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적 욕망

생성과 긴장의 에너지 ● 인류문명의 발달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금속이라고 할 수 있다. 금속은 단단하면서도 가공하기에 따라 여러 가지 도구로 변환된다. 그 중 스테인리스 스틸은 녹이 잘 슬지 않고 반짝이는 표면효과 때문에 산업, 건축 등 여러 분야에 널리 쓰이고 있다. 또한 그것의 매끄러운 표면에서 오는 매력으로 인해 많은 금속 조각가들에게 연구의 대상이 되어왔다. 조각가 김의구도 이러한 스테인리스 스틸의 물성을 연구하고 작품의 주재료로 사용해왔다. 그는 스테인리스 스틸이 가지는 광택의 표면과 불변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의 반짝이는 표면은 사물과 시선 모두를 반사시켜 다시금 바라보는 주체를 향하게 만든다. 그것은 사물이면서 바라보는 시선을 객체화하는 것이다. 즉, 시선을 내부로 끌어들이면서도 바깥을 향하게 한다. 거울과 같은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의 이러한 특성은 형상 자체의 실재성을 끊임없이 되묻는 듯하다.

김의구_combine_스테인리스 스틸_50×35×35cm

김의구_diffusion_스테인리스 스틸_36×62×30cm

작가 김의구는 구(sphere)나 원형기둥과 같은 곡선을 강조하는 단순한 형상에 변화를 줌으로써 작품의 생동감을 표현한다. 그는 생동감을 생성(生成)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는 사물이 생겨나는 이치, 혹은 에너지를 의미한다. 작품은 자유롭게 원형의 띠를 이루면서도 한 방향을 향해 흘러가는 변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In the Beginning」은 이러한 생성의 기본적인 원리를 잘 드러내고 있다. 원형의 기둥이 앞으로 뻗어 오르는 듯 한 형상은 에너지가 분출되는 힘을 느끼게 한다. 그는 또한 사물의 존재와 근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적인 수직성과 변화를 추구하는 운동성의 대비는 이러한 개념을 잘 보여준다. 작품 「Lead to the truth」는 수직의 원기둥과 그 내부에 놓여진 구로 구성되어 있다. 원기둥 상단의 동그란 홈 안에 놓여진 구는 바닥면에 닿을 듯 말 듯 떠있는 구와 수직대칭을 이루며 줄로 연결되어 있는데 작용과 반작용의 팽팽한 긴장상태를 느끼게 한다. 수직의 원기둥이 주는 형상의 절대성과 중력에 저항하여 움직이는 구의 무게감, 그리고 공중에 살짝 떠있는 구의 위태로움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작품의 내부로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작품에서 긴장(tension)은 응축된 수직 원기둥의 고요함 속에서 조용히 중력법칙을 따르고 있다.

김의구_the universe_스테인리스 스틸_34×28×28cm

그의 다른 작품 「Division」은 원기둥의 완벽한 형상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형상을 세 개로 나눈다. 나눠진 형상과 형상사이 빈 공간의 틈은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원기둥이라는 형태안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그 틈 사이로 형상의 원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두려는 응축과 팽창의 힘이 공존하고 있다. 팽팽한 에너지가 공존하는 상태 즉, 안정과 변화, 절제와 운동이 하나의 형상안으로 응집되는 상태를 그는 존재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철저하게 사물의 존재원리에 속해있는데, 생성의 응축된 에너지와 힘은 자유롭게 형상을 벗어나는 듯하지만 형상의 내부로 되돌아온다. 이렇듯 작가는 원형의 입면체가 가진 본래적이고 정신적인 의미를 진지하게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형상에 대해 연구한다.

김의구_lead to the truth_스테인리스 스틸_66×28×28cm

앞서 스테인리스 스틸의 표면이 주는 반사율로 인해 시선을 바깥으로 향하게 한다고 했다. 반사된 바깥이 사물의 기본을 이루는 구형태의 조각 안으로 들어왔을 때, 우리는 형상의 근원과 존재를 확인하면서도 자연의 이치와 우리자신의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사물을 이루는 힘과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변화를 통해 안정과 긴장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것이 그의 작품이 주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생성은 만물이 생겨나는 이치이면서 동시에 자연과 존재의 근원을 확인하는 에너지이다. 작가 김의구가 펼쳐내는 생성의 에너지는 바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평온한 사물의 존재, 혹은 자연의 이치를 조형화 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에서 출발한다. ■ 백곤

김의구_living organism_스테인리스 스틸_150×100×45cm

김의구_interact_스테인리스 스틸_57×40×39cm

Energy of Creation and Tension: Kim ui-gu's Metal Sculpture ● Metal has made a great contribution to the evolvement of human history. It can change into many tools through processing. Stainless steel is widely used in industry and architecture, with its anti-rust, shiny surface. With the magnetism of its sleek surface, it has been the object of investigation for many metal sculptors. Using this metal as his main material, sculptor Kim ui-gu has explored its myriad physical properties. He has long been interested in its glossy surface and invariability. Its shiny surface reflects objects and subjects of a gaze, objectifying the gaze. It draws the gaze inward, and sends it outward. With this property, stainless steel asks of the substance of form itself, ceaselessly. Kim presents vitality by modifying simple curvilinear forms, such as the sphere and cylinder. He sees this vitality as creation, a principle giving rise to objects and energy. His work shows a stream of change flowing in one direction, liberally shaping a circular strip. In the Beginning eloquently displays this principle of creation. An eruption of energy is there in columns soaring upward. He alludes to the existence and spring of objects through the contrast of static verticality and change-seeking dynamism. Lead to the Truth is composed of a vertically soaring column and spheres within it. A sphere placed in a circular hole at the top of the column is linked with another sphere floating near the floor on a wire, provoking a taut tension between action and reaction. The absolute form of the vertical column; the weight of the sphere moving in resistance with gravity; and precarious existence of the sphere floating above the floor, are in exquisite harmony with each other, drawing viewers' attention. In this work, tension shatters the law of gravity within the serene existence of the vertical column. In Division a cylinder is divided into three parts, without shattering its perfect form. The empty spaces between the divided forms provoke tension, drawing our eye to the cylindrical shape. The force of condensation and expansion, to maintain original form, is sensed in the empty spaces. Through Kim, tension exists, among stability and change, temperance and movement, condensed into one form: the source of existence. Thoroughly reflecting the principle of existence, his work escapes from fixed forms through condensed energy and power, but returns to its inner nature. The artist tirelessly studies form to confirm the original spiritual meaning of circular solids. As such, the magnetism of his work derives from the stability and tension his work exudes through change coexistent with the force forming objects. Creation is the law giving rise to the Ten Thousand Things, and the energy confirming the roots of nature and existence. Kim's energy of creation is aroused from his will to give form to peacefully existing objects and the principle of nature even within tension. ■ Paik Gon

Kim ui-gu's recent work shows a congregation of primitive things forming a being. His work also presents forms modified through human energy and desire. Extremely simple polished forms connote his intention. These forms are an expression of infinite energy involved in the birth and extinction of all life forms in chaos. These forms are aggregates of aspirations and energy for maintaining beings, re-illuminated through his life. In addition to simple shapes and concrete and organic forms, symbols of communion with humankind are implied in every part of his work. Glossy metal, the main material used in his work is a product of modern times, signifying eternal energy through its invariable physical properties. This is also a manifestation of the endlessly circulating and repeating energy all beings have. His work represents his longing for something in living space. This longing appears through time, desire, and modification. Unrecognizable, ambiguous, and minimalist forms have viewers infer the artist's intention and his work's meaning through the time of appreciation, encouraging them to engage in interpretations of his artworks. ■ KIMUIGU

Vol.20101114h | 김의구展 / KIMUIGU / 金意久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