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홍주-석파 이하응(石坡 李昰應)-묵란첩십면(墨蘭帖十面) 리경-추사 김정희 행서(秋史 金正喜 行書) 송현숙-백하 윤순 초서(白下 尹淳 草書) 신학철-작자미상, 명부시왕오도전륜대왕도(冥府十王五道轉輪大王圖) 윤석남-작자미상, 방목도(放牧圖) 이세현-겸재 정선(謙齋 鄭敾)의 박연폭포(朴淵瀑布) 이영빈-작자미상, 조선시대 여인초상(女人肖像) 이용백-작자미상, 고려불화 암굴수월관음보살도(巖窟水月觀音菩薩圖) 정주영-겸재 정선(謙齋 鄭敾)의 인왕산도(仁王山圖) 정현-몽인 정학교(夢人 丁學敎)-죽석도(竹石圖) 고송유수관도인 이인문(古松流水館道人 李寅文)의 심매도(尋梅圖) 한계륜-황산 김유근(黃山 金逌�根)-소림단학도(踈�林短壑圖)
관람시간 / 09:30am~07:00pm / 월요일, 9월21일~23일 휴관
학고재_Hakgojae 서울 종로구 소격동 70번지 Tel. +82.2.739.4937 hakgojae.com
본 전시는 한국현대작가들 작업의 본류를 우리의 고전에서 찾아보자는 의의를 가지고 출발하였다. 11명의 현대작가와 12점의 한국고미술을 매치하여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한국미술의 독자성, 뿌리,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색해 보기 위한 시도이다. 공자(孔子)가 편찬한 노나라의 역사서『춘추(春秋)』에서 제목을 빌어온 이 전시는 역사 속에 박제되어 오늘의 미술현장과 유리된 채, 그 풍부한 진의를 잘 드러내지 않는 한국고전미술의 현재성과, 오늘의 현대미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이를 통해 한국미술의 실체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한국의 고전미술에서 한국현대미술의 뿌리를 찾는다. ● 한국작가들의 활동무대가 세계로 확장된 지는 이미 오래다. 만국공통어인 예술을 매개로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은 예술가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바람일 것이다. 그런데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나, 해외에서의 유학생활을 경험한 작가들이 한결 같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들이 자신에게 묻는다는 것이다. "너는 어디에서 왔니." ● 미술계가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작가들이 서구로부터 배운 예술언어를 구사하여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서구인들은 자신들과 동일한 기법, 형식으로, 그들과 유사한 주제의식에 대하여 작업하는 동양의 예술가들을 자신의 '아류', 혹은 귀여운 꼭두각시로 폄하할 뿐이다. 이것은 금발머리에 파란 눈을 한 서양 사람이 한복을 차려입고 판소리를 부르는 것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거부감을 비롯한 불신의 정서와 유사한 것이다. 물론, 한국이 '서구근대화'의 흐름 속에서 삶의 체제를 개편한지는 이미 100년이 훌쩍 넘었으니, 그들과 똑같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청바지에 면티, 혹은 양복을 갖추어 입는 우리 삶의 현재가 서구와 다를 바 없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까닭에 동서양이라는 지역구분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동시대의 보편적 감수성의 고리를 현재시점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강조하고, 이 둘을 나누어보는 관점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고 여기는 시선들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예술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서구중심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는, 긴장하지 않으면 '주류'의 흐름과 가치, 유행에 휩쓸려 남들이 이미 뱉어낸 이야기의 '에코'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하고자 하는 한국작가들에게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에 대한 고민, 더 나아가 내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해 자문하는 것은 내 존재의 뿌리를 찾아 나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자존감을 갖기 위한 필연적인 질문일 것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내가 바로 섰을 때, 나를 둘러싼 시대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작업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한편, 서구에서 그들과 다른 동양의 정서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철학적으로, 또 작업을 통해 풀어보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 역시, 서구의 사유체계를 지배해온 시스템 속에서 실존과 관련된 난해한 문제에 봉착하였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서구가 발견한 동양의 특징은 관계와 소통이고, 물질과 정신의 일원화다. 그러나, 그들이 바라보고 이해한, 그리고 도식화하여 생활에 적용하는 '동양성', '오리엔탈리즘'은, 필연적으로 '서구'의 시선으로 바라본 '타자'로서의 '동양'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들의 토양이 아닌 곳을 자기방식으로 이해하려다보니, 핵심에 다가가기가 어렵고, 심지어는 본질과 더 멀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핵심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 수밖에 없다. 언어로 설명하지는 못할지라도 우리의 삶과 태도에는 한국의 정서가 녹아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 녹아 있는'한국의 정서'가 과연 무엇일까.
춘추, 시대를 초월한 진리 ● 이번 전시는,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 미술에 존재하는 그 정서가 무엇인지를 찾아보기 위한 시도다. 그 첫 번째 단계로 한국현대작가들이 선보이는 작업의 본류를 우리의 고전미술에서 찾아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추상적으로만 이야기해왔던 '한국미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11명의 현대작가와 한국고미술의 만남을 통해 실증해보고자 했다. 전시의 제목은 공자(孔子)가 편찬한 노나라의 역사서『춘추(春秋)』에서 빌어 왔다. 엄중한 역사적 평가를 담고 있는 역사서로 유명한 이 책은, 글자 하나하나가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진정한 의미를 헤아리기 어렵긴 하지만, 그 의미를 읽어내면 역사에 대한 냉철한 평가들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의 흐름 춘하추동 속에서 우리는 탄생과 소멸, 재탄생의 순환을 보고, 진화와 퇴화의 역사를 보고,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 속에 깃들어 있는 삶의 양태들, 선택의 파장을 보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태도를 되새기게 된다. 미술의 역사와 작가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본 전시는 역사와 동의어인「춘추」라는 화두를 가지고, 오늘의 한국미술현장과 유리된 채, 역사 속에 박제되어 그 풍부한 진의를 잘 드러내지 않는 고전미술이 아니라, 오늘의 뿌리이자 거울로서의 존재의미가 소중한 고전미술의 현재성을 발견해보고자 하였다. 동시에, '선배예술가'들이 일찍이 고민하고, 그들 나름대로 접근해보았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되새기면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동시대 예술가들의 태도에 집중하였다. 시대를 초월하여 춘(春)과 추(秋)는 만나고 대화하였다.
한국성의 실체에 다가서기 ● 춘春(동시대의 현대작가들)과 추秋(역사 속의 선배작가들)의 교감 속에서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한국미술의 특징'을 통시적이고 공시적인 관점에서 실증해 보고자 한 이번 전시가, 우리의 질문에 대한 모든 답을 한 번에 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답을 찾아나가는 첫 번째 여정으로서, 한국미술의 정신성/한국성의 실체에 다가가 보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미술의 독자성을 이해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학고재
Vol.20100910g | 춘추 春秋 Spring and Autum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