저의 이번 작업은 이런 생각을 바탕에 깔고 이루어진 것입니다. 분별지의 차원에 있는 모든 인간들은 허구적인 나에 묶여, 너와 나를 분리하기 때문에 분열이 생기고 지식도 그런 차원에서만 이루어져 결국엔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의 이번 개인전은 분별지를 초월한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끝없는 사색과 명상의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회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임두빈_禪 - 일중일체다중일_캔버스에 아크릴, 디지털 프린트_97×131cm_2010

: 디지털 프린트 기법을 이용하여 원고지를 캔버스에 확대시켜 작품을 하셨는데, 원고지를 작품의 베이스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총 13권의 책을 썼는데 모두 다 만년필을 이용해서 200자 원고지에 써왔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저는 그 원고지를 차곡차곡 다 모아 두었습니다. 글 쓰는 과정은 수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원고지에 자필로 글을 써 나가는 것 또한 사색의 과정이죠. 글을 쓴 원고지를 작품의 바탕으로 선택한 이유는 사색의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 작품에서의 꽃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꽃이 의미하는 바는 사색과 명상의 과정 끝에 도달하는 궁극적 깨달음의 경지(개화)를 의미합니다. 절대적 진리의 세계인 무한대한 중도(中道)의 세계입니다. 어리석은 분별지의 세계를 초월해서 진정한 의미의 깨달음을 이루기를 바라는 뜻에서 활짝 핀 꽃을 그려 넣은 것입니다.

임두빈_문화의상자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0

: 천정에서 바닥으로 높이 2m 폭1m의 한지작품 5장을 일정한 간격으로 세우신 특별한 이유는 있으신가요?: 8개의 입체작품 옆에 떠 있는 듯 설치된 이 5장의 한지들은 5방위(동 서 남 북 중앙)를 상징해서 세운 것입니다. 즉 우주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이 5장의 한지작품에는 각기 먹과 색채를 이용하여 그린 대담한 붓 터치의 추상화가 그려져 있지요. : 전시와 더불어 행위미술로서의 퍼포먼스도 하실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퍼포먼스를 통하여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신 건가요?: 먼저 추상화가 그려진 한지 작품 앞에서 앉아 5분간 명상을 합니다. 그 후 일어나서 5장의 한지 한가운데에 동그랗게 차례차례 구멍을 뚫습니다. 손으로 하나하나씩 점점 갈수록 구멍이 커지게 말이죠. 뚫는 행위는 이제까지 인류가 이루어놓은 모든 문화적 행위들을 공(空)으로 돌려 버리는 상징적 제스처입니다. 또한 더 깊은 의미로는 인간이 그토록 집착해온 '나'라고 하는 것에 대한 실체를 부정하는 상징적 행위이기도 합니다. 저의 퍼포먼스는 기존의 퍼포먼스와는 다릅니다. 설치부터가 퍼포먼스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지요. 구멍을 뚫는 행위가 다 끝났다고 하여 퍼포먼스의 끝이 아닙니다. 철수 하루전날 모든 작품들을(평면, 입체, 설치) 다 철수하고 8개 글자가 있는 종이들만 남길 것입니다. 그 글자에 수수께끼가 담겨져 있지요. 그 글자가 저의 전시를 완결시키는 마지막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을 열흘 동안 촬영을 할 것이며 전시가 최종 종결되면 저의 퍼포먼스도 끝이 나는 것입니다. (ART&COLLECTOR 2010년 11-12월호에 게재된 인터뷰 내용) ■ 답변: 임두빈_질문: 정나연

Vol.20101116j | 임두빈展 / IMDOOBIN / 任斗彬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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