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1029_금요일_05:30pm
참여작가_국대호_문형민_심재현_유봉상_정보영_한만영_박용식_우종일_류호열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인터알리아 아트컴퍼니 INTERALIA ART COMPANY 서울 강남구 삼성동 147-17번지 레베쌍트빌딩 Tel. +82.2.3479.0114 www.interalia.co.kr
『색과 빛, 그 지점』전은 2009년 11월에 열렸던 인터알리아 기획전『색을 거닐다』의 후속 전시의 성격을 띤다. 이 두 전시는 기본적으로 조형 요소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색'을 무엇보다 예민하게 구사하는 참여 작가들의 맥락을 따라가 보는 전시라는 점이 그 공통점이다.『색을 거닐다』전이'색'에 초점을 맞춘 전시였다면, 이번 전시는 색과 빛이 교차하는 그 지점, 즉'색'과'빛'의 합일을 통해 10인의 작가가 창출해 낸 조형 언어들을 탐미해보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 사실 색과 빛은 불가분한 관계이다. 뉴턴이'빛이 없으면 색도 없다'고 명명했듯이, 물체가색을 띠는 것은 빛의 흡수에 의한 것이다. 색이 달라지는 것 또한 빛의 흡수 강도에 따른 것인데, 사실 우리가 물체의 색을 지각하는 것은 이 대상에 흡수된 빛을 보는 것이다. ● 따라서 색을 지각하는 행위는 무엇보다 눈, 즉 시각이 가장 중요하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색이라는 것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색을 어떠한 언어나 개념으로도 다른 오감기관을 동원하여서도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와 달리 형태는 보지 않고 촉각으로도 인지가 가능하며 그것을 보지 않고 만져가면서 재현까지도 할 수 있다. 색은 대상의 외부에서 눈의 내부로 들어와 지각되는 것이다. ● 이번 전시는 색과 빛의 예민한 접점에 선 10인의 작가들의 이야기이다. 참여 작가들은 위에서 언급한 바 있는 자신의 시각 속에 포획된 색과 빛의 세계를 조형적으로 조율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 조형적 조율은 대상세계의 재현뿐만 아니라 추상 세계에도 해당한다. 나아가 이 조율은 감각적이면서도 예리하게, 치밀하면서도 조화롭게 진행된다. ●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작가들을 선정하는 데 있어 한 가지 공통된 관점을 적용했다. 개념 보다는 시각언어의 근본, 즉 조형 감각에 충실하고 그것을 숙성된 시각적 언어로 번안한 작가의 선정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참여 작가들은 내러티브 한 서술성, 혹은 사회․심리학적 접근 보다는 무엇보다 조형적 밀도를 감각적 촉수를 내세워 포획하거나, 지적으로 펼쳐놓거나 탐구해가는 작가들이라 하겠다.
가장 고전적 방식으로 빛의 세계를 포착하고 있는 작가로는 정보영을 들 수 있다. 건축적 공간을 강한 명암의 대비, 즉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를 도입함으로써 그것이 사실적 공간의 재현임에도 불구하고 관람자를 17세기의 다른 공간의 지점으로 들어오게 한다. 그 빛의 충만은 세속의 경계를 단아한 호흡으로 단절시키며 신성하면서도 명상적인 세계로 변화시키는 표석이 된다. 사실적 풍경을 다루지만 색과 빛의 안착으로 사색의 공간을 이끌고 있는 다른 작가로는 유봉상이 있다. 수 만개의 못의 물성이 주는 차갑고 이지적 느낌들은, 거의 모노톤의 색채가 표피에 수용됨으로써 빛까지도 조용히 안착되고 있다. 그로 인해 작은 색점과 빛이 유유히 흐르는 지적인 낭만성과 명상성이 공존하는 공간이 창출된다.
우종일의 초상들은 수만 개의 오묘한 돌로 인해 사진으로 찍었던 본래 인물의 신체성과 개별성이 순간 사라지고 모자이크 화 된다. 인물들의 매끄러운 피부는 고우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돌의 색채, 마치 자연스럽게 발광하는 광휘로 휘감아진다. 우종일의 작업에서는 색과 빛이 분리되지 않고 그것이 형형색색으로 녹아져 발산되는 고풍스러운 전경이 펼쳐진다. 국대호는 작년 파리 풍경에 이어 올 해 이태리 풍경,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로마, 베니스, 나폴리 풍경을 여전히 일렁거리는 색과 빛의 풍광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태리 풍경은 다른 도시들보다 물이라는 요소가 가미됨으로써 그윽해졌으며 보는 이의 시야를 시원하게 만든다. 콜로세움과 같은 이태리 유적들과 강렬한 배경의 푸른 빛 포착은 드라마틱한 요소를 부각시킨다.
색채와 물성의 특성을 강조해 밀도 있는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로 심재현을 들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심재현은 두 가지 작업 방식을 제시한다. 나무판을 끌로 조각한 후, 그것을 한지로 캐스팅하여 최대한 나무판의 질감을 살려가며 채색을 면밀하게 해 가는 방식과 바로 한지에 채색을 해가는 방식이 그것이다. 덧칠과 겹칠은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붉은색과 다른 화려한 색채를 층위가 넓은 깊이 있는 색감들로 변화시켜 화면의 내부에서 공명시키고 있다. 창공을 의미하는 푸른색이 트레이드마크인 한만영의 작업은 빛이 온화하게 흘러 예민하게 약간 빛바랜 색채를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다. 색의 채도들이 완벽하게 조율되어 일구어낸 색의 대비 속에 있을 듯 말 듯한 그의 오브제는 오랜 시간동안 그곳에 자연스럽게 머문 듯이 보여진다. 문형민은 색을 분자화한 듯한 끝없는 색점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하게 하여 경탄하게 하는 작업을 제시하는데, 이번 출품작가 중 가장 개념적 태도를 견지한다. 이 작업은 잡지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단어를 순차적으로 통계화한 후, 단어들을 다시 색으로 기호하여 기계적으로 표현한 일종의 색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작품이라는 것이 작가의 주관과 관심을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상관없는 타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관점을 통해, 예술가의 천재성 내지는 예술의 환상을 세련된 방식으로 무심하게 무너뜨린다.
이번 전시는 회화나 사진 작업이외에 입체 작업들도 등장한다. 류호열은 빛의 물리적 현상을 LED 미디어 작업으로 탐구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외부 세계에서 흘러들어 온, 곧 사라질 것 같은 빛의 흐름과 교차를 이 시간, 이 순간 속에 포착해내고 있다. 광원의 씨앗들 같기도 하는 이 입체 작업은 오늘도 우주의 근원 요소가 여기 있음을 발광을 통해 알리는 듯하다. 박용식은 의인화된 강아지 조각을 보여주는데, 작가와 강아지의 관계는 상황극의 연출가와 주연의 관계로 비유할 수 있다. 이 상황극의 주연인 강아지는 인간의 행위를 약간 어설프고도 코믹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상당히 친근하다. 특히 달콤한 캔디 컬러로 도색된 강아지들은 상업사회의 산물을 패러디한 것처럼 보여지지만 우리 주변을 친근히 맴도는 강아지 유형이라는 점에서 사랑스런 캐릭터로 다가온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인숙의 장신구가 선보인다. 40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모아놓은 빈티지 구슬들을 재료로 하는 그의 장신구에서 발산되는 색감은 많은 세월이 녹아있는 기품 있고 깊이 있는 색이다. 아카데믹한 훈련 보다는 내면의 훈련을 통해 탄생된 그의 장신구는 이리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좋은 것이다. ■ 김지영
Vol.20101026k | 색과 빛, 그 지점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