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1106_토요일_02: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킹_GALLERYKING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3-5번지 1층 Tel. +82.2.322.5495 www.galleryking.co.kr
충족되지 못한 욕망은 몽상을 움직이는 힘이고, 모든 몽상은 욕망의 완결이며 동시에 만족을 주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보상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창조적인 작가와 몽상』) 영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작가인 웬 우(Wen Wu)는 중국에서 보낸 유년 시절 동안 '아름다움'에 눈뜨게 되고 작업 속에서 그것을 추구해 왔다. 이후 영국 유학 시절을 기점으로 단순한 아름다움만이 아닌 '감각적인 것', '관능적인 것'을 추구하게 되었는데, 그 여정의 한 지점이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개인전 『Pond Life』이다.
제목에 나오는 '연못'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각자의 내면세계를 의미한다. 작가는 중년의 게이 남성을 대리-자아로 삼아 자신의 내면을 캔버스라는 가상의 시공간 위에 펼쳐 놓는다. 이는 꿈도 현실도 아닌 백일몽과도 같다. 친숙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형상들이 중첩되고, 눈을 끌지만 불편한 장면들이 나타난다. 남성을 욕망하는 남성의 시선은 고대 그리스 시대의 현자들 그리고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예술가들의 시선과 섞이고 겹쳐져, 단순한 성적인 것을 넘어서는 모호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들 뒤에는 비밀스러운 욕망이 숨어 눈을 번뜩이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이것은 나르시시즘적인 욕망이다. 수면 위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는 소년은 아름다운 청년을 바라보는 한 청년의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반복된다. 자신에 대한 욕망과 타인에 대한 욕망은 평행으로 놓인 거울 사이에서 무한히 반사되는 빛줄기처럼 끊임없이 서로 마주치고 엇갈린다. 결국 푸르스름한 연못을 둘러싼 작은 세계에서 나의 모습과 이를 반영한 친숙하면서도 이질적인 타인의 모습이 계속 번갈아 출현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전시장에 걸린 십여 개의 그림들은 하나의 멜랑콜리를 품게 된다. 욕망에서 비롯된 몽상은 극단적이지 않은 한 체념 그리고 일종의 우울을 띨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욕망의 목적은 욕망하는 행위 그 자체이고, 따라서 욕망은 언제나 채워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작가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내면을 투사한 웬 우의 작업은 보는 사람에게도 자신의 내면을 투사하고 왜곡할 수 있는 뿌연 거울이 된다. 묘한 매력을 내뿜는 인물들의 시선과 욕망을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각자의 욕망이 배어 나옴을, 순환하는 고리의 한 부분이 되어 빨려 들어감을 깨닫게 될 것이다. ■ 갤러리킹
Vol.20101113e | 웬우展 / WenWu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