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icting the Trees

김지혜展 / KIMJIHYE / 金知慧 / painting   2010_1020 ▶ 2010_1026

김지혜_그곳, 이상_혼합재료_117×91cm_2010

초대일시_2010_102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덕원갤러리_DUKWO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번지 Tel. +82.2.723.7771~2 www.dukwongallery.co.kr

여과된 먹색에 의해 드러난 리얼리티 ● 김지혜는 한국 전통회화의 문맥을 배경으로 새로운 표현적 가능성을 찾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간 미술이 일궈온 가치를 충분히 수용하면서 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질료의 탐색과 형태실험을 통하여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또 다른 영역에 다가서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회화라는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입체, 설치, 영상의 분야에 접근하는 것에서부터 재료를 새롭게 해석하여 그 본질에 다가서서고자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전개된다. 김지혜는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고 그가 원하는 작업에 접근하기위한 방법적 수단으로 일상 중에 눈여겨 본 대상을 있는 그대로 사진에 담게 되었다. 이때의 대상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직관은 그만의 시각으로 이를 재해석하여 감성이 투사된 새로운 형태의 자연으로 시야를 확장시킨다. 우선 김지혜는 천과 종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드러나는 효과에 주목한다. 그는 천위에 종이를 대고 그림을 그리는데, 이때 투과되어 천에 전달된 먹색은 독특한 향취를 풍기며 자연을 표상한다. 특히 한지는 물을 빨아들일 때 옆으로 번지기보다는 밑으로 스며드는 특징이 있어 작가의 표현의도가 왜곡됨 없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김지혜_그곳, 넘어_혼합재료_91×117cm_2010

여기에서 '자연스럽다'는 것은 있는 노자(老子)의 말대로 '있는 그대로'이다.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기 가장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매체는 사진일 것이다. 사진은 찍힌 당시의 시공간, 그리고 장면을 떠올리게 하여 특별한 표현방식으로 외형을 변형하지 않더라도 기계적인 기록성과 사실적인 재현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공감을 유발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출퇴근하며, 여행 다녔던 사진을 보면 그때 느꼈던 생각이나 느낌은 사진을 보면 되살아나지만 캔버스로 옮기면 또 새로운 경험이 된다. 가는 곳마다 새롭고 낯설지만 공허한 기분이 드는 장소가 많은데, 그런 감정들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차츰 사라지고 원래의 의도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김지혜가 단순히 사진의 사실성과 지시가능성에 주목하여 기계적 재현기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장인적 노고를 통하여 이를 순수 미술적 가치로 변용하는 점에 주목한다. 김지혜의 작업은 화면을 정교한 격자형태로 분할하거나 지지대의 일부를 장방형의 형태로 제거하고 여기에 그가 포착한 나무의 표피사진을 확대하여 결합시키는 등의 지난한 과정을 보여준다. 어떤 것은 폴리코트로 마무리하여 입체적 속성이 드러나는 한편, 대상은 자신을 지탱시켜주는 물질과 결합하여 공고한 형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풍경의 질료, 즉 질료로서의 풍경이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장소와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그 현장의 역사 내지는 이름 모를 사건의 흔적들을 추체험하는 마력을 풍긴다. 이는 아마도 그의 작품이 사진으로 찍힌 가장 명료한 형태를 소통의 수단으로 삼는 손쉬움보다는 장인적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작가정신과 질료와 형태에 대한 탐구정신이 결합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이것이 또한 평면과 입체, 구상과 추상, 설치와 영상의 경계를 넘다들며 대상과 물질의 리얼리티와 진정한 인간적 삶의 가치를 탐색하는 김지혜의 작품이 갖는 힘인 것이다. ■ 이경모

Vol.20101022g | 김지혜展 / KIMJIHYE / 金知慧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