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0916_목요일_06:00pm
롯데갤러리 대전점 창작지원전 3부
관람시간 / 10:30am~08:00pm / 추석 휴관(9월22~23일) / 백화점 영업 시간과 동일
롯데갤러리 대전점 LOTTE GALLERY DAEJEON STORE 대전시 서구 괴정동 423-1번지 롯데백화점 8층 Tel. +82.42.601.2827~8 www.lotteshopping.com
1970년대 후반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시작된 복종순의 미술인생이 어느덧 30년을 넘어섰다. 왜 미술을 시작하게 되었냐는 물음에 "그림 그리는 게 가장 재미있고 쉬웠어요. 그때는 그랬지…"라고 대답하는 그에게서는 지금도 변함없는 미술에 대한 애정과 마음먹은 대로만은 되지 않는 인생에 대한 먹먹함과 서운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어쨌든 그는 30년 전에도 미술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고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미술에서 발을 빼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 평소 작업을 하지 않을 때의 그는 인정 많고 맘씨 좋은 동네 구멍가게 주인아저씨의 모습과 닮았거나, 숨은 사연 한 가닥쯤은 족히 품고 있을지언정 오히려 현실에는 무심한 듯 보이는 극장의 '간판장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정 많고 맘 좋은, 하지만 살아온 세월을 나름대로 반영(?) 하고 있는 듯한 옆집 아저씨의 얼굴, 그것이 바로 '인간' 복종순의 모습이다. 그러나 망치를 손에 잡고 쇠를 두드리는 그의 모습에서는 마치 천하의 명검을 염원하며 수없이 두드리고 담금질하던 장인과도 같은 진실함과 신중함이 배어난다. 언뜻 거칠고 투박한 듯 보이나 수없이 단련된 날 선 감각과 작품에의 성실한 열정을 간직한 장인의 모습, 그것이 '작가' 복종순의 모습이다.
인류 문명의 획기적인 발전을 불러온 쇠는 공예와 조각을 비롯한 조형예술 분야에서도 필수적인 재료가 되어 왔다. 근래에는 금이나 은, 청동, 철과 같은 금속 이외에도 합금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실생활에 사용되는 다양한 금속류들 또한 자연스럽게 미술의 재료로 쓰이고 있다. 복종순은 이와 같이 생활 속에서 쓰이던 금속제품을 두드리거나 두드린 쇠를 모아 원하는 모양으로 용접하는 방식의 작업을 하고 있다. 다 쓰고 버려지는 쇳조각들, 주로 용도 폐기된 기성품들을 모아 미적인 오브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못쓰게 된 양철 쪼가리나 스테인레스 조각, 알루미늄 캔 등 쇠붙이들을 주워 모아 자신의 손놀림(두드림)을 가해 새로운 생명을 가진 대상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다. ● 버려진 깡통을 찌그러뜨리고 두드려서 특정한 신체 부위를 만들어 내기도하고, 양은 주전자, 냄비 등 기성품의 형태를 파괴시켜 그것들을 실용의 역할에서 떼어내어 단순히 조형적 사물로만 존재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주변의 사물들을 이용하여 그것들의 본래의 자리나 쓰임새 등 기능을 박탈하고 새로운 성질을 부여하거나 뜻밖의 장소에 둠으로써 우리들이 이미 알고 있던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거리 두기'나 '다르게 보기'를 제안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각각의 사물들은 본래 가지고 있던 고유한 형질, 관념, 기능 등을 상실해 버리고 '미적'인 대상으로서 새로운 기능을 부여 받게 된다. ● 한편 그는 찌그러진 깡통으로 고급 미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불상, 탑, 비너스, 성모마리아 등을 재현하기도 한다.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 있어서도 복잡하고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대미술 속에서의 차용이 그의 작업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경우 그것은 뒤샹이〈L.H.O.O.Q.〉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예술의 전통과 권위를 조롱하고 도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는 듯하다. 찌그러진 깡통으로 만들어진 불상과 비너스는 권력과 기성 체제에 안주한 채 시장과 유행에 영합하려는 시류에 대한 거부이자 반항이며, 아울러 세련되고 정형화된 예술에 대한 저항이라 할 것이다.
복종순은 오래 전부터 '두드림'이라는 행위에 몰두해 왔다. 그것은 마치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가 충동적으로 시계를 분해하듯, 모든 사물을 해체하고 분해함으로써 사물의 근원에 접근하려는 그의 태도를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것이 쇠이건, 종이이건, 바위이건 간에 두드리고 두드려서 얇은 종잇장처럼 평평해질 무렵에는 본래의 형질은 없어지고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결국 두드릴수록 사물의 본질에 가까워지게 된다고 그는 믿고 있다. ● 그의 손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작품들 속에는 무념무상의 두드림으로 기존의 질서와 논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와, 모든 대상을 분해하고 환원하여 새로운 질서와 체계 속에 두고자 하는 생각이 공존한다. 그처럼 긴 시간, 두드림이라는 노동을 통해 근원으로 환원된 물질로 무언가 새로운 창작품을 기대하는 그의 작업방식은, 일견 스스로를 향한 주술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도 보인다. ● 또 한편으로는 기성품이 가진 실용성이나 본래의 기능을 제거하고 그것의 가치를 전도시켜 새로운 가치체계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네오다다적인 성향을 복종순의 작업을 특징짓는 요소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대량생산 되는 통속적인 이미지의 활용으로 파괴를 통하여 기존의 예술 형식에 도전하고 표현 영역의 확장을 시도한 점에서 그의 작업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하겠다. ● 그는 만들어진 결과물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두드리는 행위 자체에 몰두할 뿐이다. 그렇기에 내가 그에게서 발견한 것은 멍에처럼 묵묵히 자기 몫만큼 예술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는 장인의 모습이었다. 그가 만들어 낸 작품들은 그의 외모처럼 세련되거나 말쑥한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거칠고 투박함 속에서 그야말로 진솔하고 우직한 '손맛'의 진수가 배어 나오고 있음을 감지하였다. 보잘것없는 사물들로 만들어내는 뜻밖의 미적인 체험, 그것이 바로 그의 '두드림의 미학'이 아닐까 한다. ■ 손소정
나는 1985년, 작업을 시작하면서 줄곧 두드리는 작업을 반복하였다. 처음의 종이 두드리기 작업들은 두드린 행위에 의한 결과물인 표면적 시각에 더 집중 되어진 것 같다. 90년 후반 점차 재료의 변화를 시도하게 되었고 금속이나 다른 재료들을 다루면서 결과물이 아닌 두드리는(pounding) 행위자체에 빠지게 되었다. 그것은 한 재료에 머물 수 없는 다른 시도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어떤 사물과의 만남, 그것과의 관념, 나의 인식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행위는 두드림이다, 두드리는 반복행위는 나를 무념무상에 빠지게 하는가 하면, 사물에 따라 모래알처럼 부서져 없어져 버리거나 망가져버려 두드렸다는 나의 경험만 남게 된다. 또 때론 경이적인 어떤 사물이 남을 때도 있다. 두드리는 행위를 계속하는 것은 사물에 대한 관념, 마치 관념을 두드리는 것처럼, 미술과 시각 그리고 나이기 때문이며, 사물의 형상이 있음과 없음은 나의 번민이다. 다시 말하면 징그럽게 두드리는 것이 어떤 표현에 대한 강한 욕구이기도 하고 동시에 억제이기도 하다. ■ 복종순
Vol.20100921c | 복종순展 / BOKJONGSOON / 卜宗淳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