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일展 / SEOJAEIL / 徐在一 / painting   2010_0901 ▶ 2010_0907

서재일_돋나물 풍경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06

초대일시_2010_090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갤러리 31_GALLERY 31 서울 종로구 관훈동 31번지 Tel. +82.2.732.1290

어릴 적 꿈을 찾아가는 서재일 ● (중략) 서재일, 올해 60대 초에 접어든 그는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려온 지 4년 5개월가량 되었다. 어릴 적 꿈이 만화가였는데, 부모님의 만류로 이루지 못하고 갖가지의 삶을 살아오다 뒤늦게 만화가 아닌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서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림 그리는 첫 인연은 2004년 가을 무렵 서씨의 건물 지하 세입자로 들어온 화류계 20년 생활의 함씨와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서재일_함씨의 화실_캔버스에 유채_162.2×130cm_2006

연필과 목탄으로 스케치를 해오다 2005년 9월경에 명일동 문화센터 유화반에서 처음 유화 붓을 잡는다. 3개월 후, 아카데미 수업으로는 불만족스러워 재료 한 세트와 카메라를 장만하여 날마다 건물 옥탑 방에서 그림을 그렸다. 여전히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할지 몰라 잠시 손을 놓았다가 "그림은 혼자 짱 박혀 그리는 것이 효율적이다."라는 함씨의 충고에 2006년 봄에 곤지암의 빈집에 들어가 6개월간 떠나지 않고 그림만 그렸다. 3개월 즈음에 함씨가 들러 명화나 정물 등의 주입식으로 그리는 방식을 취하지 말고 바깥에 보여 지는 실재의 사물과 풍경 즉 마당에 있는 돋나물(표준 : 돌나물), 나무, 앞산 등을 그렸으면 한다는 말을 던졌다. 근경, 중경, 원경과 위아래좌우의 시점을 어떻게 볼 것인가? 와 본인의 체질에 맞는 기법을 덧붙였다.

서재일_성내동 사거리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07

이를 계기로 점을 찍고 그리듯 돋나물의 한 올 한 올을 노동집약적으로 올 오버 페인팅 방식의 「돋나물 풍경」(2006)이 그려졌고, 이어서 시골풍경, 도시풍경, 우주풍경, 가족사진에 이르기까지 모든 그림에 돋나물 기법이 적용되었다. 4년 반 동안 그려진 풍경들은 함씨의 크리틱과 동시에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그려나가야 하는 문제까지도 곁들어져 대학교육의 정규 수업과는 다른 자율방식의 특성을 잇는 학습의 효과도 이뤄졌다.

서재일_촛불시위_캔버스에 유채_116.8×80.3cm_2008

흥미로운 점은 어릴 적에 작화 했던 만화의 꿈을 품고 있다 옷가게, 춤 등의 행위와 인문학 서적의 학습 등 삶의 체험을 통해 다시 그리는 행위를 한다는 점이다. 즉, 지금껏 우리의 미술대학 학습이 미술 영역 안에서 미술의 조형을 찾는 행위와는 다른, 삶의 영역을 통해 미술의 조형적 행위 학습이 이룬 결과를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미술계에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믿는다. 이러한 사례는 현재 활동하는 몇몇 작가들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결과를 섣불리 판단하기에 이르고 아직 학습의 연장선상에 있는 서씨의 작업은 우선 함씨의 영역에서 점차적으로 새로운 시각의 영역으로 옮겨가야하지 않을까. 처음 맛 본 돋나물 풍경처럼 지속적으로 대상을 탐색하고 그리기방법의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 그려야 되는 대상에 따라 끊임없는 상상력으로 응용과 변형이 있어야 그리기 화법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서재일_산수유 마을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08

"내 것이 있어야 하고, 내가 보는 세상이 있어야 한다."는 서씨의 집념이 학습적인 그림 70여점을 없애고 거듭나듯 새로운 그림을 그린 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우습게 시작하다 자존심이 생겨 그리다보면 귀착이 되고, 또 그리다 다른 것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안전감, 불안감, 절망, 희망 등의 욕망의 감성이 교차 한다'고 했다. 여기까지 이어온 그러한 그림의 열정적 태도와 앞서 얘기했듯 삶의 체험에서 겪었던 색채의 감각, 공간(몸)의 움직임, 자연의 순리에 따른 규칙적인 생활의 태도에서 '잘 그린 그림'이 아닌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반을 다져왔다.

서재일_우주_캔버스에 유채_50.0×65.1cm_2006
서재일_우주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06

이제 작가로서 첫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통로에서 자칫 그려야 하는 여러 대상으로부터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자기 정체성을 찾거나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체험한 기억들을 소중히 여기고 저장하여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 때 표현하는 용기'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기술과 표현력을 배가하면 할수록 그 태도는 드러난다. 態의 움직임에 따라 形이 달라지는데, 이것이 형(形)과 태(態)의 속성이다. 그러니까 態는 현장에서 체험했던 '색깔채집-움직임-시간성'이다. 앞으로 이런 생활의 리듬을 조율하여 어떻게 그릴 것인가를 연구하면 그리는 대상의 문제가 풀릴 것이다. (중략-서재일 개인전 서문 중에서 발췌) ■ 이관훈

Vol.20100906b | 서재일展 / SEOJAEIL / 徐在一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