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coexistence

길민선展 / KILMINSUN / 吉玟宣 / sculpture   2010_1106 ▶ 2010_1118

길민선_멸종_한지_250×170×50cm_2008

초대일시_2010_1106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스페이스 함_space HaaM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37-2번지 렉서스빌딩 3층 Tel. +82.2.3475.9126 www.lexusprime.com

공존. 그 느림의 해피투게더 ● 작가 길민선이 『공존coexistence』라는 전시명으로 개인전을 갖는다. 작가가 명명한 전시명 『공존』은 30대 초반의 여성작가에게는 다소 버거워 보일 수 있겠지만,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단호한 두 글자만큼 우리가 더 이상 보류할 수만은 없는 이야기를 해나간다. '공존共存'. 쉽게 말해서 '너와 내가 함께 존재한다'는, '나도 살고 너도 살게한다'는 말이다. 나의 존재를 인정하듯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나간다'는 이 의미가 작가 길민선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해외 자연 다큐채널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환경문제와 지구온난화현상으로 야기되는 생태계파괴 등의 문제들이 이제는 국내 시사방송에서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흔한 말로 해왔던 '하나뿐인 지구'가 대면한 문제가 바로 우리의 문제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길민선_멸종_한지_50×30×30cm_2010

20세기. 우리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눈부신 과학과 산업의 발전을 이루고 21세기의 새로운 장으로 자랑스럽게 착지했다. 석유 많이 나는 중동의 어떤 나라는 인공의 섬들을 만들고 벌써 세계 최대 부호들이 그 섬들을 앞다투어 분양했다는, 우리의 명절 인사말에 빠지지 않는 달님에게 소원을 빌라는 축언의 그 달에 헐리웃스타가 땅을 사뒀다는 가십에 어깨를 들썩이며 인간의 힘으로 안 될게 없다는 뿌듯함으로 새천년을 맞이했다. 달은 더 이상 토끼두마리가 떡방아를 찧는 정갈한 마음으로 소원을 비는 대상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이 된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한다, 각박해진 것 같다, 공기가 옛날 같지 않다, 오래 살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유기농채소를 먹어라, 인터넷속도가 우리가 세계서 최고란다, 그래도 얼마나 편해졌는가...... 그렇다. 그래도 얼마나 편해졌는가. 하지만 무조건적인 빠름에 감탄하면서도 그 속도의 불안함은 감출 수 없다. 그리고 그 불안함은 곧 현실로 드러났다.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발달은 우리에게 환경오염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안겨 준 것이다.

길민선_New Life_유리_59×75×32cm_2010

필자가 며칠 전에 본 해외다큐프로그램에서 북극에 사는 북극곰이 5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아이슬랜드 해안에 나타났는데, 그이유가 지구기온이 올라가고 수은등 중금속 중독으로 북극곰들이 살수있는 환경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화면에 비쳐진 모습은 시사방송탁상에서 거론됐던 지구온난화문제보다 더욱 심각해보였다. 바로 60여년전 전쟁을 겪은 우리로서는 지금의, 정말 살기 편해진 지금에 안주하고 싶겠지만, 그러기에 우리지구가 당면한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 문제는 저 멀리 북극에 사는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님을.

길민선_생각하는 동안_한지_41×33×23cm_2010

다시 길민선이 주목하는 '공존'으로 돌아오자.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작가는 이 화두를 진솔하게 사실적으로 차근차근 표현한다. 코끼리, 거북이, 곰, 원숭이, 사자 등 동물원에서 볼수 있는 동물들의 형상을 한지로 하나하나 떠내서 250cm 높이로 뭉쳐놓은 작품 「멸종」은 곧 일어날 멸종을 암시하듯 하다. 마치 인간의 욕망이 쌓아올린 바벨탑처럼 한순간 회오리에 휩싸여 자취도 없이 사라질 것만 같다. 이번 길민선의 개인전에서 대표작품이 되는 작품 「멸종」은 환경문제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피력하듯 그 재료로 한지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유리 나무에 형형색색 개구리, 앵무새, 다람쥐가 가지마다 열려있다. 지구라는 대지에 온갖 생명체들이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 「무제」는 작가 길민선이 기원하는 '공존' 그것이다.

길민선_천천히 가소_합성수지, 조명_36×32×25cm_2010

작품 「천천히 가소」는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할머니의 형상이 조명을 받아 천천히 공중을 부유하듯 보인다. 천천히.... 우리 함께 천천히 행복하게 삽시다.... 뽀얀 한복의 할머니가 이렇게 말을 건내는 것만 같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연상하게 하는 작품 「생각하는 동안」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이루어놓은 모든 문명의 문앞에서 턱을 궤고 다시한번 생각을 하게 되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작가는 이 지구상의 온갖 생물체들의 공존을 위한 환경에 대하여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길민선_무제_한지_60×50×30cm 2010

지구환경문제는 국가정책이나 몇몇 전문가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술뿐만 아니라 건축 등 여러 분야에서 환경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벌써부터 유럽의 많은 건축가들은 이 문제를 디자인, 건축자재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시키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글머리에서 『공존』이라는 전시명이 젊은 작가가 다루기에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필자의 서투른 단정을 반성하면서 우리 미술계에서도 환경문제에 대한 작품과 함께 그에 따른 실질적인 실천에 주목하는 젊은 작가들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이제 첫 번째 개인전을 갖는 작가 길민선이 이야기 할 그 '공존'의 해피투게더를 공유할 수 있게끔 필자의 시선을 환기할 필요를 느낀다. ■ 이경림

Vol.20101115d | 길민선展 / KILMINSUN / 吉玟宣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