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1005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동원화랑 DONGWON GALLERY 대구시 중구 봉산동 223-16번지 Tel. +82.53.423.1300 www.idongwon.co.kr
팝아트로서의 전통과 기성(旣成)의 융합미학(融合美學) ● 현대의 미술은 과거의 미술보다 표현의 본질과 순수성에 가치를 두고, 그것을 반영시키기 위한 노력의 방향에서 나타나며, 이에 따른 표현의 다양성과 물리적 양상은 훨씬 더 복잡해지고 난해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대적 이미지와 결합하여 유행성 즉 대중성, 보편성, 복제성의 특성을 지니며 오늘날 현대미술의 기틀이 된 장르로서의 팝아트는 구상성이 돋보이는 미술로 실재의 이미지가 아닌 제2의 이미지를 그대로 채택함으로 대중에게 더 다가서고 이해하기 쉽게 고급미술과의 경계를 허물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주는 앤디워홀은 오리지낼리티의 부정, 작가의 손수작업이나 기량에 대한 무관심, 반복을 통한 작품의 유일무이성, 그리고 무자비한 상업주의와 출세 지상주의 등의 요약으로 팝아트를 규정하면서, 천재와 영감이라는 아우라(aura)를 작가의 명성이 발현하는 것으로 대치했고, 고급의 정통미술과 대중미술의 경계를 부정했으며, 더 나아가 미술품을 상업 시스템에 종속시키는 일개 상품으로 파악하여 제시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미술가의 위상도 대중적인 스타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았다. 즉 명쾌한 진술로서의 그의 작품은, 모든 것을 하나의 오브제로 해석하기 때문에 미술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 1980년대에 'Korean Pop'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전통적인 민화를 재해석하거나 기성문화를 비판하는 방식으로 총체적 은유로 대변되는 알레고리 형식으로 표현된 한국팝아트는 우리나라의 산업사회와 소비문화의 융성기가 언제였는가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이 시기의 한국미술은 시대정신을 가장 중요한 화두로 여기며 '동시대성' 혹은 '시대정신'을 운운하지 않으면 후진성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던 시기이다. 고고한 정신세계로 기인되는 내면의 필연성은 시대인식으로 대체되었으나 사회전반의 총체적인 상황보다는 200년전의 리얼리즘을 연상시키는 사회약자에 대한 리얼리티에 주목했던 것이다. 이를테면, 소비와 쾌락을 본성으로 삼고 있는 팝아트가 아니라 사회고발, 저항, 제도권 이면의 그림자 등 정치적인 성향을 띠면서 소위 '표현하기 난감한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며 반사회적이고, 반시장경제적이며, 게릴라적인 성격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은 미니멀리즘, 포스트모더니즘 등 현대미술의 신조어들이 범람하면서 기존의 관념과 순수조형의지와 표현부담에서 탈피하여 좀더 쉽고 대중적인 표현의 발로일 뿐 의도적인 팝아트 작품을 제작한 시기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한국의 팝아트는 근자에 들어 '개방과 비개성적' 특성으로 집약할 수 있는데, 이는 대중적 이미지에 대한 시각적 재현으로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현대인의 감수성을 의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팝아티스트로는 100여명 정도이다. 그 중 민화의 모란도를 통한 한국적 정신성이나 관념성의 표출을 팝아트의 대명사와 같은 앤디워홀의 작품 이미지와 결합함으로서 전통이나 기성과의 충돌의 미적 쾌감을 추구하는 작가로 단연 송광연을 꼽을 수 있다. 송광연은 2005년 울산현대아트갤러리의 첫 개인전을 필두로 이번 전시가 네 번째이다. 그는 팝아트 성향의 본류를 지향하는 작가로 국내외의 유수 아트페어와 기획전을 통해 소개되었으며, 오늘의 코리안 팝에서 제외될 수 없는 주요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이 작가는 전술된 1980년대 코리안 팝의 국한된 사회비판적 요소를 제거시키며 의식구조를 달리하고 있으나, 한국의 시대, 역사, 사회에 대한 총체적 아우라를 형성하는 코리안 팝의 전형으로써의 저항감은 가지고 있지 않다. ● 그의 작품적 표현은 강렬하면서도 사회적인 보편성을 지닌 상징적인 것으로서의 색채, 회화적인 붓 자국의 결핍, 깊은 공간성의 억제, 명확한 윤곽과 외형을 추구하며, 전통적인 서구회화기법의 번거로움을 최소화 했다. 그는 팝아트의 본향인 미국의 현대성과 한국의 전통적 자수이미지를 결합하였다. 이미 동서양을 통해 널리 알려진 극단의 이미지결합은 예술로서의 매칭(matching)이자 유니트아트(unit art)이다. 이러한 이미지 결합을 통한 양극의 트렌드를 환기시키며, 그만의 유토피아를 담아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은 곧 감상자에게 과거의 트렌드적인 향수를 자극한다. 민화의 모란과 앤디워홀의 결합을 통해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전통에 대한 철학적 해석의 강화이며 워홀이미지는 표현수단이다. 즉 워홀의 형식위에 한국전통의 모란이 있으며, 워홀같이 소비적 망상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 한국고유의 정신세계를 재생시킴으로써 동서와 고금을 관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시사, 대중, 현실을 포용하는 입장에서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선회함으로써 삶에 대한 긍정적 욕망과 에너지를 충만 시킨다. 그에게 있어서 최고의 자양분이자 창작에너지에 해당하는 것은 조상이 남긴 전통적 형식이다. 이를 통해 그에게 예술가로서의 근간이 되는 작가적 상상력은 '동서와 고금의 결합에 의한 새로운 이미지 창출'이며, 이로써 새로운 조형성을 구가하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색채는 인공적인 것이며, 직접성과 자율성을 추구하면서 사적(史的)인 맥락을 포함함으로써 편견이 없는 감수성과 현대 환경의 시각적인 자극을 즉물적인 명료함으로 표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확장성, 대중성, 자율성, 개방성, 평면성 등 깔끔한 디자인적 요소로 색채가 주는 시각성과 다양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형식적으로는 구상적이지만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추상적이다. 그것은 내용적으로는 그가 차용한 이미지 속에 당대의 전반적인 사회적 시대상황이 내재되어 전통의 우수한 정신세계적 생명수가 녹아 있으며, 형식적으로는 일상적인 이미지 차용의 차원을 넘어서서 기호체계와 정보교환의 형태인 대중매체 단편의 구성 등을 통하여 상호소통 매개체로 전환하는 상징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술전반의 이분화 된 현상과 위계적 구조, 즉 사회, 대중, 삶 등과의 괴리감을 부수고 미술과 사회전반 간의 연계성을 극대화하여 발전된 현대미술로 볼 수 있다. 시각적인 색채 표현에 있어서도 물질화된 정신성을 내포하였고, 자연에 근거한 색채보다 대중적인 색채로 색채 자체의 직접성, 자율성을 추구하였다. 또한 회화적 사고도 추상적으로 표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과 표현방법은 차이가 있으나 원색적인 화려함을 특징으로 보이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 이와 같이 대중과 예술가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그의 팝아트는 역사적 사실들을 잡지, 매스미디어, 상품광고 등의 이미지들과 함께 광범위하게 표출해 내면서 작품들의 시각적 표현은 한층 더 감각적이고 파격적이었으며, 더욱 더 현란했기에 색채 자체만으로도 표현의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그의 색채는 젊고 대중적이며 평면적이다. 밝고 열정적인 대담한 색으로 좀 더 날카롭고 자극적이며 선명한 시각효과를 추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좀더 원색적이고 화려하게, 순수하고 자연스런 색채가 아닌 의도된 임의적인 색으로 강하게 각인시켰다. 모든 색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이러한 색의 개방성으로 인해 환상적인 효과까지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다소 모더니즘적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간결하고 명확하게 평면화된 색면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색채는 매스미디어 사회의 산물과 부합하여 다이내믹함을 표출해내며, 지루함을 극복하고, 자체적 조형언어를 내재하고 있다. 또한 디자인적 요소로서의 시각성과 다양성을 극대화하면서 전형적 특성을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종의 시각적 순환을 가져다준다. 즉 보는 이의 의지와는 무관한 주변 작품속의 색채로 보여지는 순환 그 자체인 것이다.
사회전반의 영역에서 발견된 리얼리티의 재현물을 음미의 대상으로 취하는 메타언어(Meta language)로써의 그의 예술세계는 동서양의 트렌드였던 복제이미지들이 재생되어 있다. 일찍이 동서 양극의 시대성을 간파한 그는 집집마다 걸려있는 모란도가 시대의 변화에 따른 21세기형 '신모란도'라고나 할까...... 복을 부르는 기원적인 인간본연의 소망을 새로운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으며, 시대성 반영의 결정(結晶)으로서의 예술의 기능과 힘에 대한 재생에너지를 통하여 현대인의 공허한 인간상을 회복시키고자 한다. 다시 말해서 일상적 사물의 오브제화를 통한 일상성에서의 해방과 예술로의 전환은 주변 사물의 무의식적 존재와 실재를 환기시키는 자기동일성(Identity)의 회복에 이르게 한다. 이것은 반복과 서술적 특성을 갖는데 팝아트의 대중적 형상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앤디워홀(Andy Warhol)과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와 같이 기존의 자기만의 내면세계를 탐구하던 어법과 팝아트의 어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현대미술의 다양성에 부응한 것이다. ● 송광연, 이 작가에게 있어서 팝아트는 본질적으로 양식이 없는 미술이며, 전통미술과 모더니즘의 관념성, 그에 따른 이데올로기를 공격함으로 예술의 독자적 영역을 파괴함으로써 현실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것들을 통해 현실적 희망을 주는 일상성을 그 리얼리티로 전제하고 있다. 그것은 라우센버그의 말-"예술은 삶과 구분되어서는 안 되며, 삶 속에서 행해지는 것이어야만 한다."-과 같이 팝아트에 있어서 일상성의 내용적 측면이 우리가 생활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일상생활의 완전한 분리가 아니라 인간의 삶이 예술에 통합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지적한 것과 같이 예술자체보다도 휴머니티를 우선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 이성석
Vol.20101019e | 송광연展 / SONGKWANGNYUN / 宋光年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