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0909_목요일_06:00pm
후원_인천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_10:00am~08:00pm
혜원갤러리_HAEWON GALLERY 인천시 남구 주안4동 453-18번지 Tel. +82.32.422.8863 www.hwgallery.co.kr
다양성, 그 파격과 위험의 경계에 서서 ● 전태수는 우리 주변을 둘러싼 '인공적 자연'이 주는 생경하지만 익숙한 도시의 이미지를 표현해 온 작가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릴 법한 이 말은 자연과 인공에 대한 우리의 새로운 해석을 전제로 한다. 주지하듯이 전통적으로 자연이란 단어는 도심을 벗어나 맑은 공기와 투명한 햇살과 함께하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태수가 주목해 왔던 자연은 그런 특정한 이미지에서 비켜서서 소위 도시인이 가지는 인공적 자연으로서의 '도시 생태적'인 개념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가 상정한 자연으로서의 도시는 그 속에서 매일의 일상이 일어나는 현장으로서의 개념인 바, 간헐적으로 만나는 '진짜 자연'과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장소인 것이다. 콘크리트와 철골 구조로 이루어진 '의사(意思) 자연'은 당연히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독특한 감수성을 던져주는데, 그는 그것을 매우 복잡다단한 성격으로 규정하였다. 따라서 그의 전작들에서 나타나는 금속성과 화학성이 만나는 층위들은 그러한 도시적 감수성을 드러내는 코드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현실은 허구를 능가한다"는 표어를 내걸었던 1960년대의 누보 레알리슴(nouveau réalisme)과 맥이 닿아 있는 듯하다.
이번 전시 '서정적 이미지의 표현' 전은 전태수에게는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어두운 색채와 거친 질감이 던져주는 육중함은 다소 경쾌하고 보다 일상적인 이미지로 변화되는데, 그는 이러한 변화를 서정적 이미지의 표현이라는 주제로 수렴하고 있다. 사실 이번 전시에서 그가 보여주는 작품들의 작업 방식과 그것들이 드러내는 이미지는 너무나 다양해서 오히려 일관성이 결여된 데서 오는 혼란으로 읽히기도 할 우려도 내포되어 있다. 작가가 전시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때 느낄 법한 고민이 그 안에 투영되어 있는 듯한데, 그는 수년에 걸쳐 시도해 왔던 익숙한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여 나름의 파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는 모호한 이미지를 뚜렷한 이미지로 치환한 작업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대거 선보이는데, 「자화상」이나 전사(轉寫, transcription)를 이용한 「Beautiful earing」, 「Great smile」, 「My childhood hero」 등은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작품에서 그는 예의 '도시적 서정성'을 대체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라든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혹은 이순신 동상의 전사 이미지를 제시한다. 그의 이러한 전략은 전시의 타이틀에서도 드러나듯이 우리에게 서정성을 극대화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그의 표현처럼 "전작들에서 보이는 작업의 난해함 내지는 애매모호함을 탈피하는 차원"으로 진입하기는 하나, 자칫 내용 없는 형식에의 집착으로 빠질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가 '새로움의 추구'라는 모더니즘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면, 보다 새롭고 완결된 미학적 형식을 선보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Heart 시리즈'는 이번 전시에서 그가 내건 '서정적 이미지'라는 타이틀과 가장 잘 부합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만의 내밀한 경험이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모호하게 제시된 숨겨진 코드들로 이루어진 이 연작은 그 특유의 '야하게 보이는' 색채 때문에 더욱 농밀한 은유를 간직하고 있다. 그는 이 연작을 통해 사적 경험과 보편적 감수성의 도출이라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데, 그것이 과연 앞으로 어떤 형식적, 내용적 완성도를 이끌어낼지 주목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일견 예술이 개인적 감성의 표현이라는 테제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보편적 논리와 형식을 담보로 해야 의도했던 감성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면 관계상 언급하지 못한 작품들도 여럿 되지만, 이번 '서정적 이미지의 표현' 전은 그간 전태수가 추구해 왔던 '도시적 서정성'에서 탈피한, 혹은 확장된 시선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줌으로써 '보편적 서정성'으로의 접근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다양한 형식 실험은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향후 작업 방향의 노선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는 말과 같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소위 청년작가라는 호칭에서 이제 막 벗어나려 하는 작가에게 규정된 작업 방향이 이미 정해졌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그 발전 가능성이 거세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에서 그가 뿌린 다양한 형식 실험의 씨앗이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를 지켜보는 일이 즐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박석태
Vol.20100912d | 전태수展 / JUNTAESU / 田泰秀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