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1027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_12:00pm~06:00pm
공근혜갤러리_GALLERY KONG 서울 종로구 삼청동 157-78번지 Tel. +82.2.738.7776 www.gallerykong.com
... 나는 작음의 세계 속에서 꿈꾸는 것이 기쁘다. / 숲 속의 정갈한 공기 속에서 / 습기로 가득 찬 축축한 숲길 걸을 때 / 한 송이 야생화와 눈길이 다을 때 / 나는 작음의 세계를 바라본다. // 대지의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대지의 울림이 / 대지의 세계로 향한다. / 대지의 세계 안에 있는 모란의 꽃잎 속에서 / 대지의 침묵이 내게 드리워진다 / ... 나는 그 속에서 무하유지향을 꿈꾼다.
무하유지향은 장자 철학에 있어서'지극한 덕이 이루어진 세계' ,'존재를 초월한 도의 세계','현실세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마을' 등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러한'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론적 근거는 道에 있다. 이러한 도의 세계상이 바로 '無何有之鄕'이다. 이러한 세계들은 차별과 대립을 넘어선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우(U: 없음)+토포스(Topos:장소)라는 어원을 지닌 서양의 유토피아(Utopia)의 개념과는 달리 이 현실 안에 있다는 인토포스(in-topos)"의 성격을 지닌다.(이종성)
이런 표현들은 장자의 텍스트에서 보여 지는 존재의 차별과 대립을 넘어서 소통되는 자유의 경계이다. 無를 통하여 드러나는 소통하는 공간은 비어있는 것이라기보다는 氣로 충만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세계, 보이지 않은 세계에 대한 이야기 이다. 또한 대상 物과 我가 서로 위배되거나 충돌됨이 없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세계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 동양적 사유체계에서 예술 창작은 이 物과 我, 혹은 神과 物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정신경계의 차원에서 이해되며, 이러한 정신적 경지를 '劉勰'은 '神'과 '物'이 함께 노니는 것(神與物游)이라고 한 바 있다. 2010 화면에서 공간의 의미는 작가의 내면적 풍경으로써, 소요하고 꿈꾸는 자유정신의 체현인 동시에 환상 속의 '無何有之鄕' 으로 구현된 것이다. 이는 物과 我의 전일적 공간으로써 神과 物이 노니는 경지를 추구한 것이기도 하다. '大地' ․'山' ․'石' ․'一花' ․'一蝶' ․'一人' 은 단지 하나의 사물이라기 보다는 이는 심리를 반영하는 매개체이자 내적 풍경의 세계이다. 이러한'物' 들은'형상성의 담지' 를 가지며 심미적 차원이다.'大地'라는 심층적 차원에서 볼 때'대지는 존재의 장소'(오귀스탱 베르크)로 대변되기도 한다. 대지는 각각의'物'들을 품고 있지만 대지의 시적 정서는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울림이다. 이러한 울림은 '山' ․'石' ․'一花' ․'一蝶' ․'一人' 더불어 조화를 드러낸다. 이러한 조화의 의미는 내밀한 세계와 함께 작음의 세계 속에서 꿈꾸는 자연의 인간화, 인간의 자연화에 대한 것이다. ■ 구정선
나비의 얇은 날개 형상은 인상적이며 그 종류를 드러내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초원으로 계곡으로 움직이는 나비의 날개 짓은 대지의 기운과 공명된다. 나비의 날개 짓은 큰 태풍을 몰고 오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나비의 움짐임은 그 풍경에 생명력을 더한다. 대지, 나무, 돌 하나에 나비의 작은 생명력으로 드리워지게 한다. 그 작은 날개 짓과 함께 들려오는 대지의 울림은 꿈을 꾸게 만든다.
주역에서는 대지는 음(陰)의 부호를 가진다. 그 상징은 흙, 여성, 순응 등을 의미하며, '天'과 짝하여 만물을 생장하도록 하는 에너지를 의미 한다. 대지는 생명력의 성취에 있어서 天과 함께 협력관계를 의미하지만 인간의 대지에의 거주는 협력 관계보다는 반목에 가깝다. 사람들이 더 잘 거(居)하려 할수록 더욱 그렇다. 협력의 관계는 그 조화를 잃고 사람들의 잘못된 선택은 더 큰 반향이 되어 되돌아온다. 이러한 힘은 인간의 거주를 용납할 수 없을 만큼의 강력한 힘이다. 그럼에도 대지는 아무 말이 없다.
꽃은 하나의'物' 이라기보다는 축소된 자연풍경, 커다란 초원이다. 함축된 풍경, 즉 하나의 꽃으로 드러나는 자연성은 초원을 상징하는 것이다. 꽃은 거친 흙더미를 제치고 올라오며, 온갖 종류의 색감과 향기를 품고 있다.'참다운 묘는 천산만수에 있지 않고 일수 일석에 있다'고 하는 말을 생각하게 한다. “모래 한 알에서 세계를 야생화 한 송이에서 천국을 발견하는 법”을 배우려 했던 블레이크처럼...
살구 꽃의 행(杏)은 행복할 행(幸)과 발음이 같아서 행복을 염원하는 의미로 宋代의 화조화가 조창은'사생행화도'를 제작 하였다. 이는 생태의 개념과 심리 개념이 결합하여 길상 의식을 갖게 하는 화조화 전통의 하나이다. 모란 또한 부귀를 상징하는 길상의식을 갖고 제작 되는 꽃 중의 하나이다. 조선시대의 민화에서도 이러한 길상을 염원하는 모란도가 제작 되었다. 여기서 본인의 모란은 이러한 전통적인 염원과 함께'和'의 에너지로 드러나는 생명력이다. 모란의 생명력의 향기는 대지의 충만이 된다. 대지가 품고 있던 에너지는 살랑거리는 모란의 꽃잎이 되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대지의 몽상은 장자가 꿈꾸는 나비처럼 대지와 모란과 사람들이 하나로 인식 될 만큼의 和를 꿈꾸는 것이다. ■ 구정선
Vol.20101028j | 구정선展 / KUJUNGSUN / 具廷宣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