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풍경(斷片風景)-집宇집宙

박현우展 / PARKHYEONWOO / 朴賢雨 / painting   2010_1103 ▶ 2010_1109

박현우_단편풍경(斷片風景)-집宇집宙1001_장지에 채색_77×186cm_2010

초대일시_2010_110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3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단편풍경(斷片風景) 사이를 초월하는 우주의 집 ● 인간은 시간의 하중을 짊어지지 않고 삶을 영위하기를 동경한다. 그리고 원형(原型, archetype)의 공간 속에서 영원함을 누리기를 염원한다. 원형의 우주 공간 속에서 시간을 잃어버린 영원한 삶의 공간은 인간의 상상 속에서 끝없이 발생하며, 의식 이전의 우주를 생성시킨다. 그 우주의 공간과도 같은 집이 있다. 구름이 흘러가다 바람을 기다리는 하늘, 달의 뒤편 어느 중심도 없는 곳에 창문을 내고, 파도에 넘실거리는 문을 바다 위에 기대어 놓은 집, 하늘과 바다에 창문과 문을 낸 집은 '집宇 집宙'라고 지칭하며 만물이 함께 거주하는 우주 자체인 '집'이 된다.

박현우_단편풍경(斷片風景)-집宇집宙1002_장지에 채색_77×186cm_2010
박현우_단편풍경(斷片風景)-집宇집宙1003_장지에 채색_46×58.5cm_2010
박현우_단편풍경(斷片風景)-집宇집宙1004_장지에 채색_100×62cm_2010

박현우는 우주 자체인 집으로 이루어진 집합적 원형(圓形)의 무대를 화폭에 띄워놓고, 만물이 행성처럼 우주의 공간 속을 유영하게 한다. 하지만 작가가 표현한 우주의 집은 원형(原型)의 집합적 무의식적 공간 속에서 시간의 하중을 잃어버린 채 영원하고자 기원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만물이 함께 거주하는 집이라는 공간 때문에 모든 물질의 차이와 에너지의 변화, 사건의 끝없는 발생과 사라짐, 그리고 인간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하는 동일성(同一性)의 공간을 구축하지 않기 때문이고, 만물의 마음이 그 전체 역사를 통해서 획득한 우주적 무의식을 품은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우주의 풍경을 단편풍경(斷片風景)이라는 조각난 풍경으로 분해한다. 집은 해체되어 서로 다른 진리를 품은 천체(天體)가 되고, 위성(衛星)을 데리고 떠돌며 진리의 흔적을 또 다시 지운다. 단편의 조각들로 나뉘어져 서로 차이를 품고, 편재하는 집은 정주(定住)하지 않고 부유하듯 흘러간다. 작가는 집을 통해서 '겹'의 우주를 발견하고, 겹의 우주들이 혼융되는 그림 속에서 물을 끌어안고, 물속 미지의 생명은 또 우주를 만들어 하나의 겹을 이룬다.

박현우_단편풍경(斷片風景)-집宇집宙1005_장지에 채색_65×45.5cm_2010
박현우_단편풍경(斷片風景)-집宇집宙1007_장지에 채색_71×38cm_2010

그러나 작가는 부유하는 집을 조각난 풍경의 상태로만 놓아두지 않는다. 단편의 조각들로 나뉘어져 우주를 끝없이 유영하는 풍경, 정주하지 않는 집의 우주를 생각하며 해체주의나 노마디즘(nomadism)에 경도 되지 않고, 경계 없는 우주를 또 다시 초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단편으로 나누어진 집의 풍경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우주의 겹을 이루는 집의 집적(集積)만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화폭 속에는 현실의 집을 초월하고, 단편풍경을 이루고 있는 해체의 집, 역시 초월하여 재구축하는 초월의지를 가지고 있다.

박현우_단편풍경(斷片風景)-집宇집宙1010_장지에 채색_46×70cm_2010

박현우의 채색화 속에서 의미하는 초월은 일체의 판단을 중지함으로써 얻어지는 순수한 주관의식으로서 현상학적 초월이 아니다. 사람이 현실 속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그 참여 과정으로부터 이탈하여 자신의 참여를 타자화(他者化)하여 다시 되돌아보는 초월이다. 그것은 삶의 자리로 '되돌아감'을 전제로 하는 초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변형되지 않는 최초의 원형적 공간, 혹은 그 상태로 회귀하고자 하지 않고, 피안의 세계를 지향하지도 않는다. 작가는 태초의 공간으로 나아가 누리는 마음의 자유보다는 삶이 거주하는 우주의 집을 부둥켜안고 자신과 현실을 극복하며 초월할 수 있는 집의 형태, 또 한 겹의 우주를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 이병욱

Vol.20101103d | 박현우展 / PARKHYEONWOO / 朴賢雨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