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110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_GANA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1층 Tel. +82.2.734.1333 gana.insaartcenter.com
『[ ]-holic』 ● 조 송의 그림은 그녀와 관객 사이의 숨바꼭질 놀이다. 그녀는 감추고 관객은 찾는다. 친절한 그녀는 꼭꼭 숨기지도 않는다. 그래서 관객은 찾기를 포기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가 감추고 있는 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그녀의 그림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애인처럼 감칠맛 나게 매혹적이다.
살짝 들려진 틀: 또 다른 공간의 단서 ● 작품 「Blue Emotion」이나 「Blue Eyes」에는 그녀의 작품에서 꾸준히 발견되는 캔버스라는 틀 안에 또 다른 틀이 있다. 견고할 것만 같았던 그 틀이 가는 끈에 의해 살짝 들려지면 우리에게 보이는 화면 너머, 또 다른 공간의 빛이 살며시 그리고 부드럽게 쪼개지며 이쪽으로 침범한다. 조 송은 원근법을 버린 듯 색과 면을 사용하여 평면적으로 공간을 구성하지만, 미지의 공간에 대한 단서는 스푸마토(sfumato) 화법으로 처리했다. 그것은 그녀의 그림 전경, 평면 환경 너머에 있는 새로운 미지의 공간 혹은 이상한 나라의 존재 그리고 그 곳에 숨겨진 그 무엇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작품 「Blue Emotion」이나 「Blue Eyes」에서의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가늘고 붉은 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에서 모자를 쓰고, 시계를 가진 토끼의 역할처럼 미지의 공간을 몰래 들여다 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거나, 거기에 있을 숨겨진 그 무엇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 공간 속으로 들어서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유혹의 장치이다.
앨리스의 눈물 ● 그래서일까? 조 송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소재로 한 전작들이 있다. 작품 「주루룩 I」과 「II」는 모자를 쓰고, 시계를 가진 토끼를 따라 들어 선 동굴에서 낯선 환경과 신체 치수의 변화를 겪는 앨리스의 이야기이다. 그녀가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과 그 당혹한 상황에서 흘리는 눈물을 조 송은 인간의 눈물샘에서 나오는 맑은 분비액이 아닌 오랜 기간 인고의 세월을 견딘 조개의 이상분비물인 영롱한 빛을 담은 딱딱한 덩어리, 진주로 표현했다. 진주로 화석화(化石化)된 '앨리스의 눈물'은 선정적(煽情的)인 붉은 망사 스타킹 혹은 붉은 망사 주머니 속에 담겨 붉은 망사와 긴장의 상태로 대치하고 있다. 작품 「주루룩 I」, II」의 장면은 앨리스의 눈물에 녹아 있는 무모하지만 순수한 화가의 소녀성이 세상의 순리와 규칙을 따르는 분별력으로 지각 있는 여성성의 외피를 뚫고, 표층 위로 나오려는 긴장의 상황과 갈등하는 두 힘이 대치하는 그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조 송의 살짝 들려진 틀 너머에 숨겨진 그 무엇은 바로 이 장면인지도 모르겠다.
비너스의 탄생 그리고 nova ● 살짝 들려진 틀 너머로 보이는 공간에 화가가 숨겨 둔 소녀적 감성(感性)과 여성적 이성(理性)의 대치 장면은 작품 「Venus I」과 「II」에서 좀 더 정리되고 승화된 모습으로 다시 보여진다. 작품 「Venus I」과「 II」에서 화면의 정 중앙, 정직하게 위치한 앨리스의 눈물과 같은 형상이 눈물이 아니라 비너스인 것은 그 형상의 맨 위에 달린 붉은 날개, 에로스를 지시하는 지표가 있기 때문이다. 작품 「주루룩 I」과 「II」에 내포된 소녀와 여성이라는 양가적(兩價的) 구조를 지닌 앨리스의 눈물이 우라노스의 잘려진 성기에서 어머니 없이 태어난 신성(神性)과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나 지상(地上)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여성 원형으로서의 비너스로 이행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우주의 조화에 대한 완벽한 인격화(Venus Humanitas)인 비너스를 그린 보티첼리(S. Botticelli)의 「비너스의 탄생, The Birth of Venus」은 그 당시 신플라톤주의자들의 사상을 시각화했다. 바람의 신 제피로스의 도움으로 토스카나 해변에 이르게 된 비너스의 도착 장면이 피렌체 문화에 초월적이고 형이상학적 세계로의 여명(黎明)으로 해석되는 것처럼 작품 「Venus I」과 「II」는 화가로서의 조 송에게 새로운 차원으로의 여명을 알리는 작업으로 해석 될 것이다. 또한 「Venus I」과 II에서 보이는 비너스의 볼륨 있는 형태와 영롱하고 빛나는 살결의 표현은 여성성을 표현하는 조 송만의 아이콘(Icon)이 될 것이다. 작품 「Nova I」과 「II」는 그러한 의미에서 육안이나 망원경으로는 잘 보이지 않던 어두운 별이 갑자기 수천 배에서 수만 배로 밝게 빛나 그 존재감을 드러내듯이 조 송의 내면에 잠재해 있던 혹은 숨겼던 그 무엇이 드러나고 밝혀지는 신성의 출현을 시각화한 것이다.
100년 동안의 고독 ● 작품 「Alone - 백 년의 고독」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Jose García Márquez)의 1967년 「백년의 고독,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이라는 작품에서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의 고독과 그녀의 고독을 동화(同化)시킨 작품이다. 분필로 그린 지름 3m의 원 안에서 스스로를 보호한다지만 결국은 소통을 막고, 홀로 고독의 울타리에 갇힌 아우렐리아노. 또 다른 울타리인 작업실에 틀어박혀 홀로 고독하게 반복적으로 황금 물고기를 만드는 아우렐리아노. 어느 날, 서커스단이 지나 간 뻥 뚫리고 환한 공간에 날개미들로 가득 찬 하늘과 서커스단이 지나 간 빈 공간에서 허전한 마음을 부여잡고 여전히 남아 있는 일부 구경꾼들을 보면서 아우렐리아노는 마지막으로 비참한 고독을 응시한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가 묶여 있던 밤나무 아래에서 죽는다. 조 송의 작품에 등장하는 붉은 망사가 아우렐리아노가 세상을 향해 그려 놓은 지름 3m의 원이나 고립된 채, 황금 물고기를 만들던 그의 작업실의 또 다른 형상일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발언에서 아우렐리아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고독의 비참함이 어쩌면 예술가의 천형(天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2010년 11월, 조 송의 전시 『[ ]-holic』은 숨겨진 공간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욕망과 호기심, 비너스의 '육체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성찰로 '초월적이고 형이상학적 아름다움'을 통해 미의 본질을 갈망하거나 비참한 고독에 중독되는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holic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시에 화가 조 송이 관객에게 던지는 아무리 가져도 목마른 그 무엇, 현대인의 holic에 대한 질문이다, 조 송의 전시에서 관객 개개인은 자신들만의 holic 주제인 [ ]를 채우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 Danie Lee
Vol.20101107c | 조송展 / CHOSONG / 趙松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