練習

박미현展 / PARKMIHYUN / 朴美賢/ drawing   2010_1102 ▶ 2010_1123

박미현_한지에 샤프펜슬_64×92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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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_플랫폼 플레이스 629

관람시간 / 11:00am~08:00pm

플랫폼 플레이스 629_platform PLACE 629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5-27번지 Tel. +82.2.517.4628

전시 제목을 '練習'이라고 한 이유는? 습작이라는 뜻인가? ● 연습練習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몸에 습習을 붙이는 일과 다름없다는데 생각이 미쳤고, 내친 김에 사전을 찾아보니 연습에는 '학문이나 기예 따위를 익숙하도록 되풀이하여 익힘'이라는 뜻도 있었다. 작업은 내게 주어진 조건들을 잘 살피고, 단련하여 익숙하게 하는 일이므로 연습과 다르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내 모든 작업은 '習作'인 셈이다.

박미현_한지에 샤프펜슬_각 63×46cm_2010
박미현_한지에 샤프펜슬_각 46×63cm_2010

수채화지에 0.4mm의 가는 펜으로 작업했었다. 이번 전시에서 샤프펜슬과 한지로 재료를 바꾸게 된 이유는? ● 어느 순간부터 펜을 사용할 때 느껴지는 '필압'이 견디기 힘들었다. 반면에 한지 위로 샤프펜슬의 흑연이 퍼져 나가는 느낌은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면서도 펜에 비해 필압이 덜했다. 샤프펜슬(연필) 작업을 하기에 적절한 종이를 찾았는데, 처음 선택한 종이가 기름먹인 두꺼운 한지였다. 유지油紙는 장판지로 쓰일 만큼 견고한데다 연필과의 궁합이 나쁘지 않았다. 유지에 묻은 흑연은 잘 지워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발색도 좋았지만, 유지를 주재료로 하기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따랐다. 기름이 고르게 배이지 않은 두꺼운 유지는, 같은 종이 안에서도 건조시간이 달랐다. 특히 한여름에는 기름을 많이 먹은 부분이 끈적거려, 작업에 적절한 상태를 가늠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고른 종이가 표면을 잘 다져 비교적 매끄럽게 만든 한지였다. 압착으로 표면의 밀도가 높아진 한지는 수채화지나 판화지보다 흑연이 뭉치지 않고 잘 퍼진다. 비록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유지가 가진 매력도 포기할 수 없어 적절한 표현방법을 모색 중이다. 새로운 재료들과 만나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박미현_유지에 샤프펜슬_각 47×36cm_2010
박미현_한지에 샤프펜슬_각 32×46cm_2010

그려진 형상들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몇 가지 형상들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이미지에 대한 선호가 있으나, 이에 대한 '명백한' 이유를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언젠가 플라톤이 '우주의 생성'을 요소론으로 설명하려 한 내용을 접하고 흥미를 느꼈다. 플라톤은 엠페도클레스의 네 원소 이론을 계승하여 다섯 종류의 다면체에 각각의 원소를 상응시켰는데, 불은 사면체, 공기는 팔면체, 물은 이십면체, 흙은 육면체, 우주 전체는 천구와 가장 가까운 모양인 십이면체와 짝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흙과 상응하는 육면체를 정다면체 중 가장 불변하는 것으로 여겼다.(데이비드 C. 린드버그, 이종흡 옮김, 『서양과학의 기원들』, 나남, 2009, p.81.) 플라톤의 영향을 받은 단테는 『신곡』에서 불행과 시련을 이겨내야 하는 인간에 대한 은유로 "사람은 착한 사각형, 정육면체"라고 노래하기도 한다.(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송병선 옮김, 『칠일 밤』, 현대문학, 1996, p.19. ) 작업에 사용된 형상과 그 의미가 처음부터 '플라톤의 입체'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지만 그 연관을 발견하고 의식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또한 플라톤의 입체가 수학자/철학자들에게 명상의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어째서 그러한 것인지 책에 나와 있는 매뉴얼대로 작도作圖도 해보고, 예전의 그들처럼 형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지만 좀처럼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대로의 소박한 답을 얻었다. 이번 전시에 어설프게나마 내가 얻은 답이 담겨 있다. 그리고 형상들은 대체로 '기둥 모티프'의 조합과 변주로 이루어져 있다. 같은 형태의 블럭조각이 각기 다른 조합들로 여러 가지 형상들을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 박미현

Vol.20101106b | 박미현展 / PARKMIHYUN / 朴美賢/ draw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