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한국현대판화의 知天命 - 省察

진천군립 생거판화미술관 Pre-Open展   2010_0917 ▶ 2010_1115

김상구_No.977_한지에 목판화_100×70cm_2004

초대일시_2010_0916_목요일_11:20pm

1부_목판화 / 2010_0917 ▶ 2010_1014 1-1:서정의 성찰 / 참여작가_김상구_이상국_강행복_안정민_김준권_임영재 1-2:서사의 성찰 / 참여작가_홍선웅_김억_윤여걸_손기환_유연복_정원철

2부_동판, 석판, 혼합기법, 입체, 설치 / 2010_1016 ▶ 2010_1115 2-1:조형의 성찰 / 참여작가_이승일_홍재연_장영숙_곽남신_최미아_이영애 2-2:매체의 성찰 / 참여작가_박광열_이종협_윤동천_임영길_백승관_이혜영

관람시간 / 10:00am~05:00pm

진천군립 생거판화미술관 충북 진천군 진천읍 장관리 697-3번지 Tel. +82.43.539.3607

본 전시는 국내최초로 판화전문미술관을 지향하는 진천군립「생거판화미술관」의 프리오픈(Pre-Open)전이다. 2011년 본격적인 미술관 등록과 개관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레 워밍업으로 프리오픈전을 준비하게 되었다. ● 진천군은 1개의 읍과 6개의 면으로 인구 62,856 명(2007년 기준)의 충청북도의 작은 도시다. 이 작은 군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판화전문미술관을 개관하는 것이다. 굳이 판화라는 특수한 장르를 전문으로 표방한 것은 지방 소도시의 경제력이란 현실적인 조건 때문이기도 하지만, 타 국·공·사립 대형미술관들이 간과한 판화 및 멀티플아트에 주목함으로 미술관의 성격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판화전문미술관의 설립은 대규모의 자본이 아닌 문화 마인드를 중심으로 지방문화정책의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유효한 방식이라 여겨진다. 즉 군민들의 고급문화 향유 기회의 제공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모토와 더불어, 저비용에 국내외 판화사적인 가치를 갖는 최고의 작품들을 Collection함으로 자산가치의 증가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김준권_터-새싹 the Earth-Sprouts_유성다색목판_95×190cm_2003

그러나 이렇듯 진천군에 해당하는 장점 뿐 아니라, 오십년을 맞은 한국현대판화의 지나온 궤적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발전을 성찰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천군을 넘어서서 대한민국 판화의 미래를 조망하는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즉 진천군이 한국판화미술의 중요한 토대가 되고, 나아가 아시아 판화미술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그렇다. ●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건 바로 이 판화전문미술관이 단순히 문화적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문화산업으로의 확대가 되어 진천군의 소중한 경제적 자산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판화를 통한 진천군의 전국적이고 국제적인 문화적 이미지 고양이란 무형의 자산이 그 첫 번째라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작품컬렉션과 미술관운영의 미학적 수준 담보는 경제적 자산가치의 증가를 의미한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판화전문미술관의 선택은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비전을 가능케 하는 전문적인 기획력과 의지가 없다면 앞의 말은 공염불이 될 지도 모른다. 진천군의 행정과 군민, 그리고 전문가의 소통과 이해가 없다면 이루어지기 어려운 사업이다. ● 이런 지점과 시기에 본 전시를 준비한 건 장기적인 로드맵과, 미술관 전문인력 및 제도의 구축의 토대를 위한 전초전의 목적에 의해서다. 즉 2010 현재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의 수준과 지속적인 판화중심의 활동력을 보이는 50대 이상의 중견작가들을 선보임으로 한국판화미술의 가치와 가능성을 진천군의 행정인력과 군민들에게 보이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 번 경험은 2011년 미술관의 개관에 능동적인 의지와 동기를 제공할 것이다.

김억_남한강-단양 NamhanRiver-Danyang_한지에 목판_60×351cm_2009

일반적으로 한국현대판화의 출발점은 1958년으로 상정한다. 아마도 판화를 모던한 하이테크의 파인아트로 받아들이며 우리나라 최초로 판화단체를 창립한 작가들의 입장을 반영해서일 것이다. 이 기준에서 보자면 한국현대판화는 이제 52살이 되었다. 본 전시의 타이틀인『2010 한국현대판화의 知天命 - 省察』에서 지천명이 의미는 바로 한국현대판화의 나이이자 50대 이상의 작가들로 이 전시가 구성됨을 의미한다. ● 50대를 의미하는 知天命은 말 그대로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를 이른다. 자신의 인생의 과제를 일정정도 성취했고, 이를 바탕으로 심화해가는 과정에 이른 성숙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 '지천명'이란 말에 어울리게 한국의 현대판화는 과연 스스로를 심화시킬 정도로 성숙해 왔는가? 라는 질문으로 이 전시기획은 시작되었다. 각각의 판화가의 개별적인 조형적 성과에 있어서는 분명 그렇지만, 한국현대판화 전체로 보아서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 게 솔직한 기획자의 생각이다. ● 무언가 아쉽고 모자라는 것은 반성을 요구한다. 지나온 과거의 궤적과 현재가 그 대상이다. 자연히 깊은 생각과 성찰이 필요하다. 성찰은 지나간 것과 바로 지금 여기의 반성을 종합하는 미래를 위한 사유행위다. 좁게는 작가 개인의 작업이념, 감각, 형식 등에 대한 성찰로부터, 넓게는 한국현대판화 전체적인 개념, 소통, 제도, 실천, 지향성 등을 총체적으로 반성하고 더 새로운 대안의 모색이기도 하다.

정원철 _증언 The testimony_Linocut_76×56cm_1998

50, 60년대의 맹아기 / 70년대의 구축기 / 80, 90년대의 황금기를 보낸 한국현대판화는 그러나 2000년대가 되면서 눈부신 판화적 테크닉과 작가수의 양적팽창에 반비례하는 퇴보기를 맞았다. 90년대 이후 대학에 판화과가 개설되고,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치루어진 국제판화아트페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판화는 현대미술의 중심에서 소외되어 변방으로 자꾸만 밀려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 이러한 열악한 현실에서도 역시 핵심은 판화가들의 판화에 대한 기량과 개념이 밀도 높고 진정성 있는 작품으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가장 원초적인 입장이다. 따라서『2010 한국현대판화의 知天命 - 省察』전은 Fine Art로서의 판화에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력을 보이고 있는 오십대 이상의 작가 24명으로『성찰』이란 주제로 구성했다. 자신의 작품내용과 형식, 판화에 대한 이념과 개념, 한국현대판화사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동반하면서 말이다.

장영숙_식물 The Plants_Intaglio_25×39cm_2002

전시는 크게 내용을 중심으로 형식을 개진하는 1부『敍情의 성찰』『敍事의 성찰』의 목판화와, 형식을 중심으로 실험과 장르개념의 확산을 시도하는 동판, 석판, Mixed Media, 설치, 디지털프린트 등이 등장하는 2부『조형의 성찰』『매체의 성찰』로 구성된다. 1-1이 다색목판화와 단색목판화가 반반정도로 섞이면서 목판화의 서정적 측면을 드러내 준다면 1-2는 그야말로 흑백의 모노톤이 두드러진다. 메시지가 뚜렷한 만큼 그 형식도 분명하다. 2-1은 기술적 밀도가 두드러지는 다양한 판화장르로 정교한 작품으로 이루어진다면, 2-2는 실험성과 개념적 문맥을 통하여 기존의 판화라는 매체에 대한 반성적 맥락이 두드러지는 편이다. ● 물론 모든 작업이 이런 구분을 넘어 작가자신의 이념이나 감성으로부터 출발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양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기획자의 이런 인위적 분류방식은 자의적인 것이라 해석에 있어서 약간의 어긋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1부의 작가들 중 2부에 어울리는 작가도 있고, 한편 2부의 작가들이 1부에 맞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1부와 2부, 다시 1-1/1-2/2-1/2-2로 분류한 것은 이런 큰 분류를 통하여 개별적인 작품보다는 판화계의 큰 흐름을 관객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에 의해서다. ● 목판화의 주관적인 서정성과 객관적인 서사성을 중심으로 1부를 구성한 것은 80년대 이래 지금까지 가장 의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목판화의 특성을 따로 묶어보고 싶었고, 한편 70년대 이래로 한국판화계의 주축이었던 모더니즘과 그로부터 일탈하려는 형식주의적 흐름을 다양한 판종의 2부를 통하여 펼쳐 보임으로, 80년대 이래로 진행되어온 판화의 큰 미학적 흐름과 틀을 조망해 보려는 의도에서였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2010년 지금 지천명이 지난 기성세대의 그 '기성 旣成'의 틀을 반성할 수 있는 단초를 이런 대비와 어울림의 전시방식이 드러내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최미아_복합적 관계-계단이 있는 정물 2_에칭, 드라이포인트, 스텐실_58.5×88cm_2008
이혜영_짧은 여행 a Short Stay 2_수제종이 캐스팅_67×50×10.3cm_2008

그러나 여기엔 하나의 단서가 있는데, 차후에 이들보다 젊은 20-40대의 현재진행형의 작가들로, 이 전시에 참가한 지천명이 지난 세대와 대비되는 현장을 포착해서 또 다른 전시로 연결해내야 한다는 과제가 그것이다. 그러니까 조망이란 것은 더 높은 산에 올라서 더 넓게 전체를 일별해야 그 가치가 있듯이, 반성이나 성찰 또한 좀 더 넓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어떤 기준의 상대적인 면을 반드시 보아야 함은 그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기획자로서 아쉬운 점은 바로 초대된 작가들 이외에도 뛰어난 작가가 많지만 전시준비기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더 많이 수용하지 못한 점과, 20대~40대에 이르는 작가들이 함께하지 못한 점이다. 전시공학적 한계로 인해서인데 아쉽지만 앞으로 '생거판화미술관'의 다음 프로젝트에 기대해 볼 수밖에 없다. ● 어쨌거나 20년 이상의 꾸준하고 의욕적인 활동으로 지천명을 지난 이 작가들은 한국현대판화의 활황기를 이룬 작가들로 그 성과가 분명하다. 그 성과를 밀도 높은 작품으로 감상하고, 또 이들에 대한 반성적 고찰이 이 전시로 인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세대간의 구분이 중요한지 아닌지는 사람들마다의 입장이나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획자는 그 세대를 관통하는 미학적/ 사회학적/ 형식적 큰 흐름은 분명히 있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들 이후에 새롭게 부상한 후배세대의 새로운 미학과 발랄한 작품과 상큼한 태도다. 반성과 성찰은 바로 이들, 한국현대판화의 미래인 다음 세대들을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 김진하

Vol.20100919i | 2010 한국현대판화의 知天命 - 省察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