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깨우기Ⅱ

김호득展 / KIMHODEUK / 金浩得 / mixed media.installation   2010_1104 ▶ 2010_1114 / 월요일 휴관

김호득_문득-공간을 긋다_먹칠한 한지에 분필_209×95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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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1104_목요일_06:00pm

2010 봉산문화회관 제4전시실 개관기념 기억 깨우기展 시리즈 Ⅰ_정병국 / Ⅱ_김호득 / Ⅲ_이명미 / Ⅳ_류재하

주최_봉산문화회관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봉산문화회관BONGSAN CULTURAL CENTER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 77 제4전시실Tel. +82.53.661.3081~2www.bongsanart.org

기억 깨우기Ⅱ『김호득』展 ● '기억 깨우기'는 그리움에 관한 기명記銘, 보유, 연상聯想, 상상의 과정과 그 재생이다. 예술이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깨우는 실천이기도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지역의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의 실천을 통하여 지역 집단에 재인再認된다. ● 봉산문화회관 제4전시실의 개관기념 전시 '기억 깨우기'는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대구의 가치를 예술을 통하여 기억하려는 시도이다. 대구미술과 대구 지역성, 우리 것의 가치를 나눌 이 전시는 12월까지 시리즈개인전으로 진행되며, 정병국, 김호득, 이명미, 류재하 작가의 참여로 이어진다.

김호득_봉산문화회관_2010

"기억 깨우기Ⅱ『김호득』展"은 그 두 번째 전시이다. '일필휘지一筆揮之의 필치',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에너지', '자연과 그 에너지의 시각화'로 읽혀지는 미술가 김호득의 작업은 그동안 '파격과 저항정신', '부정과 도전', '전통에의 이탈과 회귀'등의 수식어로 논의되어왔으며, 우리그림에 관한 실험의식과 그 실천적 의미들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폭포」, 「흔들림, 문득」 등의 작업에서 우리그림을 향한 논의의 확대와 수묵에의 치열한 의식을 비롯하여 일회성, 즉흥성, 일필휘지로 이해되는 전통회화의 동시대적 해석 등 지속적인 자기수렴과 제안의 진정성을 감지할 수 있다. 작업에 임하는 작가의 태도와 작업성향에 대해서는 김병종의 논의를 참고할 수 있다. "그는 재료의 선택이나 제작의 전 과정에 있어서까지도 타성적 태도와 규격화를 거부한다. 화선지 대신 화견畵絹도 아닌 올 굵고 투박한 광목을 즐겨 쓴다든지 중봉中鋒이 없는 편필로써 골법적骨法的 묘사를 아예 포기해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의 작업은 또한 철저히 일회적이어서 하도下圖와 본화本畵가 따로 없고 설명적 지엽말단의 세기細技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의 작업형태를 굳이 변별한다면 사의寫意와 사실寫實의 중간적 형태로서 추상도 아니고 구상도 아닌 작업들이 대부분이다.(1986년 관훈미술관 개인전 서문)"

김호득_봉산문화회관_2010

이번 전시출품작은 작가의 이전 작업에 관한 기억을 깨우기도 한다. 먹빛이 가득 스며들어 깊고 현玄한 직사각형 종이섬유질 표면, 그 가운데를 밝은 색 분필 선이 세로획을 그어 내려가며 亅(갈구리궐) 형태의 긴장 흔적을 남기고 있다. 5.2미터 높이의 전시장 벽면을 깊은 수묵과 亅형태의 긴 호흡 50여 단위로 가득 채운 몰입적 전시환경에서 「폭포」의 쾌감을 기억하는 것은 왜일까? 이 기억은 '우리그림'에 대한 현재적 사건인 작가의 제안에서 비롯된다. 작가는 1997년 공간지 4월호 김홍남과 인터뷰에서 요즈음 미감에 맞는 조형성 개발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겸재의 「박연폭포」와 자신의 「폭포」를 비교하였다. 거칠면서도 정감 있는 자연계곡의 사실적 덩어리와 이를 수직으로 가르며 한 선으로 쏟아져 내리는 흰색 폭포줄기는 겸재의 것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지만, 1997년작 「폭포」와 2007년작「폭포」, 이번 전시작으로 이어지는 김호득의 현재적 사건들과 맥락이 닿아있다. 내면의 에너지를 표출해내는 '직선의 동세', '일필휘지'의 생생한 즉흥, '기운생동'의 에너지 등은 우리그림의 정체성에 관한 작가의 직관적이고 실제적인 현재 추상들이다. 작가는 이를 '그리는'그림이 아니라, 선조들의 호흡법을 터득하여 '하는'그림의 것이라고 이해한다. "우리는 그들(우리선조)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이며 분명 똑같은 호흡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만 남의 좋은 것을 흉내 내고 따라 잡기에 바빠 우리가 호흡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냉정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의 숨결을 확인하고 그리고 우리의 선조들의 호흡법을 느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호흡법을 익히고 통해야 한다. 그리하여 건강한 우리의 호흡을 밑바탕으로 우리를 막무가내로 현혹하는 외세의 파도와 떳떳이 정면 대응하여 결코 그들을 두려워하거나(외면하거나) 그들에 함몰되지 말고 그들을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1988년 토갤러리 개인전 작가발언)"

김호득展_흔들림-문득, 공간을 느끼다_시안미술관_2009

「폭포」에 관한 압축된 기억은 '자연과 그 에너지의 표현으로서 물줄기'이다. 이는 우리 자연생명의 이형사신以形寫神적 전신傳神이고, 우리 미감의 정체성과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정신, 사상, 본질 등의 가치들에 대한 현재적 '기억 깨우기'일 것이다. 예술가의 기억으로 그려내는 이 특정한 융합(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공간과 오브제, 흑과 백 등)의 세계는 작가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우리지역의 본연적 가치를 담고 있다.

김호득展_흔들림, 문득_일민미술관_2002

다시, 대구의 가치-'기억 깨우기'가 가능한가? 이 전시는 예술의 기본적인 실천으로서 '기억 깨우기'를 생각하고, 관객의 상상, 몰입, 전율의 체험을 통해 지역의 기억 깨우기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우리시대의 '선택'과 미의 '진면목'이라는 가치에 관한 담론 나누기를 기대하며 '하는'그림을 그린다. ■ 정종구

김호득展_학고재_2008

나는 요청받은 이번 전시, 즉 이번 전시장을 위해 하나의 음모를 꾸몄다. 전시장은 작고 길며, 한쪽 천정은 너무 높고 한쪽은 너무 낮다. 한마디로 참 유니크하다. 한참 동안 고심한 끝에 한 가지 주제를 설정하고, 한쪽은 확산-펼침, 다른 한쪽은 압축-쌓임으로 나타내 보기로 하였다. ● 우선 저번 전시(영천 시안미술관 개인전)때 설치작업을 위해 준비했으나 처음 의도대로 쓰지 못했던, 앞뒷면 전부 까맣게 먹칠한 전주한지 100장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이 종이는 석자, 일곱자 짜리(96cm×210cm)로서 작지 않은 크기인데, 한 장 한 장 앞뒷면을 곱게 100장씩이나 먹칠을 한다는 게 장난은 아니다. 그러나 하얀 한지에 까만 먹을 입혀나가는 작업은 선긋기-그리기-칠하기-지우기-채우기-가득 채우기, 그러나 결국은 아무 것도 없게 만들기 작업을 끝도 없이 반복하는 작업인데, 그 과정이 나름 재미가 쏠쏠하다. 항상 다니는 목적지를 매일 약간씩 다른 코스로 100일 동안 가볍게 산책한 느낌인데, 그러한 나름대로의 공간탐색 작업을 한 결과는 그냥 까만 먹종이 백장이 내 앞에 남았을 뿐이다. 이것이 그림이냐, 그냥 까만 종이냐, 그건 나도 모를 일이다. 참고로 이 까만 한지 100장은 그냥 하얀 한지 100장과 같이 까만 공간의 전시장 바닥에 다섯 달 동안 나란히 누워 있었다. 시체처럼.(시안미술관 제2전시장 설치)

봉산문화회관 제4전시실_2010

나는 이번 전시에 이 종이 한 장 한 장에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최소한의 행위로 최대한의 생명력 불어넣기. 너무 욕심이 과한가?ㅎㅎ.. 암중모색. 어느 날 갑자기 한 아이디어가 섬광처럼 머리를 때렸다. "까만 墨 종이에 白墨으로 그리기!" 원래 紙, 筆, 墨, 硯은 文房四友로서 필기도구이기도 했다. 그 중 筆墨의 역할이 근대에 와서 소위 요사이 말하는 粉筆이 어느 정도 담당할 수 있었는데, 그 이름을 처음에는 白墨이라 불렀다는 것은 참 그럴 듯한 발상이다. 나도 그 뜻을 그대로 살려보자. 먹으로 다 칠해 까맣게 되어 더 이상 그릴 수 없는 종이에 다시 백묵으로 그리자! ● 최소한의 흔적으로 그림 만들기 / 수평으로 접힌 자국과 중앙에 수직으로 그은 한 획 / 가장 간단한 풍경 이미지 / 직선과 곡선의 변주 / 죽 그어 내리다가 살짝 삐침-그 표정의 미묘한 변화 / 바람 / 숨통 / 안과 밖 / 긴장과 이완 엄격함과 부드러움. 많은 것을 생각하며 70장을 그었다. 그리고 한 장의 까만 종이에 하얀 선을 수백 번 그었다. 까만 바탕이 하얗게 될 때까지. 넓은 쪽 공간에 한 선씩 죽죽 그어진 까만 종이 51장을 3층으로 천정까지 가득 채웠다. 반대편 작은 공간에 수백 번 선을 그어 白墨을 뽀얗게 머금은 까만 바탕 墨 종이 한 장만 달장 걸었다. 다 설치하고 나니 보는 사람마다 다 폭포란다. 나는 '폭포'와 '흔들림, 문득'이 드디어 합쳤다고 생각했다. ■ 김호득

Vol.20101111e | 김호득展 / KIMHODEUK / 金浩得 / mixed media.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