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1104_목요일
후원_갤러리 보다 컨템포러리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비주얼아트센터 보다 CENTER OF VISUAL ART BODA 서울 강남구 역삼로 북9길 47(역삼동 739-17번지) boda빌딩 Tel. +82.2.3474.0013 www.artcenterboda.com
오늘날 동시대 미술의 맥락안에서 사진예술가들이 당면한 중요한 문제중 하나는 사진이미지가 의미를 작동시키는 방식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진이 작가의 작업실에서 나와 공적인 영역, 즉 갤러리나 매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것은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 그 수용자와의 관계와 그것이 놓이는 개별적인 맥락 안에서 한시적으로 유효한 의미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때때로 작가의 의도를 거스르거나 가끔은 그들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는 곧 순수예술로서의 사진이라는 매체가 작가의 의도나 메세지를 전달하는 도구로서 존재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거나 매우 제한적으로만 의미가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사진이미지가 동시대 예술로서 안전하게 수용이 되기 위해 사진예술가들에게는 단순한 영감과, 열정 그리고 기술적인 완성도 이상의 어떤것이 요구된다. 그 어떤것이란 이미지 생산자가 작업의 제작과정 전반에 걸쳐 자기 분석적이고 비평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여기 세명의 젊은 사진 예술가들이 이 전시에서 촛점을 맞추고 있는 지점이다. ● 이 전시의 타이틀인 Progress는 사전적으로 전진, 진행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어떻한 행위가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과정 process의 의미를 내포한다. 그리고, 여기서 process는 progress를 위한 제반조건으로써 작가의 다양한 판단과 선택이 수행되는 지점이자 작품의 내적인 논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새롬, 정영구, 조윤경 이 세 명의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서 작업의 최종결과물 end-product로서의 사진이 아닌 그 결과물을 얻기까지의 process를 취해 형식을 부여하고, 정제된 시각적 창작물로 제시한다. 이들은 편집과정에서 누락된 B컷 이미지를 노출시키거나 작품에 제목을 붙이는 행위를 낱말카드 형식으로 제시함으로써 작품의 제작과정을 드러내는데, 이를 통해서 작품은 작가에게는 자기반성적인 역할을 함과 동시에 관람자를 감상자가 아닌 작품을 읽는 독자로 변형시킨다. 물론 이러한 대리보충의 미학과 관련된 전략은 이미 6, 70년대 개념미술가들에 의해 충분히 탐구되어온 접근방식이지만, 이제 막 작품활동을 시작하는 젊은 사진가들인 이들이 보여주는 자기비평적인 전시형태는 매우 고무적이라 할 만 하다. 특히 작품의 내적 논리보다는 최종결과물의 시각적인 완성도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팽배한 오늘나의 사진계에 이들의 실험은 소박하지만 매우 의미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 정희승
territorial dispute ● 이 작업은 차이의 부류 사이에 낀 관찰자로서 관조적인 입장에서 시작된다. 쓰레기투기, 일조권 침해, 환경오염 등 사회에서 발견되는 여러 상황에 대한 '나'의 주장을 꺼내지 않고 그저 장난감 같은 소재로만 사용한다. 이 곳에서 꼭 살아 남아야 하는 주장도 없고 그저 잠시 지나가던 여행자의 마음가짐. 작업은 비연출 로 진행되며 제목을 정하는 최소한의 개입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때로는 제목이 없기도 하다. 누구라도 마음 속으로나마 일련의 작업과정에 동참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이미 붙어있는 제목은 촬영을 하는 순간 느꼈던 심상을 짧은 단어의 조합으로 표현해놓은 일종의 예시답안일 뿐이며 모범답안은 아니다. ■ 조윤경
The Climbing Monkey ● 기억 [記憶] ;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생각해 냄. 기록 [記錄] ;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 기로 [岐路] ; 갈림길. 수많은 기억 속에서 유영하는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 매체의 선택은 순전히 기억을 인식하는 사람의 강요 없는 의무 - 어느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 순간이 흘러왔든, 지금부터 흘러갈 시간이든지. 무의식적으로 계속 잊혀져 가는 기억들을 지금이라는 또렷하게 인지할 수 있는 순간에서 기록을 함으로써 '지금' 뒤에 놓일 기로를 후회 없이 선택하고 싶었다. 오랜 기간 고난으로 인해 흔들리지만 꿋꿋하게 살아남는 나무처럼, 잊혀 지려 인지의 끈을 놓는 과거를 현재라는 시간에 가두어 그것을 통해 미래를 다지는 기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즉, 'The climbing Monkey'는 연약하고 부드럽지만 강함을 내세우는 나무와 함께 삶을 조명하는 자화상이다. 세파에 시달려도 꺾이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여 진정한 '나'를 만들어야 하는 일종의 사명. 그리고 쉽게 발설하지 못했던 각자의 비밀스런 이야기. 'The climbing Monkey '를 통해 이 모든 것들과 은밀하게 관계를 맺으려 한다. ■ 박새롬
990 ● 처음 토익시험 을 본 기억은 대학교2학년 때 이다. 학교의 정책인지 뭔지 너도나도 시험을 보는 바람에 별 뜻 없이 시험을 친 점수는 990점 만점에 430점 이였다. 더 이상 나에게 의미를 가지지 못했던 토익시험 은 작년 내 고등학교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내 작업의 소재가 되었다. 공부를 잘하진 않았지만 노력파 였던 내 친구는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 토익시험 을 공부하고 있는 중 이였다. 나의 짧은 상상력으로는 그 친구가 하려는 일이 도무지 영어와는 관련이 멀어 보였고 그 친구도 단지 이 시험은 '과정' 이라고 하였다. 나는 이 공장이 재밌어 지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이 공장 사장의 아이디어를 따라가 본다. 적당히 넓은 그의 갈색나무 책상에 가족들과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있고 그가 동남아로 수출하는 물품들 광고전단에는 세계로 라는 단어가 다른 글씨보다 두껍다. 단지 내수용으로 '전락'하지 말아야 할 그의 꿈이 빨리 돈을 벌어 유럽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내 친구의 꿈을 방해하지 않기를 바라며 사장이 원하는 토익시험 을 내 스스로 탐구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토익시험지 첫 페이지에는 올바른 설명을 찾아야 하는 사진문제들이 나온다. 사진들은 언제나 '장소'와 '무엇'을 이야기한다. '국제적인' 이란 이름을 달고 나오는 토익시험 의 사진에서 한국은 아니지만 한국인 것 같기도 한 묘한 영역의 사진들이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이미지를 재생산 하게 하였다. 이러한 나의 개인적인 토익공부 가 내 친구와 사장의 조용한 타협을 주선 할 수 있길 바란다. ■ 조영구
Vol.20101104a | Process for Progres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