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1005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박성란_박영균_박영학_사윤택_정미정_황재영
기획_Space SSEE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씨_SPACE SSEE 대전시 중구 대흥동 223-1번지 2층 Tel. 070.4124.5501 naver.cafe.spacessee
이번 전시는 여러 가지 부재(다양한 전시공간의 부재, 교육프로그램 부재, 담론생산과 비평적 논의부재, 매체부재, 기획과 평론 등 전문 인력부족, 타 지역과의 네트워크 부재, 지역작가들을 위한 미술시장 부재 등)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름 각 지역에서 움직이는 매개공간들과의 공간교류전이다. 이미 대안공간협회와 같이 대안적 공간의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안은 이제 더 이상 대안이 아닌 제도권이 되기 위한 터 닦기로 오인되거나 이전에 '대안'이라 말 되었던 것이 이제는 어느 정도 제도권에 편입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게도 공간들이 많은데 아직도 허기가 진 것인지..... 대안이라고 하기에는 궁색하고 그냥 작가들의 문제를 같이 안고 더 좋은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여 많은 이에게 알리며 판매까지도 되고 문화와 사람이 흐르는 공간이 되고 싶은 곳들이 모여 보았다고 하는 것이 담백하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미술과 문화의 '사이' 문제들이 무엇인지, 혹은 타 공간의 강점을 주고받으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라며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본 전시에 회화라는 장르를 택한 이유도 이와 같겠다. 이미 회화는 재현의 문제에 있어서 현시대에서는 교환수가 건네주는 초기전화와 같다고 할 수도 있다. 작가로서는 회화를 택하는 순간 난감한 문제를 안고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만의 언어로 화면을 채우며 틈새를 비집고 나오는 작가들을 보면 각 지역에서 색깔을 갖고 자생하려는 공간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여 본 전시는 각 공간들과 함께 공간이 가지고 나온 회화를 풍경 삼아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간단히 참여한 공간과 작가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대안공간반디>(부산)는 공전하는 지역미술의 한계 속에서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통해 대안적, 발전적, 진보적 미술문화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공간이다. 대안공간 반디는 1999년 개관한 '대안공간 섬'의 연장선에서, 전시, 교육프로그램, 신진작가 및 기획자 발굴, 세미나, 작가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홍보 등의 사업을 통해 자생적인 동시대 미술담론을 지원하고 확산한다. 대안공간 반디는 권력적 관습, 체제, 미학으로부터 자유로운 창작과 비평을 지원하고 지역의 시각문화를 풍성하고 다원적으로 발전시켜, 지역의 건강한 담론을 유포하는 진원지 역할을한다. 추전작가는 박성란이다. ● <씨드갤러리>는 수원지역의 컬렉터 육성과 지역 작가 및 젊은 작가에게 작업 환경의 텃밭을 일구는 따뜻한 심정으로 2008년 6월 문을 연 전문 화랑이다. 부족한 문화 공간을 수원 시민에게 재공하며 젊은 작가 발굴 육성과 무엇보다 컬렉터 육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눈여겨 볼만하다. 또한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매주 영화 상영 프로그램과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추천작가는 박영균, 황재영이다. ● <청주창작스튜디오>는 2007년 새로운 미술문화 인프라 구축과 다양한 시각예술을 알리기 위해 청주시에서 개관한 곳이다. 미술작가들에게 창작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스튜디오 입주 작가와 외부 미술전문가들의 연계를 통해 이들의 창작능력을 배양하고 고취함에 그 목적이 있다. 작가 스튜디오 외에 마련된 전시장은 입주 작가들의 개인전과 기획전, 외부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며 일상 속에서 만나는 친근한 문화공간이 되고 있다. 추전작가는 박영학, 사윤택이다. ● <스페이스 씨>(대전)는 뜸(2003~2004), 반지하(2005~2009년)를 이어받아 2010년 개관하였다. 비평 부재의 천편일률적 시스템의 장기화 대응 예술생산, 유통, 소비의 이차·삼차적 시스템 결핍에 대응 비평 대안적 예술매개 공간 운영의 필요성 등의 문제의식을 갖고 자연과 영성에 관계하는 기획전시, 지역중심이 국제화와 상응하는 프로그램 구성, 운영, 창작 활동 및 생산 활동에 관계하는 작가 기반 연구, 토론과 담론의 생산으로 현재의 방향성을 비평·점검하는 프로그램 개발과 더불어 현장에 관심을 가지며 공공의 가치를 시각화하는 실험과 과정에 주목하는 곳이다. 추천작가는 윤종석, 정미정이다. (각 공간의 소개글을 발췌) ● 박성란은 현재 울산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특이하게 육아에 몰두하다 뒤늦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회의 개인전과 단체전 부산비엔날레 특별전 'Now! Asian Artists' - 한.중.일 지금의 작가전(부산문화회관, 부산, 2010),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09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2009), 베이징 2009 International Contemporary Art Festival (798 art존, 중국, 2009), ASIAF - 아시아청년작가 미술축제 (옛 기무사, 서울, 2009)등에 참여했다. 횟수로 얼마 되지 않지만 결과물은 진득하게 눌러앉아 그려대는 힘이 느껴진다. 박성란은 도시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부품, 고철들과 꽃, 나비와 같은 형상의 중첩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신상품으로 밀려나는 전자제품, 인간의 이기심으로 뽑혀지고 평가절하 되는 자연, 경쟁 속에서 도태되는 인간들은 모든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생존을 위한 진화는 기계, 자연, 인간 모두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작가는 생각한다. 시멘트 사이를 비집고 피어나는 꽃의 이미지는 작가에 의해 버려진 고철의 이미지와 서로 얽히고 변형 또는 해체(지우기)의 반복 과정이 중첩되어진다. 이러한 알레고리 작업은 끊임없는 시도로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으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박영균은 경희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현재 경희대학교 겸임교수이다. 2008년 분홍밤 (Busan ART Center ARTFORUM RHEE)외 개인전 7회와 단체전 노란선을 넘어서(경향갤러리, 2010), 정치와 미술전(경기미술관, 2009), The Time of Resonance展(아라리오 베이징2008), 민중의 고동 한국의 리얼리즘전(일본, 2008)등에 참여했다. 박영균을 평론가 김준기는 '액티비스트'라고 칭한다. 그는 사회의 부조리를 몸으로 극복하려 했던 386세대이다. 그의 과거의 작업 아니 작품의 제목으로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서있었는지, 무엇을 바라보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렇게 작가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인간극장 박영균'을 찍는 카메라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기분이 든다. 2008년 다큐멘터리「들사람들」과 일련의 작업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최근작 플라스틱 인형들은 이전과 형식을 달리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이동 중에도 여러 매체에 노출되어있다. 박영균은 매체에서 쏟아내는 신상품의 이미지들을 재해석, 배치하여 비판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작가의 어릴 적 기억 속의 플라스틱이란 새 것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화면 가득한 플라스틱 인형은 새로운 것에 대한 소비 욕구나 매끄러운 플라스틱에 대한 탐닉이 아닌 현실을 비판하고자 하는 작가의 시적 가면이다. 화면의 '촛불 소녀'는 2008년도의 소녀의 기억이다. "한 시대를 대변하는 한 컷의 이미지를 회화 작품으로 남겨서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이 한 장의 대작 페인팅으로 남았다. 소녀를 데려하는 세월 속에서 촛불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윤곽선을 흐리게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뿌옇게 흐린 경계 속에 상호성이 부족한 우리사회의 구조적 소통부재의 상황이 담겨있다."('액티비스트 박영균의 작업실 발(發) 영상-김준기'에서). 플라스틱 인형들, 만화적 배경, 매스미디어에서 볼 법한 인형들의 연출된 배치를 통해 그럴 듯한 상품을 만들어 냄과 동시에 이 시대와 회화의 권위를 비꼬고 있다.
박영학은 청주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2009년 흑과 백의 如如로운 미학(갤러리모아, 헤이리)외 개인전 6회와 단체전 Art Karlsruhe, Internationale Messe fur klassische Moderne und Gegenwartskunst (칼슈르헤/독일, 2008-2010) 등에 참여했다. 현재 청주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있다. 전통적인 수묵과 다른 방법과 재료 선택으로 작가는 새로운 산수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방법적으로는 장지 또는 순지 혹은 기타 화선지 상에 겹겹이 칠한 방해말 가루와 목탄의 기법이며 기존 수묵화에서 사용하지 않던 목탄이라는 작가만의 재료를 찾아냈다. 소재는 자연(정확히 말해 인위적인 것들은(도로, 밭등) 단순한 선 처리된 자연)이다. 작가는 '목탄은 일체의 외적인 물질과의 혼합이 없는 온전한 순결의 검은 빛에 극렬히 대응하는 흑과 백의 관계는 수묵화의 여백과 또 다른 정서를 내포한다. 목탄은 검은 빛과 그 빛에 의해서만 발현하는 새 하얀 빛깔이, 보는 이들에게 숯의 기능처럼 정화된 풍광으로 보여 지길 바란다.'라고 말한다(흑과 백의 여유로운 미학-이근우에서). 인위적인 것을 지운 풍경은 시야를 시원하게 만들고 그 여백이 여운이 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가만히 앉아서 숨을 고르게 해준다. 한마디로 정화 기능을 가진 산수라 하겠다.
사윤택은 서원대학교와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서울, 대전, 청주에서 개인전 10회와 단체전 Art Road77(논밭예술학교, 헤이리, 2010), Local Wave (아트팩토리, 헤이리,2009), AFI -창작언어의 복원 Artist 1:1 Critic 프로그램 (스페이스 사루비아 공간, 브레인 팩토리, 서울, 2007)등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많은 것들(세계와 세계, 패러다임과 패러다임, 사건과 사건, 공간과 공간 등)이 충돌하고 교차한다. 그 때의 결과들이 어떤 양상을 띨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의 태도를 보여주려 한다. 인간은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핵심적인 사항들을 추려 기억으로 머릿속에 저장하고 다시 그것을 꺼내 재현시킨다. 작가는 화면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사건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준다. 사윤택의 작업 읽기가 우리를 난처하게 만들 수도 있다. (작가는 이를 즐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보여 준 것이 우리의 일상일지도 모른다. 사윤택은 스필버그 감독의 환상특급에서 자신의 시간열차를 놓친 미아 같기도 하다. 다시 자신의 시간열차에 오르기 위해 자신의 위치를 여기서 한번 저기서 한번 휙휙 그어대며 시공간의 지도를 최선을 다해 그리는 미아 말이다.
윤종석은 한남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서울, 대전, 북경, 후쿠오카, 까라라(이태리)에서 8회 개인전을 했으며 단체전 Every time when I look around(Asia Art Center, 대만, 2010), Korean Eye-Moon Generation(사치갤러리, 런던, 2009), MEME Trackers(쏭좡 미술관, 중국, 2008)등에 참여했다. 자신의 작업의 태도를 '한 마리의 누에고치처럼 웅크리고서'로 표현 한다. 그 만큼 작가 자신이나 작업으로 무언가 확연히 드러내지 않으려한다. 한 줄, 한 줄.. 한 켜, 한 켜. 매우 느리게 그물을 쳐가며 형태를 드러낸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은 창 건너 풍경이 살짝 비치는 커튼의 살랑거림이 느껴진다. 가끔 우리의 기억은 잡힐 듯 말듯 얼굴을 간질이는데 윤종석 작업의 매력과 같다고 생각된다. 윤종석의 최근작은 체온이 남은 의복이 구겨지고 접히면서 총과 동물의 이미지로 만들어진다. 왜 갑자기 이런 말이 튀어나오는지...."어느 날 기운 센 아찌가 총 들고 '꼼짝 마!'했는데 알고 보니 목욕수건이네.. 가슴 근육 빵빵한 수퍼맨 아저씨 알고 보니 뽕이었네.라고." 이상하게도 윤 누에가 짠 그물로 만든 강함의 형상들이 온기 뒤에 솜어 있는 인간의 탐욕, 무자비함과는 관계없는 어릴 적 놀이의 한 소재거리를 회상하게 한다.
정미정은 충남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단국대학교에서 조형예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표류하는 연극적 자아(프랑스문화원, 대전, 2010), 노마드-끊임없는 탈주의 선을 그리다(갤러리 이안, 대전, 2008)로 개인전 2회와 단체전 ASIAF(구 기무사령부건물 서울, 2009), 삼성 홈플러스 Dream 청년작가 지원 프로젝트(홈플러스 문화센터 갤러리, 서울.2008)등에 참여했다. "자기 힘으로 거스를 수 없는 지독한 상황에 부딪치면서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지만 자신의 연극적 자아를 유지하며 삶을 견디는 힘을 얻는다."(정미정) 현대인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문제를 정미정은 나름의 실마리를 가지고 여행을 하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은 현대인의 욕망을 의미하고, 그 메마르고 척박함은 작가의 삶이다. 끊임없이 외부 요소들에 의해 '보여지는 나'로 연출되는 자신을 부정하며 작가는 운전석에 앉아 엑셀을 밟고 있다. 작품은 생명력 있게 새로운 곳에서 이종교배하는 작가 방랑기의 기념사진 쯤 될 것이다. 그럼 정작가님, 다음의 목적지는 어디일지 궁금하다.
황재영은 대구가톨릭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자연의 흔적((수성아트피아 뉴 프런티어 아트스페이스, 대구, 2008)와 단체전 헤이리 미술전(논밭갤러리, 헤이리, 2010), ASIAF(구 기무사령부건물, 서울, 2009)등에 참여했다. 황재영은 어린 시절을 되짚으며 나뭇가지를 묶거나 나뭇잎, 꽃잎 등을 이용하여 붓을 만들어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작업도구를 이용하여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나 자연과 인간이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 혹은 그 균형을 잃어버린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단순히 작가에서 산수화를 그리는 것은 재현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흔적[痕跡/痕迹]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현상이나 실체가 없어졌거나 지나간 뒤에 남은 자국이나 자취이다. 이제 거의 지워져 잘 보이지 않으나 가만히 보듬어 보면 잡히는 것이 흔적이다. 작가는 자연을 거닐며 사유하다 가만히 자리 잡고 아무거나 손에 집히는 대로 들고 기억의 흔적을 그려내는 행위에 무게를 두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만물의 변화 속의 자신, 물이 흐르는지 내가 흐르는지……. 아직 작가는 자신 속의 거대하고 무거운 문제를 풀고 있는 중이다. 문제를 걷어내고 유유자적하게 길을 거닐 작가를 기대해 본다. ● 각 공간이 추천하여 전시에 참여한 일곱 작가들은 회화라는 공통의 장르에서 작품제작과 방법 그리고 미학적, 지역적 차이와 함께 각자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회화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각 공간들의 설립취지와 활동 영역이 유사함과 동시에 차이를 갖는 것처럼. 이번 계기를 통해 미술 문화의 장에서 각 공간이 공통으로 관심 갖는 부분과 서로 다른 부분을 비교하여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이'를 짚어보며 향후 공간 교류의 새로운 가능성과 지역중심이 국제화에 상응하는 문화컨텐츠 구성과 교류프로그램을 타진해 보고자한다. ■ 박영선
Vol.20101011e | 회화의 풍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