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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1110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_12:00pm~06:00pm
갤러리 그림손_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 www.grimson.co.kr
소재의 유형화를 피하고 늘 새로 보는 것처럼 그리기 위해 그는 자신의 실제 손을 모델로 한다. 왼손이 모델이 되고, 오른손으로 그리는 식이다. 편의를 위해 간혹 거울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사진이나 영상은 활용하지 않는다. 직립보행을 통해 대지로부터 손이 자유로워진 이래, 인간의 손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의 작품에는 방향 지시, 의사전달, 숫자 세기 등 손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의 형태가 포함되어 있다. 그가 손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그림 연습을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손의 모양이 야기하는 여러 느낌에 매료되어 주목하기 시작했다. 손은 다른 형상들과 중첩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손 자체만 부각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손들이 모여들어서 다른 형상으로 변모하거나 특정한 자세를 취한 형태의 손이 반복되곤 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비슷하지만 동일하지는 않은 손의 형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관객은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그는 다가와서 봐야 하는 동양화의 특성을 강조한다.
윤기언의 작품에서는 하나의 동일한 항이 반대의 것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 가위 안에 주먹을, 보자기 안에 가위 등을 채워 넣은 작품, 왼쪽을 향해 있으나 안의 손들은 오른쪽을 향한 작품 등은 동일한 몸체를 이루는 이질적 타자들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여기에서 사회적으로 약속된 게임의 원칙이나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는 특정한 지시기능은 그 내부를 채우는 이질적 힘들에 의해 무력화된다. 선으로 다양한 손의 자세를 보여주는 작품 「어디로」는 한쪽 방향을 향한 손들이 화면 전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바탕이 안 보이는데, 여기에서 그는 일러스트같은 명료함 속에 존재하는 혼돈, 즉 방향상실과 불명료함을 표현한다. 윤기언은 2008년에 작성된 작가노트에서 '미시의 세계와 거시의 세계, 아름다움과 추함, 옳은 것과 그릇 것 등이 실제로 서로 다르지 않음을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은 늘 이 상징적 우주 속에 살아왔는데, 공유된 상징체계가 점점 와해되면서 대표적인 상징형식이기도 했던 예술 역시 신화나 종교, 언어와 같은 보편적인 관념체계로부터 유리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유리는 '자율성'이라는 명목으로 포장되었지만, 예술의 뿌리를 잘라낼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이기도 했다. 현대는 상품형식으로 포장된, 코드화된 기호체계로 이루어진 사이비 우주를 벗어나면, 즉물적인 현실 그 자체가 험악한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푸코는 근대에 와서 유비적 사고가 해체되면서 언어와 세계의 깊고 가까운 관계는 붕괴되었다고 말한다. 사물과 단어는 서로 분리되었고, 그러므로 눈은 보는 것으로, 오직 보는 것으로 제한되었고, 귀는 듣는 것으로, 오직 듣는 것으로 제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리는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 그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없다. 그것은 또 다른 융합을 위한 단계로서 가치가 있을 뿐이다. 전문화와 분업을 위해 모든 것을 파편화시켰던 근대를 통과하면서, 융합은 예술가들 뿐 아니라 첨단을 추구하는 과학기술자들의 지향하는 바가 되었다. 다소간 고풍스럽게 보이는 윤기언의 작품은 형식화되고 자율화된 제 언어에서 새로운 의미의 그물망을 짜기 위해 실험하는 현대의 문화적 생태계에 속해 있다. (2010년 1월 개인전 서문에서 발췌) ■ 이선영
■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10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장 임대료, 인쇄료, 홍보료, 작품재료비 및 전시장 구성비, 전시컨설팅 및 도록 서문, 외부평론가 초청 워크숍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101105f | 윤기언展 / YOONKIUN / 尹基彦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