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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_2010_1020_수요일_07:00pm
주최_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_경기문화재단_안양시
총괄기획_조두호 연출/진행_강수민_유미 교육/막수저_이도경
참여자 창작_강민규 / 비평_오은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supplement space STONE & WATER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2동 286-15번지 2층 Tel. +82.31.472.2886 www.stonenwater.org
진화된 생명체, 메가레니아 ● 거대한 도마뱀의 시대 도마뱀의 형님벌인 공룡들의 시대는 약 2억만년이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들은 지구별의 주인으로서 하늘과 대지, 바다를 누비며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몸의 크기가 30미터에 육박하던 거대 파충류의 시대는 1억 4천만년이나 지속되다가 지금부터 약 6500만 년 전에 홀연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 그들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가. 수천만 년이 지난 현재, 지구별의 주인이 된 인류의 과학자들이 멸종에 대한 원인을 분석했다. 다양한 분석들 중 하나로 갑작스러운 기후의 변화와 지각 변동들을 이유로 공룡이 멸종했을 것에 무게가 실린다. 이로 인해 절대적인 식량부족 현상이 야기되었고 그들의 위풍당당했던 거대한 몸집은 오히려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몬 형국이 되었던 것이다. 결국 환경이나 상황에 맞추어 진화의 과정을 겪지 못한 이들은 멸종을 피해가지 못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악어나 일부 도마뱀의 조상들은 멸종을 피해 이후에도 진화의 과정을 거쳐 현생 인류와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 지구상에는 약 1300만여 종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들 중 인류가 발견한 종은 고작 170만여 종뿐이지만, 세기가 바뀌면서 새로운 생명체에 대한 발견은 끈임 없이 이어지고 있다. 발견된 일부의 종은 태초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가 하면 일부는 기관을 퇴화시키거나 강화 시키는 등의 자의적, 자연적 진화 과정을 거친 형태도 발견된다. 이러한 발견에서 연구, 보고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 생명체는 동물학에 등록되어 소개된다. 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생명체는 어떠한 형태로 존재할 것인가. 이렇듯 아직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미지의 생명체를 일컬어 신비동물이라 명한다. 신비동물학이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전설이나 설화 혹은 비과학적 근거를 통해 탐구의 대상이 되는 생명체를 연구하는 학문의 분야이다.
날지 못하는 새 ● 앞서 신비동물학에 대한 언급을 한 이유는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강민규 작가의 작업이 신비동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내는 것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강민규의 작업은 마치 자연사 박물관이나 공룡 기념관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거대한 동물 형태의 조형물로 이루어져있다. 표피의 색만 입혀진다면 박물관의 '디오라마'가 아닌가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생명체를 표현한다. 그는 초반작업으로 전설이나 설화, 각종 언론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희귀동물이나 전설의 생명체들의 자료들을 수집한 후 예술가적 상상력을 더해 조립하고 해체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금도 만약 그 생명체가 현존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아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입체로 풀어내는 것이 강민규식 조형언어의 발현이다. ● 날지 못하는 큰 새가 있었다. 작은 머리에 긴 목을 지닌, 퇴화 되어버린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하늘을 포기하면서 받은 강한 다리는 시속 90km를 돌파하는 위용을 뽐낸다. '타조'라는 새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타조의 조상이었거나 혹은 타조와 유사한 DNA를 보유했지만 서로 다른 형상으로 진화되었을 생명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타조에 비해 거대한 몸집을 지녔을 것으로 예상되는 'MOA'새(이하 모아새)는 멸종된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강민규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지구 어느 편에서 존재할지도 모르는 모아새의 형상을 조립해 낸다. 모아새는 신비동물 시리즈에서 초기 작업에 해당하며 이후 그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바다생명체와 메가레니아 등의 모티브를 제공한다. 신화적 상상력과 돌연변이 ● 최근 구상적 입체조형을 다루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성향들 중 신화적 발상으로 인간과 동물의 신적 결합을 통해 일종의 하이브리드 상징체계를 구성하는 작업들이 일부에서 보여 진다. 또한 폐타이어 같은 산업폐기물을 활용해 돌연변이 괴물을 구현해내는 등의 작업이 각광을 받기도 한다. 어느 작가가 만들어낸 괴물은 거대한 몸집에 날카로운 이빨과 뿔로 무장을 하고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을 노려본다. 작품의 맥락은 문명에 의해 쓰다버려진 폐기물들로 그로테스크한 괴물을 형상화 시켜 인류에게 권고를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과연 이 쓰레기 괴물의 조형적 미를 통해 또는 내포하는 메시지를 통해 인간이 권고를 할 수 있는가. 무엇을 권고할 것인가. 환경운동가를 자처하는 의식 있는 예술가인가. 이에 비하면 강민규 식의 신비동물과 진화라는 관점에서 해석된 변이된 생명체는 좀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적어도 억지스러운 주장이 아닌 누구나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 우연히 길을 지나치다 하수구를 발견한다. 끝 모를 어둠으로 도배된 긴 터널 안에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생명체가 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매일 조깅을 하고 산책을 나가는 강가 주변 공원에서 돌연변이 괴생명체가 튀어나온다. 얼마나 짜릿한 상상인가. 이러한 상상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괴怪물物 ● 지난 2006년에 개봉한 영화 '괴물'은 관객 수 1300만명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역사상 유래 없는 흥행 대기록을 세웠다. 당시 누적관객 수에서 '왕의 남자'를 재치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2010년이 지나가는 현 시점까지도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화 '괴물'의 내용을 간략히 들여다보면, 주한미군에 소속된 연구원이 고의로 강에 흘려보낸 화학물질에 의해 수중 생명체가 변이를 일으키고 수년이 지나 괴물로 진화해 도심 속의 인간을 습격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괴물로 변이된 생명체는 거대한 매기나 잉어를 연상시키는 몸체에 잔뜩 부식된 것 같은 표피를 지니고, 강한 근육의 다리와 발에는 물갈퀴가 달려 수중과 지상에서 전천후로 공격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파충류인지, 어류인지 구분되지 않는 이 괴생명체는 한강공원 한복판에 나타나 평화롭게 여가를 즐기는 인간들을 쫓고 잡아먹는 등의 파괴적 행동으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 여기서 주목할 점은 괴물이 주는 공포의 포인트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이다. 괴물의 생김새의 괴이함에 기인한 점도 물론 일부 인정하겠지만 그것보다도 영화 '괴물'이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시키며 성공한 이유 중 첫 번째는 우리와 친숙한 '한강'이라는 장소특정성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풀려나간다는 것이다. 만약 괴물의 서식지가 악어나 식인물고기가 사는 아마존이었다면 그와 같은 적극적 공감대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 또한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상할 법한 막연한 호기심이 두 번째 이유이다. 어두운 굴다리 밑이나 냄새나는 하수구 구멍어디인가에 정체모를 미지의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공동체적 호기심이 영화와 교집합을 이루며 거대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지 않았을까. 신비동물과의 공존 ● 도심 속에서 인간과 함께 혹은 그들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피한 체 살아가는 미지의 생명체라는 영화적 설정과 강민규의 진화된 신비동물은 유사한 맥락을 지닌다. 이번 '메가레니아'를 통해 작가가 시도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과 공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진화되거나 변이된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이기 때문이다. ● 신비동물학에 대해 탐구하던 초기의 강민규는 현실과 조우하기에는 다소 난감할 수 있는 공룡에 가까운 거대 파충류를 구현했다. 이후 몇 차례의 전시를 거치며 작업 역시 진화와 변이의 과정을 겪었고 이번 전시인 '메가레니아'에서는 현생 인류와 공존하는 진화된 생명체의 이야기로 재구성 되었다. 몸집이 작아진 메가레니아에 보호색이 입혀지고 온도조절 장치인 털(毛)이 자라났다. 이들은 전시장 내부나 건물 외벽 등에 달라붙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신비동물로 자리한다. 작가는 이제 전작에서 같이 지구 반대편에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속의 생명체에 대한 탐구를 벗어난다. 그들이 아직도, 혹시 어디인가에서 살아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했음직한 공동체적 상상력을 작업으로 끌어들여 인간과 공존하는 진화된 생명체에 대해 보여줄 것이다. ■ 조두호
MEGALANIA ● 신비동물학 혹은 괴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는 백두산 천지와 같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살고 있을 생명체가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개인 각자가 상상하는 이미지는 제각각이고 그 형태가 다양할 것이다. 작가는 그러한 각각의 이미지를 마치 보기라도 한 듯 공상만화와 공룡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양한 형태로 그의 작업을 제시한다. 메가레니아는 발견된 흔적을 통해 실제로 존재했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추정을 토대로 철저한 과학적 비례와 치밀한 자료수집, 그리고 작가의 상상력이 함께 어우러진다. 우리는 화석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들의 생김새, 규모, 눈빛은 어떠할까? 눈은 어디에 달려있고, 피부는 어떠하며, 또한 피부색은 어떠할까? 아니면, 화석은 일부에 불과할 뿐 혹시 지금도 어딘가에서 여전히 그들의 삶을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작가는 이와 같은 호기심의 끈을 놓지 않는다.
흙이라는 소재를 택함으로써 작가는 작업을 쉼없이 이어간다. 작가는 "흙은 나를 게으르지 못하게 한다. 매일 꾸준히 만져줘야 한다. 작업을 하루라도 쉬면 흙이 굳기 때문에 그렇게되면 이틀의 작업을 해야한다. 작업이 나를 부르는 듯 하다. 따라서 나는 여전히 지금 현재도 작업에 임하고 있다."라며 작업을 하는 과정, 그 자체와 소통을 한다. 작가는 "초반에 흙을 잘 다루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더 잘 다루고 싶어했다."라며 과거를 회상한다. 무엇인가에 대해 자신없고 실패를 거듭할 때 많은 이들은 그것에서 회피하려하고 떠나려 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와 같은 상황을 피하지 않았다. 내가 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잘하고 싶은 욕구, 또한 구체적인 과학과 추상적인 상상력의 결합. 언뜻 서로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조합이 작가에게 작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같은 형태의 화석에서 출발하지만 작가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모습은 달라진다. 거대한 스케일의 작업과 마치 표정마저 살아있는 듯 디테일한 작업까지 다양하다. 이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모습일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는 자연사 박물관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모습으로 실제 존재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우리는 작가의 해석력과 상상력을 즐기자는 것이다.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지 기대를 해본다. ■ 오은실
창작은 이미 선행된 관념이나 상징체계에서 구현되는 것이 아닌 상상과 호기심에서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의 창작 욕구의 근원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끝 모를 궁금증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항상 나의 창작의 원동력이자 유희의 대상이며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신비동물들 역시 이 같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이다. 미지에 세계와 변이되어가는 생명체들에 대한 해답은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찾을 수 없겠지만 나는 이 같은 작업을 통해 내 작업 안에서 나의 상상으로 진화하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고자 한다. ■ 강민규
GYA PROJECT 2010 ● 2010년을 맞이하여 풍부한 예술 인적자원을 보유한 경기지역의 젊은 예술인을 발굴, 지원하여 지역사회와 연계된 시각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기획된 GYA PROJECT 2010 (gyeonggi young artist)의 작가들을 소개한다. 대학을 졸업하였거나, 대학원에 재학중인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젊은 예술 활동가들 중 자신의 작업에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장래 유망한 작가와 비평가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예술 창작활동의 뚜렷한 목적성을 제시하고 이들의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새로운 미술유통 체계를 개발해 나가고자 한다. 이번에 꾸며질 "MEGALANIA _메가레니아"展은 GYA 2010의 여섯 번째 전시로 10월 6일부터 한 달여간 개최될 예정이다.
Vol.20101011h | 강민규展 / KANGMINKYU / 姜敃圭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