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1102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영광도서갤러리_GALLERY YOUNGKWANG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1동 397-55번지 영광도서 4층 Tel. +82.51.816.9500~4 www.ykgallery.com
버려진 풍경 ● 작업의 소재를 찾고 싶은 마음에 뚜렷한 목적지 없이 무작정 배낭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가는 동안 제대로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길이 정비되어 있지 않아 여기저기 헤매고 다닌 덕분에 정겨운 풍경을 많이 보게 되었다. 하지만 가는 곳곳마다 개발하기 위해 파헤쳐놓은 땅과 모여 있는 자그마한 집들이 부서져 있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었고 마치 대한민국에 모든 곳이 공사판 같았다. 유년의 기억으로는 공사장이라는 곳은 어떤 건물이 만들어지는 것보다는 나에게 친숙한 놀이터 같은 곳 이였다. 마치 나만의 비밀장소처럼 유년의 추억을 담고 있는 정겨운 곳 이였다. 습한 시멘트 내음새와 창가사이에 들어오는 빛들 회색으로 둘러싸인 벽들이 나의 모습을 감추어 주는 나만의 공간이었다. 변변한 놀이터가 없는 나에게 그 곳은 호기심의 대상 이였고 바닥에 흩어져 있는 못과 모래는 훌륭한 장난감 이였다.
부산 대신동에 있던 어느 마을을 지나간 적이 이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와 나지막한 집들, 과일 파는 아저씨와 처마 밑 그늘에 앉아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들, 바람에 여기저기 움직이는 빨랫줄에 걸린 옷들이 걸려있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를 지나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동네를 또 다시 지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전의 모습과 달리 집들은 무너져 있고 콘크리트 사이사이마다 철근이 나와 있었고 쓰레기 마냥 생활용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콘크리트 무더기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그 마을의 있었던 기억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 정겨운 마을의 추억들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마을과 함께 해온 나무와 전봇대들은 맥없이 쓰러져 있으며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아무생명조차 살지 않을 것 같은 황폐한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물론 개발하면서 나지막한 집들이 아파트가 되고 그 마을이 새롭게 마련되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이 되겠지만 왠지 모를 삭막함이 느껴졌다. ■ 김해진
Vol.20101114d | 김해진展 / KIMHAEJIN / 金海珍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