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굴레

김은영展 / KIMEUNYOUNG / 金銀英 / painting   2010_1027 ▶ 2010_1102

김은영_찬란한 굴레1_캔버스에 유채_145.5×112cm_2010

초대일시_2010_1027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_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인간이 앞으로 겪게 될 불행을 암시하는 뱀 한 마리가 에덴동산에 앉아 있는 아담과 이브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 뱀은 이브를 달콤한 말로 유혹하여 금단의 열매를 따먹게 한다. 이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조물주의 노여움을 산 이브는 출산의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운명을 갖게 된다. 이렇게 이브와 뱀의 불편한 관계는 선사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브는 자신의 운명대로 자식을 낳고 어머니라는 이름을 얻게 되며 그 운명으로부터 영원히 자유롭지 못한 존재가 되었다. 우리들의 이브 여성들은 지금도 여전히 그 운명의 수레바퀴를 쉬지 않고 돌리고 있다. 뱀 역시 이브를 유혹한 벌로 평생 다리 없이 기어 다니게 되었고 햇볕이 들지 않는 땅속에 머물게 되었다.

김은영_찬란한 굴레2_캔바스에 유채_50×100cm_2010
김은영_찬란한 굴레3_캔버스에 유채_75×70cm_2010
김은영_찬란한 굴레4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10
김은영_찬란한 굴레5_캔버스에 유채_53×72.7cm_2010

작가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뱀을 그리고 있다. 그림의 테마로서는 다소 무거울 수 있으며 우리에게는 그리 친숙한 동물이 아닌 뱀을 선택한 것이다. 그동안 뱀은 그림의 주제로 선호되지 못한 듯하지만 미켈란젤로의 「원죄」로 거슬러 올라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NVDAVERITAS」, 앙리 루소의 「뱀을 다루는 여인」과 같은 작품에서 뱀이 등장하는 것처럼 적지 않은 작가들이 이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보는 이들의 눈이 편하게 감응할 수 없는 소재인 뱀은 이번 작가의 작품을 통해 클림트와 루소의 뱀과는 다르게 화려하고 찬란하게 새로이 태어났다.

김은영_찬란한 굴레6_캔버스에 유채_50×100cm_2010
김은영_찬란한 굴레7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10

작가는 여성이기에 여성은 그의 주요한 관심사이지만 작가의 작품은 젠더 의식이나 성정체성에 의한 피해자로서의 시각을 다룬 것도 아니며 어머니로서 모성을 공공연히 형상화 하지도 않는다. 작가는 '여성주의 작가'는 아니지만 대표적인 여성작가 루이즈 부르주아나 케터 콜비츠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작품은 우리에게 여성이기에 겪을 수 있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강력한 의미를 던져준다. 작가는 여성작가 특유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여성의 작품'을 하고 있지도 않고 '여성주의' 작품을 제작하고 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그림으로 표현되는 테마나 드러나는 감정은 여성의 관점을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삶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로데스크함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라는 이중성과 같이 우리의 삶 도처에 널려있는 비인간성, 그리고 그러한 '비인간성'에서 느껴지는 '인간성'과 같은 삶의 이중성을 혐오스럽지만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뱀의 모습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작가는 뱀이라는 파충류가 전해주는 느낌은 우선 징그럽지만 때로는 아름답게도 느껴지는 것이 이중적인 우리 인간의 삶과 닮았다고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나는 내 그림이 징그럽게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밝힌 바 있는 작가는 우리의 삶이 때로는 견디기 힘든 끔직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장미 빛일 수 있다는 사실을 유혹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치유의 의미이기도 한 상반된 이미지의 뱀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 박주영

Vol.20101027a | 김은영展 / KIMEUNYOUNG / 金銀英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