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pm~06:30pm / 월요일 휴관
류가헌_ryugaheon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번지 Tel. +82.2.720.2010 www.ryugaheon.com blog.naver.com/noongamgo
하나 밖에 없는 사진 핀홀카메라가 찍은 '물의 기억' - 황수정 사진전 『물의 기억』 ● 물은 언젠가 세 그루 미루나무 곁을 지나왔던가 보다. 빗방울로 내려 미루나무 잎사귀를 적시고, 실뿌리들을 타고 큰물로 흘러들었던가 보다. 흘러내려가면서도, 붙박이로 꼿꼿이 서서 싸리비처럼 서걱서걱 하늘을 쓸던 미루나무의 기억을 아주 놓지는 않았던가 보다. 어떤 물은 이미 스치고 지나간 물고기 한 마리를 오래도록 떠나보내지 못하고, 제 입자 속에 새기고 있었던 가 보다. 인화지의 감광입자처럼. 비늘이며 지느러미의 율동까지, 물고기의 형상이 고생대의 화석보다 선명하다.
성신여대에서 서양화를, 동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2003년 갤러리 룩스에서 첫 번째 판화 개인전 『간극』을 전시한 바 있는 황수정이, 이번에는 붓과 조각도 대신 카메라를 선택했다. 『간극』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칼끝으로 세기는 판화의 명확성 대신 모호함과 우연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황수정이 '모호'와 '우연'의 도구로 선택한 카메라는 그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핀홀카메라다.
황수정은 2009년부터 2010까지 2년 동안 직접 만든 수 백 개의 핀홀카메라를 공원의 호수, 산자락의 계곡, 작은 시냇물 등 자신의 주변 가까이에 있는 물 위에 종이배처럼 띄웠다. 카메라를 만들고 장소를 선택하고 물 위에 띄우기까지가 작가 황수정의 작업이라면, 나머지는 물이 부력으로 띄우고 햇빛이 동조하여 카메라가 제 스스로 찍은 것이다.
인화된 결과물을 확인하기까지 어떤 이미지가 나올 지 작가 자신도 알 수 없었다는 점에서, 2년 동안의 작업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설레는 노정이었다. 황수정은 작업을 통해 얻고 싶었던 '치유'를, 그 긴 과정 속에서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 오는 10월 16일부터 24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리는 황수정 사진전 『간극Ⅱ_ 물의 기억』전은, 그렇게 물과 바람, 햇살, 그리고 작고 가벼운 핀홀카메라와 작가 황수정이 함께 한 협업의 결과물이다. 자연과의 협업이니, 다시는 똑 같은 이미지를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진이기도 하다. ■ 류가헌
2009-2010 관찰일기 황수정 ● 사진기를 종이배처럼 띄워 보냈다. 수백 개의 사진기가 모두 흘러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맴돌고, 조금 흘러가다 멈췄다. 그리고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0과 1사이를 끊임없이 흔들리고 흔들렸다. 물이 찍었고, 눈물이 그렸다. 미련이 남긴 형상들이다. ■ 황수정
Vol.20101016f | 황수정展 / HWANGSOOJUNG / 黃鄋淨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