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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911_토요일_06:00pm
기획_갤러리 폼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폼_Gallery Form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1520 롯데갤러리움 E동 309호 Tel. +82.51.747.5301 www.galleryform.com
부유하는 빛의 피부와 그 심연 ● 하원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의 하나로 대칭(symmetry)을 들 수 있다. 그것은 작품에 내재하는 공간과 겉으로 드러난 형태에 있어서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그렇기도 하지만 실재와 그것이 투영된 거울을 활용한 작품에서도 발견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이 지닌 이러한 구조는 그것이 놓일 장소에 대한 연구로부터 비롯한 것이므로 장소특정성(site-specificity) 역시 그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다.
그는 이번 개인전을 위해 베이징에서 작업했고, 우연찮게 같은 시기에 그곳에 체류했던 나는 그가 작업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다. 투명 아크릴판에 구멍을 내고 오리의 깃털을 그것에 끼워 부착하는 과정을 볼 때만 하더라도 나로서는 그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투명 아크릴판이란 물질이 예술작품의 재료로서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지닐 수 있을까 하는 의문 속에서 그것이 단지 깃털의 숲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지지체에 불과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은 작품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으로서 제 역할을 담당했다. 즉 켜켜이 세워놓은 이 투명판의 피부는 깃털로 뒤덮여 있으며 그 가운데 부분이 볼록하게 융기된 반면 이 작품과 조응하며 맞은편에 설치된 작품은 가운데 부분이 오목하게 비어있다. 이 두 구조물을 끼워 맞추면 어느 한 부분도 폐기하지 않은 완전한 장방형의 판이 되는 것이다.
대칭구조는 비단 형태에서 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깃털을 조밀하게 붙여놓은 것과 맞은편의 매끈하고 투명한 표면에 일정한 모듈로 빼곡하게 부착한 둥근 투명아크릴 봉의 대조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비록 일정한 간격으로 촘촘히 붙였으나 깃털이 환기하는 부드러움이 안온함, 평화로움, 비상(飛翔) 등을 연상시킨다면 딱딱한 플라스틱 물질을 기하학적인 규칙에 따라 부착한 것은 구조적이고 미니멀한 질서에 대해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반복적인 구성형식이나 재료에 있어서 비인격적이고 건조하다고 할 만큼 기본적으로 차가운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 냉정한 절제를 완화하며 작품을 유기적인 것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 깃털이자 작품내부로부터 발산되는 빛이다. 이 빛은 투명한 아크릴판의 벽면을 투과하기 때문에 주변으로 침투, 확산, 간섭하며 개별 작품을 단일한 것으로 규정하지 않고 전체 속의 부분으로 이끈다. 즉 깃털이 있는 작품의 붉은 빛과 맞은편의 아크릴 봉이 부착된 작품의 푸른빛은 각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주변공간을 빛의 제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빛은 시간이 흐르면서 교차하기 때문에 각자 고유한 영역을 점유한다기보다 공간을 물들이는 일종의 부드러운 침입자이자 또한 두 작품 사이를 소통시키는 무형의 매개자라고 할 수 있다. 빛의 상호교환과 침투는 그의 작품이 지닌 미니멀 구조를 자기완결적인 형태로 내버려두지 않고 공간 속의 한 부분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으므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보조적 장치라기보다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침투와 매개가 불러일으키는 효과는 공간을 빛으로 물들이는 것 이상으로 작품을 공간 속에 부유하게 만든다 것에 있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치 작품이 허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가 왜 이 전시의 주제이자 표제로서 '부유하는 빛'을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빛의 파장을 통해 전시공간 자체를 무중력공간과도 같은 것으로 만들어놓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결정과 선택은 물론 전시공간이 지닌 물리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 전시공간은 관람자들의 시선이 오직 작품에만 집중하도록 벽면은 물론 천장에서 바닥까지 흰색으로 칠해진 상태이다. 그래서 중력의 법칙에 따라 발이 지면에 닿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방문자들은 경계가 흐릿한 공간에 서있는 것과 같은 착시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 사실에 착안한 작가는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빛의 파동에 의해 잠시 존재의 무게까지 잊어버리고 특별한 공간에 들어선 듯한 지각현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였다. 앞에서 그의 작품이 장소특정적이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점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거울효과를 이용한 영상작업이다. 이 작품은 벽에 부착한 거울의 각도를 서로 엇비슷하게 설치하고 그 전면에서 프로젝터로부터 투사된 영상이 거울에 반사되도록 의도한 것이다. 프로젝터로부터 투사되는 영상은 파도를 촬영한 것이지만 서로 다른 각도로 설치된 거울에 반사되면서 구체적인 이미지는 해체되고 큰 반점과도 같은 빛의 덩어리들이 공간 속에 일렁거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마치 수면 아래에서 빛의 반사를 경험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투명하면서 비정형적인 빛의 덩어리들이 서로 교차하거나 간섭하면서 빛이 만들어내는 추상적인 현상을 보노라면 나의 몸은 이미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아득함에 의해 포위당해 있다. 여기에서 유동하는 빛에 침잠된 나의 존재마저 해체시키고 있다. 이 공간 속에서 우리는 빛이란 비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마치 거즈와도 같은 피부조직을 가진 것은 아닐까 하는 야릇한 환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하원의 이번 작업은 견고하며 자기규정적(self-defined)인 형태를 만들기보다 유동적이며 장소특정적인 공간연출을 통해 우리의 지각체계 속으로 파고드는 것에 그 특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판에 전사된 파도의 이미지가 맞은편 거울에 투영되며 마치 하나의 영상으로 연결된 것과 같은 작품 가까이 다가가면 그 거울 속에 나타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거울은 마치 나르키소스를 유혹하여 파멸시킨 연못의 수면과도 같은 것이다. 나의 존재가 이렇듯 해체되는 경험은 일렁이는 빛의 파동에 포위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여기에서 나는 작품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것을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먹이가 된다. 유동하는 빛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나를 소멸시키는 침묵의 나락이자 나를 낯선 세계로 빠져들게 유혹한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그렇게 지각하고 있을 뿐 빛이 활동을 멈추는 순간 나는 심연이나 터널로부터 빠져나왔을 때 새삼스럽게 발견하는 현실로 회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작품을 빛이 걸어놓은 최면으로 빠져드는 마술적 공간이라 불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무중력상태와도 같은 낯선 공간과 현실이란 두 대척지점의 사이에서 우리의 의식이 긴장과 이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끄는 장치이자 시각적 사이렌이라 할 수 있다. ■ 최태만
Vol.20100928f | 하원展 / HAWON / 河媛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