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풍선과 나의 풍선껌 your speech bubble and my bubble gum

노순석展 / NHOSOONSUK / 盧淳錫 / mixed media   2010_1006 ▶ 2010_1012

노순석_Run is life_괘선지에 네온관_150×110cm_2010

초대일시_2010_100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이즈_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노순석의 『너의 말풍선과 나의 풍선껌』 ● 노순석은 유머러스한 형태와 빛과 기호의 교호를 통해 그의 관심사였던 소통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 『너의 말풍선과 나의 풍선껌』에서는 만화적이며 재치있는 몇가지 모티브를 사용하고 있는데, 커다란 컨셉은 발화된 말이 남기는('spacing'하는) 빈 자리이다. 작가의 변 또한 그러하다. 말풍선은 텍스트가 담기는 그릇이고, 풍선껌은 씹는 행위 즉 말을 되새긴다("씹는다")는 문자그대로의 의미에서 온 것이라 한다. 발화된 말과 이미지의 관계를 형상화한 「Please listen to me!」「네 개의 거짓말과 하나의 침묵」「위대한 침묵」「Legend」「꿈의 수호자」등의 작업을 내보이고 있다. ● 노순석의 모든 시도는 무엇보다 말은 공간, 어떤 자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발화된 말의 내용을 걷어내고 남은 흔적인 빈 공간을 표시하기 위해 풍선껌 관련 모티브 그리고 내부로부터 빛나는 네온튜브는 다양하게 활용된다. 다수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나타낸 말풍선 자리 하나는 언뜻 구름으로 보인다.(작가의 설명을 듣고보니 여러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든 공동의 빈 자리였다) 이 구름은 어렸을 때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던 만화의 추억을 불러낸다. 말들이 섞이며 허공에서 다른 목소리와 섞이고 합쳐져 긴장을 만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뒤로부터 은은히 비쳐 새나오는 빛 때문에 말구름은 방전 직전인듯 곧이어 우르르 쾅 하는 뇌우가 울릴듯 하다. 말들은 빛을 만든다. 형광색으로 빛나는 네온튜브의 빛은 이를테면 말들이 남긴 흔적들이라 할 수 있을 테다.(소리는 빛처럼 일종의 전기적 자극으로 변환되어 뇌에 인지되기 때문이다) 또한 말들은 접힘과 주름을 만드는 동시에 그자체 이미 무언가가 접힌 주름이기도 하다.

노순석_위대한 침묵_나무, 네온관_300×400cm_2010
노순석_내 얘기 좀 들어봐!_나무, 네온관_50×120cm_2010
노순석_Legend_캔버스에 유채_194×130cm_2010

「Run is life」에서 주름잡힌 스크린인 흰 바탕에 한 줄기 가로지르는 푸른 네온의 착상은 작가가 어렸을 때 읽었던 전래 설화에서 왔다고 한다. 돈으로 양반을 산 어느 졸부집에서 병풍을 그릴 명인을 필요로 했다. 한 가난한 사람이 배를 곯다 못해 꾀를 내어 화가인양 한다. 그 집이 간절히 바라는 대로 병풍에 그림을 그려주마고 그는 몇 달을 마음놓고 실컷 통음한다. 약속한 기일이 다가올수록 근심은 늘어갔다. 그림을 그릴줄 몰랐으나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그려야만 했고, 할 수 없이 다만 사력을 다해 먹을 듬뿍 찍어 획 하나를 긋고 숨진다는 내용이다. 사람들은 그 일획에서 은하수를 보았다고 한다. 전래설화의 묵직한 내용은 아코디언처럼 접힌 깔끔한 흰 바탕에 네온으로 푸르게 빛나는 일획으로 간결하고 경쾌하게 바뀌었다. 아래에는 뛰는 사람을 그린 비상구 기호가 있다. ● 지난 전시들 『스톡커의 방』(오프라, 2005),『나르시스의 방』(오프라, 2006),『이카루스의 날개를 훔치다』(관훈, 2007),『김재규씨와 콩나무전』(관훈, 2008)에서 보였던 동화, 전래설화, 텍스트와 이미지를 통한 소통에 대한 관심이 이번 전시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김재규씨와 콩나무』(2008)전에서도 활용되었던 싹튼 콩 모양이 대표적이다. 콩 꼬투리 형상은 모호하기에 다의적이다. 콩꼬투리면서 팔레트 같기도 한 귀염성 있는 형상들은 일견 버블버블 전자오락 게임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자체 입으로부터(입처럼 보이는 부분으로부터) 점점이 말없음을 뜻하는 네온 사인의 말풍선을 뿜어내고 있기도 하다. 작가가 붙인 제목은 「위대한 침묵」이다. 바닥과 벽면이라는 두 평면에 걸쳐 공간을 메운 크기로 보아 엄청 많은 것을 말했을진대 비어 있다. 이 캐릭터(캐릭터라 할 수 있다면)는 아구처럼 먹어대며 동시에 열심히 말하는듯 보이는 귀여운 콩깍지(혹은 콩 꼬투리) 모양이다. 아마도 말이나 담론이란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먹어치워 소화한 것이기 때문일 테다. 그것은 다시 쉬임없이 말해지고 사라진 말의 자리에 빈 공간이라는 흔적을 남긴다.

노순석_진실을 말하는 입과 당신을 외면하는 새 2_단채널 영상, 강철, 나무, 네온관, LED TV_2010
노순석_Please listen to me!_나무, 네온관_85×33cm_2010

또한 비디오 작업이 있다. 스타워즈의 다쓰베이더를 연상시키는 삼목으로 만든 투구 모양의 작업 「진실을 말하는 입과 당신을 외면하는 새」는 제작에 있어 오용무와 협업한 것이다. 이 작업은 『나르시스의 꿈』의 벽면작업 및 『신화와 우화』에서의 네 대의 비디오 스크린 작업을 통해 보인 소통에 대한 관심사의 연장을 보여준다. 투구 혹은 가면 모양의 틀 안에서 상영되는 비디오는 삼나무로 조형된 이 두상이 보는 것인지 방사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어떤 영상을 보여준다. 직사각형의 스크린 안 양끝에서 남녀가 마주보며 쉴 새 없이 풍선껌을 씹고 불고 터뜨린다. 그들 가운데에는 두상(따라서 얼굴) 부분은 보이지 않는 익명의 여성의 몸이 쉴 새 없이 춤추고 있다. 풍선껌은 부풀어오르자마자 터지기를 반복하지만 춤은 지속되며 끊어지지 않는다. ● 남과 여로 표상되는 대조적 양극과 그 사이의 소통을 매개하는 것은 풍선껌이 나타내는 침묵과 춤이 나타내는, 구체적인 발화내용이 아닌 춤이라는 몸짓이다. 소통을 매개하는 것은 발화(빠롤parole)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구조(랑그langue)이기도 하다. 랑그는 일종의 사이 공간에서 작용한다. 비가시적인 구조는 그 형태를 정확히 규명할 수 없는 마치 일정하게 반복되는 가운데 뭔가 형태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리듬과도 같다. 작가가 의도한 것은 춤추는 여체라기 보다는 언어의 작동이 비가시적 리듬에 가깝다는 점에 착안했을듯 하다. ● 랑그가 발화의 흔적을 경유해서만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춤은 춤추는 신체와 분리되서는 보여지지 않는다. 춤 자체는 비가시적이라 춤추는 신체를 경유하지 않고서는 보이지 않는다. 대화는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몸을 만들어내지만 사이 공간은 좁혀지지 않는다. 풍선껌 불기가 반복될 뿐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지만 그렇다 해서 멀어지지도 않는다. 소통의 순간이란 그 자체 보이지 않는 춤이 두 사람 사이에 너울거리는 베일과 같은 어떤 몸을 형성하는 순간 그리고 그 몸이 각자의 스크린에서 동일한 것으로 지각되는 있음직하지 않은 순간일 것이다. ■ 최정은

Vol.20101010e | 노순석展 / NHOSOONSUK / 盧淳錫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