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NER TAKES IT ALL

이석준展 / LEESEOKJUN / 李碩焌 / sculpture   2010_1006 ▶ 2010_1015 / 일요일 휴관

이석준_Angel's T.C Stadium_혼합재료_128×180×145cm_2010

초대일시_2010_1006_수요일_06:00pm

게임진행 : Angel's T.C Stadium Tournament, Atropos Hotel Game 06:00pm~ 08:00pm

본 전시는 하동철 장학 지원 기금(2008) 으로 마련된 전시입니다.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무이_GALLERY MUI 서울 서초구 서초동 1658-14번지 무이빌딩 1층 Tel. +82.2.587.6123 cafe.naver.com/gallarymui.cafe

무서운 이야기 : 이석준의 메피스토 ● 이석준의 작품 속에는 작가 자신도 쉽게 통제하지 못하는 잔혹성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것은 한 때 작품의 표면 위로 범람하여 관객들을 뒷걸음치게 만들었었고, 최근에는 작품의 배후에 잠복하여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관객을 덮칠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계속 지켜봤던 관객이라면 사나운 맹수를 가죽 벗겨 놓은 것 같은 끔찍한 모습으로 인간을 형상화시켰던 그의 예전 작품을 기억할 것이다. 너무 직설적이라서 오히려 작가 자신의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그 가학적인 시선은 이제 화려하게 금박 입힌 게임 플레이트와 고풍스럽게 꾸며진 궁륭(穹窿)형의 상자 속에 은폐되었다. ● 관객 앞에 등장한 게임 플레이트와 궁륭형의 상자는 닫혀 있다. 그들이 닫혀 있는 모습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서 관객은 그들을 열었을 때 전개될 사태가 결코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의 유혹에 이끌려 눈앞에 닫혀있는 문고리에 손을 가져가게 된다. 그리하여 관객이 음험하게 닫혀 있는 게임 플레이트와 궁륭형의 상자를 열어젖혔을 때, 뒤이어 발생하게 되는 모든 파국의 책임은 작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있는 것이며, 관객은 작가가 부과하는 게임의 룰에 무조건 순응할 수밖에 없다.

이석준_Angel's T.C Stadium_혼합재료_128×180×145cm_2010
이석준_Angel's T.C Stadium_혼합재료_128×180×145cm_2010
이석준_Angel's T.C Stadium_혼합재료_128×180×145cm_2010_부분

금박이 입혀진 게임 플레이트를 열어젖힌 관객이 맞이하게 되는 시공간은 모세의 십계명이 지배하는 구약의 세계이다. 그 공간에서는 서로 다른 색상을 입은 천사들이 십계명을 가운데에 두고 편을 나누어 시합을 벌인다. 아마 그 천사들은 용서와 사랑으로 어린 양들을 위무하는 신약의 천사들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계명을 어기고 황금 송아지를 품에 안은 자를 절멸시키는 구약의 천사, 곧 징벌의 천사들이다. 관객은 징벌의 천사들 가운데 한 편을 선택해 게임에 임할 수 있다. 그리하여 관객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자신이 만약 이기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또한 자신이 만약 지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관객은 이와 같은 끝없는 궁금증 속에서 게임에 열중할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했을 때 관객은 이미 자신이 저지르는 일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배교자(背敎子)로 전락해 있다. 왜냐하면 관객이 품에 안고 있는 게임 플레이트는 황금송아지보다 더욱 이교도적인 외양으로 빛나고 있고, 자신의 승리를 위해 천사를 운용하고 있는 관객의 손길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계명을 어기는 유대인들보다 더욱 신성 모독적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이러한 관객의 모습은 어떠한 것일까. 작가는 게임 플레이트의 뒤편에 신도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좌석을 마련해 놓고 스스로 사제가 되어 엄숙하게 묻는다. 하느님의 제단 앞에서 불경을 저지르고 있는 이 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마 그에 대한 대답은 행동으로 행해질 것이다. 사제는 스스로 징벌의 천사가 되어 관객을 처형시킬 것이다. 그것도 전면적이고도 잔혹하게 이루어지는 구약의 방식을 따라서 말이다.

이석준_Atropos Hotel_혼합재료_200×70×70cm_2010
이석준_Atropos Hotel_혼합재료_200×70×70cm_2010

그렇다면 궁륭형 상자를 열어 본 관객에게 일어나는 일은 무엇인가? 그 사람에게 펼쳐지는 시공간은 신사숙녀들이 정장을 입고 좌정해 있는 세기말 서양 부르주아지의 세계이다. 그러나 이 기품 있는 부르주아지의 세계의 한 가운데에 추문을 일으키는 벌거벗은 여인의 형상이 버티고 서 있다. 마치 클림트의 그림에서 솟아난 듯 에로틱하면서도 핏기 없는 그 여인은 상자를 열어젖힌 관객에게 모종의 수치심을 부여한다. 마치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것과 같은 인상을 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여인은 관객 앞에 펼쳐진 시공간을 여신처럼 지배하고 있다. 정면으로 쳐다 볼 수 없는 그 여인 앞에서 관객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아래의 버튼을 누르시오. 그것은 단계적으로 작동하는 처형의 버튼이다. 그것을 누르게 되면 부르주아지의 세계 속에 봉인되어 있는 죄인들이 일제히 단두대로 옮겨져 목이 잘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관객도 아마 그 대열에 끼게 될 것이다. 왜? 관객은 이미 스스로 상자를 열고 여신의 벌거벗은 몸을 목격한 자이기 때문이다. 그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그는 자신이 위반한 도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는 억울한가? 하지만 관객은 스스로 상자를 열고 여신의 알몸을 범하지 않았던가. 그는 자신의 초래한 쾌락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부르주아지 세계의 도덕이다. 그렇게 흔쾌히 자신의 목을 내놓은 사람들만이 신사숙녀로 격상되어 벌거벗은 여신의 좌우에 우아하게 앉아 있을 수 있다. 여신이 관장하고 있는 심판의 상자 앞에서 우회할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리하여 관객은 버튼을 누른다. 일제히 사형은 집행되고, 관객의 몸뚱이 또한 목이 잘려 나뒹군다. 수급을 받았던 서랍들이 다시 한 번 제자리로 복귀하면 관객이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게 된다. 궁륭형 상자는 다음 관객을 기다리며 스스로 문을 닫게 된다. ● 이와 같이 이석준의 최근작이 풀어놓는 이야기는 마치 고딕 호러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이 작품 앞에 다가서는 관객에게 기괴한 악몽과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예전의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났었던 인간의 처단된 육체는 이들 이야기의 결말부에 관객이 이르게 되는 모습으로 간접화되었고,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작품 자체는 이제 파괴와 살인에 대한 은밀한 암시가 되었다. 마치 고뇌하는 파우스트를 부리고 있는 영악한 메피스토텔레스처럼, 관객들이 알지 못할 모종의 계약을 맺고 이석준을 조종하고 있는 익명의 잔혹성은 이석준의 작품이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더욱더 세련된 술수와 전략으로 자기 고유의 파괴적인 세계상을 확산시킨다. 그의 세계 속에 인간다운 모습으로 존속할 수 인간은 아무도 없다. 그의 세계 속에는 모든 인간은 처단 당해야할 고깃덩어리들이거나 이미 처단 당한 고깃덩어리들이다. 아마 그의 수족이 되어 그의 세계를 구성해 나가는 이석준 조차 그 속에 인간으로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오로지 유혹과 파괴와 지배의 쾌감으로서만 세계를 구성하려는 그 잔혹성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또한 그것은 어떠한 환경에서 몸집을 불려 한 사람의 매개자를 선택하게 되었을까. 거기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석준이라는 매개자를 통해 계속해서 구축될 그의 세계상 앞에 우리는 또다시 관객이 되어 이끌려 들어갈 것이고, 갈수록 정교해질 악몽의 메카니즘 속에 더욱 더 끔찍하게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의 시원(始原)에 점점 더 가까이 접근하게 될 것이다. ■ 강정호

Vol.20101008e | 이석준展 / LEESEOKJUN / 李碩焌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