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1019_화요일_06:00pm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CHEOUNGJU ART STUDIO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로 55 Tel. +82.43.200.6135~7 www.cjartstudio.com
향수어린 형상에서 도출된 순수미 ● 한 때 장백순의 작품세계는 부드럽고 순수한 성향을 지닌 새(鳥)의 형상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 새의 형상을 많은 사람들은 해맑은 가을 햇살처럼 포근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작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조형에 대한 숙고 속에서 또 다른 조형 형태를 시도하였다. 그가 작년 말부터 시도한 조형 작품은 우리의 멍석과 개미를 소재로 한 것인데, 이전 작품들에 비해 내용 면에서 훨씬 풍부해졌다. 평범하고 친근한 소재라 할 수 있는 멍석과 개미의 이미지를 통하여 그는 현대인들의 삶을 돌아보고자 했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적인 정은 사라지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게 된 오늘의 삶을 돌아보며 이 세상에 인간적인 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렸을 때의 향수어린 여러 행위들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마음 한 구석을 맴돌아야 함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말이다. 특히 집 안에 대소사가 있을 때면 마당 한 가운데 깔려있던 명석에서 뒹굴며 즐겁게 보냈던 아련한 추억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이런 향수를 조형적으로 이미지화시키고자 시도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장백순의 이번 전시 작품은 이전의 새의 형상이 갖는 조형적인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일단은 철저한 형상성이 눈에 띤다. 개미라는 존재와 멍석이라는 형태가 사실적으로 조형화되어 공간 속에 절묘하게 자리하는 것이다. 멍석이라는 비 동감을 지닌 사물과 동감을 지닌 개미는 서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조형적인 밀도감을 높였다. 완전하게 펼쳐진 원형의 멍석과 공중에 매달린 개미를 통해, 어디선가 무심코 보아왔던 한 순간을 새롭게 조형적 이미지로 환기시켜줌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멍석과 개미가 이제 전시 공간의 중심과 기타 여러 공간을 차지하며 누구든 결코 순간적으로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이처럼 작가는 시간의 영속성까지도 담고 있는 이들 개미와 멍석의 이미지를 투영화시켜, 우리 마음 한구석에 무심코 담아 둔 삶에 대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한 순간에 집약시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각도의 멍석과 개미가 절묘하게 조합된 작품을 보면서 아련하게 마음 한 구석에 묻어 둔 훈훈한 인간미를 한꺼번에 보상받으며 향수에 젖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훈훈한 인간미를 회복하기 위한 작가의 절묘한 표현력이다. 가령 시골에서 쓰던 낡은 멍석과 개미를 가져다 놓았다고 가정해보자. 사람들은 은근한 향수를 느끼기보다는 썩어가는 듯한 폐가의 음산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불쾌할 수도 있다. 혹은 작아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개미 때문에, 찌들어가는 멍석만이 덩그렇게 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장백순은 이런 소재를 통해, 우리들의 마음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전달하기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멍석에서 신나게 뛰어놀 때 어디선가 나타나 가끔 따끔거리게 물어대는 개미가 향수어린 추억으로 형상화되며 단순한 표현의 차원을 넘어서 무한한 상상력을 함축한 새로운 모티브로 드러나고 있다. ● 이처럼 단순해 보이면서도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의 조형에 등장하는 개미나 멍석 등은 공간감의 표현 면에서 대단히 큰 의미로 다가오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면으로부터 충만한 대상에 대한 회화적 이미지는, 그의 여러 작품에서 나타나듯이 향수를 담은 조형성 짙은 형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의 정서를 중시하면서도 여기서 비롯된 새로운 현대적 감성을 바탕으로 표현된 그의 일련의 조형들은 상징적인 면은 물론이고 해석학적인 측면에서도 관심을 끌만하다. 그러기에 그가 형상화시킨 「침입자」, 「초개병」, 「횡단」 등은 또 하나의 동심의 세계로 나아가는 표현의 수단이자 또 다른 꿈의 세계와 연결되는 연결고리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개미나 배를 젓는 노(櫓) 혹은 멍석 등 여러 소재들을 매개체로 하면서도 이를 통해 더 많은 시지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다양한 관점에서 새로운 예술세계로 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재현수법과 유기적으로 관련지어 실재와 조형 작업을 융화시킴으로써 자신의 독특한 조형 작업을 통해 이미지화 시키고 있다. 그는 보이는 사실보다는 새로운 조형적인 균형과 질서 그리고 이미지와 모양, 시간 속에서 드러나는 형태와 공간뿐 아니라 색과 색의 조화 등 서로의 긴장감 속에 이루어지는 미묘한 색채의 변화와 형태, 색상과 색감의 균형 그리고 율동감 등을 과거의 소중한 추억과 소통시키면서 조형화시키기 위해 고민해 온 것이다. 그러기에 그의 조형은 내재된 것을 단순히 외형화 하는 과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내재적인 것을 외재적인 것으로 바꾸어 심성으로 조화시키는 절묘함이 있다. 더욱이 최근의 그의 구상 작업은 점점 더 물성이 강화되고 그로 인하여 조그마한 개미가 커다란 형상으로 변환하기까지 한다. 이는 단순히 외형적으로 있는 그 자체가 아니라 내재적인 것의 표출로서, 자신이 지닌 인간적인 내성을 사유하며 조형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실존하는 작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상황이자 그 모습이다. ● 중국의 한비자는 '형상을 담은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이기에 그려내기가 비형상적인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하였다. 최근에 작가가 보여주는 조형은 우리가 그 동안 무수히 보아왔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멍석 그리고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개미에 대한 어정쩡한 표현 능력이라면 감동은커녕 표현의 잘잘못을 따지는 시빗거리가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이런 대상을 충실하게 표현하려한 그의 예술가적 기질과 자세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우리들이 어느 순간부터 잊고 살아가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인간적인 정을 상기시키며 회복시킬 수 있는 힘을 불어넣은 것은 사회학적, 예술 철학적으로도 대단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 어려운 주제를 예술적으로 자연스럽게 승화시키려는 작가의 열정과 노력은 결코 간과돼선 안 될 것이다. ■ 장준석
Vol.20101028c | 장백순展 / JANGBACKSOON / 張伯淳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