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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1109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듬_GALLERY IDM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 1511-12번지 1층 Tel. +82.51.743.0059 www.galleryidm.com
물리적으로 약간 변형된 것, 보여지기는 하지만 그려지거나 보태진 것이 없는 그것은 존재나 환영의 문제를 야기한다. 그것은 아래의 추상적 형상과 조응하며 명상적인 공간을 창출한다. 글쓰기나 그리기의 원초적 단계를 형성하는 흑연은, 작가가 말하듯이 그자체로 명상하듯이 파고드는 면이 있다. 작가는 시작 단계에서 전체적인 볼륨만 만들어 놓고 하나하나 파고든다. 작품에 개입되는 우연적 요소가 별로 없으며, 격렬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에 비해 단조롭고 건조하기 까지 한 방식이다. 그러나 이렇게 꼼꼼히 채워가는 시간이 중요하고, 이 과정 속에서 정신은 명상에 빠져 들듯 투명해 진다.
허의 공간을 포함하여 섬세하게 굴곡진 형상들은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정헌조의 작품은 다채로운 내용이나 형태로 채워지기 보다는, 존재(being)에 대한 의미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탐색한다. 여기에서 존재란 개별적 사물이 아니라, 특정한 방식으로 주어진 모든 것을 가리킨다.
타자들과 이질적인 것, 다원적인 것이 선호되는 현대에, 이러한 동일성의 사유는 철지난 시대의 권위주의는 아닌가. 그러나 현대의 사유가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증명한 것은 동일성 이면의 타자들이었다. 그렇다면 역으로 타자의 이면은 바로 동일성이라는 논리도 성립--평생을 플라톤주의를 거꾸로 쓰기 위해 노력했던 현대 철학자 질 들뢰즈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된다. 고요한 현재 속에 이상적인 형상에 머무르고 있는 정헌조의 작품은 경직된 환원주의나 과거로의 복귀가 아니라, 현대의 복잡다단한 이질성의 이면인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거대한 주머니나 그릇 같은 형상은 그것이 가지는 자체 완결성보다는 그 안에 담겨져야 할 무한한 내용물을 예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선영
Vol.20101109h | 정헌조展 / JEONGHEONJO / 鄭憲祚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