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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0 이랜드문화재단 사옥공모 작가전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주말 휴관
이랜드 갤러리 E-LAND GALLERY 서울 금천구 가산동 371-12번지 이랜드빌딩 Tel. +82.2.2029.9885
잊혀진 공간의 회복을 위한 풍경화 ● 김윤희의 그림을 처음 보았던 것은 2008년도 관훈갤러리에서 열렸던 개인전에서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동네풍경이나, 지방국도를 지나면서 봐왔던 익숙한 마을모습을 그린 그림들이었다. 그 작업들은 소재가 갖는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자연으로 상징되는 나무와 숲 혹은 들판과 인공 건축물들이 서로 이질적이면서도 어우러지게 놓여있는 생경한 풍경을 재현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여타의 전통산수화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고, 늘상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잘 인식하지 못하는 주변의 풍경을 낯선 시각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이 신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김윤희는 학부시절부터 꾸준하게 사생을 해왔다고 한다. 동학들과 함께 강원도 정선이나 그가 살고 있는 서울의 산, 혹은 경기도의 여러 곳을 여행하며 화폭에 담아왔다. 현장성에 기반한 그의 작품은, 수묵으로 그린 산수풍경과 아크릴채색을 가미한 건축물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완성되었다. 그의 작업이 사생을 근간으로 하는 실경산수의 전통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자연의 풍경 안에 자리잡은 건축물을 자연과 함께 조화시키는 테마를 선택한 점은 흥미롭다.
김윤희는 사생을 즐기고, 이를 기반으로 작업에 응용했다. 하지만 여전히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들이 겪는 '전통 산수화의 계승 ', 혹은 '이의 현대적 변용 '이라는 거대 담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듯하다. 1970~80년대 동양화 화단에서는 실경산수를 중심으로 한 수묵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후 90년대에 들어서서는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꾀하는 젊은 작가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으로 국내의 동양화 화단은 다양성을 모색하던 시기였다. 그 필두에 섰던 많은 작가들이 이제는 화단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하며, 후진을 양성하는 교육자와 작가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김윤희는 90년대 한국화 변혁의 진보노선에 속했던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고 교육을 받은 세대이다. 그래서 김윤희의 작업은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여전히 동양화의 새로운 변모를 지향하는 과도기적 성향의 연장선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근자에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들이 전통산수화를 변형하고 응용하여 '낭만 산수 ', '휘어진 산수 ', '조립된 산수 ', '옮겨진 산수 ', '공원 산수 ' 등의 표제를 내걸고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에서도 동양화 변화의 움직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들이 산수화라는 전통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 혹은 자기 변모를 위한 수단으로 전통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윤희 역시 그런 맥락에서 여타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들과 비슷한 위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젊은 작가답지 않게 동양화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과 노력이 녹아있다. ● 아크릴물감과 먹이라는 이질적인 재료를 가지고, 자연풍경과 건축물이라는 상충되는 물질을 한 화면에 조화시키고 있다. 작가는 스케치 여행을 통해 보았던 풍경들, 즉 아름다우면서도 거대한 자연 속에 있는 마을들의 모습이 재미있고 유머러스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또한 그는 우리 주변의 익숙한 풍경이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지방의 마을이나 서울의 동네 모습을 그림으로써 사람들에게 잊혀진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게끔 하고 싶었다고 한다. 산과 나무 등의 자연 이미지는 실제풍경 그대로 수묵으로 재현하였고, 건축물과 작은 나무들은 기호적으로 단순화시켜 채색을 가미하였다. 이때 작가는 집과 같은 건축물을 표현하는 것을 어린 시절에 즐겨 했던 레고(LEGO)놀이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알록달록한 원색의 레고 블록을 통해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 풍경을 만들어내는 유희적인 체험은 누구에게나 흥미로웠던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작가는 특별히 레고놀이를 좋아하기에, 이 레고블록을 작품으로 응용한 것이다.
근작 역시 2008년 개인전에서 보여주었던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실제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되, 거대 자연은 수묵으로 표현하고, 집과 건축물 그리고 작은 나무들을 기호처럼 풍경 안에서 부유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작업이 눈에 보이는 실제모습을 그대로 그리 것에 주력하였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감이 배제된 평면적 구성의 작품이 몇몇 눈에 띈다. 「놓여진 정선」은 하나의 거대한 섬이 우주공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풍경의 일부를 오려낸 듯한 모습은 검은색 배경의 2차원 평면에 들러붙어 초현실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왕관 한남동」 역시 장소에 대한 내러티브를 가미하여 공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서울의 부암동은 조선시대 왕족들이 많이 살았던 지역으로 예로부터 경관이 빼어난 곳이었다. 왕족을 상징하는 왕관 모양의 형체가 중앙의 산과 집들을 아래에서 지탱하고 있는 이미지는 「놓여진 정선」처럼 공중부양하는 거대한 비행선, 혹은 섬처럼 보인다. 또한 「한강」은 작가의 의도대로 선택된 풍경만을 작품으로 제작하였다. 절단된 한남대교의 여러 다리와 도시 건물들,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의 모습은 일종의 영화촬영 세트장처럼 그렸다. 이 수영장 같은 풍경 역시 허공에서 부유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혹은 잊혀져 버린 공간에 대한 회복을 꾀하고자 집요하리만큼 우리네 일상의 공간을 소재로 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동양화 화단의 '전통의 계승, 혹은 전통의 현대화 '란 화두는 이미 진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들에게는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던 떨쳐낼 수 없는 난제인 셈이다. 서구와는 다르게 동양문화권에서는 지필묵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회화 방식에, 근대기를 거치면서 서양의 회화가 유입되어 현재의 동/서양화를 구분하는 방식에 이르렀다. 따라서 아무리 한국의 현대미술이 그 매체가 다양화되며 증식을 꾀한다 하더라도, 장르의 고유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동양화라는 전통적인 매체는 사라지지 않고 후학들에 의해 학습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화의 정체성 문제와 동양화를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는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서도 지속될 난제일 것이다. 김윤희 역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로서 한국화가 안고 있는 이 무거운 시대적 사명을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본다. ■ 고경옥
Vol.20101102e | 김윤희展 / KIMYOONHEE / 金允熙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