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1014_목요일_05:00pm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 제3기 입주작가 릴레이展
주최_영천시 기획_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
관람시간 / 10:00am~06:00pm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 YEONGCHEON ART STUDIO 경북 영천시 교촌동 298-9번지 Tel. +82.54.330.6062 cafe.naver.com/ycartstudio www.yc.go.kr
바람에 위안받다(The Consolation of Wind) ● 이 하나 작가의 '바람'에 관한 작품들을 보면 이 재무 시인의 시 「바람 속의 열매」 중 한 구절이 생각난다. " 바람은 열매를 흔든다. 열매는 견고하다. 열매는 땅으로 뛰어들 시간을 재며, 더 많은 바람을 보내며, 스스로 바람이 된다. " 견고한 열매를 흔들어 깨우는 바람은 비로소 지상의 열매라는 대상을 만남으로서 자기 존재 증명을 한다. 무수한 바람의 흔적을 감내하는 열매는 시간을 포획한다. 그 시간은 다시 열매를 땅으로 보내면서 비로소 스스로 바람이 된다. 이 하나 작가는 이처럼 세상의 무수한 바람들을 자기에게로 불러 모아 자신만의 시간 속에 그 바람을 가둔다. 그 발효된 바람은 금새 화석처럼 굳어 작가의 공간에 비로소 '열매'라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바람'과 '열매'와 '땅'과 '시간'... 어쩌면 이러한 네 가지 요소가 작품 구석구석에 배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의 추상성이 온유한 '자유'를 대변한다면, 열매는 현실의 '밥'과 노동의 댓가(여기서는, 아마 예술적 행위의 결과물을 말하리라!)를 의미할 수 있으며, 땅은 우리가 함께 존재하는 공간을, 시간은 아마도 바람으로 비롯된 땅위의 '열매'를 증거하는 '잣대'로써 번역될 수 있다. 이 하나 작가의 바람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작가로서 바람 같은 '자유한 마음'으로 땅위에 있는 여러 오브제를 시간으로 증거, 기록하는 작가의 치열한 의식의 반영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치열한 기록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어쩌면 무수한 바람의 갈래를 자신만의 특유한 예술적 감성으로 아름드리 빚어내어 우리 앞에 그 실체감을 보여준다. 한갓 무심한 바람에 예술적 '긴장'(Tension)을 부여함으로써 그 바람이란 실체에 존재감을 갖게 하는 이 하나 작가의 판화적인 시도는 실존주의 철학의 형태를 닮아 있다.
마치 떠도는 무수한 바람이란 객체에 작가 특유의 주관적이며 예술적인 입김을 통해 그 객체인 바람에 인간적인 생명감을 불러일으키는 휴머니즘적인 요소가 작품 군데군데 배어 있다는 걸 우리는 다시금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주체인 '작가'와 타자인 '바람'은 자연스레 혼연일체가 되어 '작품'이란 열매를 맺게 되고, 따라서 '시간'은 그 열매라는 작품을 지상에 존재하는 '우리'에게 다시 보낸다. 어쩌면 작품에서 보여 지는 작가의 아름다운 내면의 형상들은 때론 우리가 잃어버린 아름다운 동심을, 때론 아스라이 잊혀진 우리 젊은 날의 기억과 소중한 추억들을, 때론 도시문명에 길들여져 쉽게 잊어버리게 된 자연의 내밀한 풍경들을 다시금 반추하게 한다. 그러한 점에서 이 하나 작가의 '바람'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큰 '위안'을 준다. 얼마나 많은 바람이 지상의 열매를 키워내는지...시간으로 바래진 그 바람의 열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받는지 아마도 이 하나 작가는 그 비밀을 아는 듯하다. 우리는 그 비밀을 캐기 위해 이번 '바람의 위안'이라는 전시를 통해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녀의 작품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꼼꼼히 살펴봐야 하리라... ■ 허성필
어린시절 '파란나라'라는 동요를 즐겨들었다.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면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 시절에는 정말 이 노래의 가사처럼 평화롭고 고요하게 아빠의 꿈, 엄마의 눈 속에 있었던 것 같다. 처한 현실이 힘들면 힘들수록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즐겁던 어린시절이 그립곤 했다. 현실에서 벗어난 새로운 이상의 세계, 미지의 세계, 파란나라의 세계로 내가 가지지 못한 힘을 가진 바람이 데려다주는 듯 했다. 그래서 나는 또 바람이 된다. ● 나에게 바람이라는 것은 자유의 상징이자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도구이다. 마음이 고단할 때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그 소리를 듣는다. 날리는 자연 속 부유물들, 자연현상을 보고 있자면 나도 바람이 되어 어디론가 날아가는 기분 좋은 상상에 빠진다. 그 아늑하고 유괘한 상상의 끝에는 특별한 기억을 가져다주는 물건, 여행에서의 행복했던 기억, 살아가면서 동경해왔던 대상 등이 있다. 바람 맞고 서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나 어린시절 눈물의 절규 끝에 쟁취하였던 미미의 집, 부유하는 새처럼 나비처럼 날아가던 비행기, 어학연수로 갔었던 영국 런던의 2층 버스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이렇듯 바람은 기억을 불러들이고 어느새 마음으로 불어와 지우고 싶은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행복하고 따스한 기억을 가져다준다. 어른이 돼가면서 마음이 다치는 부분들이 있다. 나는 그러한 조각들을 극복하고자 내 자신을 바람의 중심에 세우는지도 모르겠다. ■ 이하나
Vol.20101018b | 이하나展 / LEEHANA / 李하나 / installation.printma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