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샘

2010_0831 ▶ 2010_1107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_2010_0831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_김영화_박동신_박주하_이정석_정상섭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GWANGJU MUSEUM OF ART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가 7-1번지 Tel. +82.62.613.5382 artmuse.gwangju.go.kr

샘을 만나다 ● 낙타처럼 삶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 황색의 광활함도 친근함으로 녹여내며 세월처럼 묵묵한 걸음을 딛는다. 삶의 여정은 모래 폭풍이 지날 때 마다 지형이 바뀌는 사막과 닮아 있다. 바람이 지나갈 때 일어나는 사막의 부유물들은 삶의 파편일 수도 있고, 버리고 싶은 끈질긴 집착 덩어리 일 수도 있다. 태양 볕에 달구어진 모래알은 견디기 힘든 열기로 생명을 인내의 정점으로 내몰기도 하고, 어둠이 내린 땅은 냉혹한 차가움으로 형벌처럼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폭풍과 함께 소동이 사라진 사막은 침묵 속에 자정(自淨) 능력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 놓는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막을 걷는 여행객과 비슷하다. 불투명하고 종착지도 없는 모래 언덕이지만, 우연히 오아시스를 만나게 되면 샘솟는 기쁨으로 충만하게 되고, 잠깐의 휴식은 힘든 여행길을 이어가는 주저함을 떨쳐 내게 한다. 하지만 오아시스를 향한 갈증은 사막을 통과하는 동안 항상 잠재 되어 있다. ● 여기 모인 5명의 작가들은 꾸준한 작업 활동으로 광주화단을 지켜온 우리 지역의 중견작가들이다. 시기별로 변화를 거치면서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 온 작가들이 현실의 삶을 분석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분명하다. 현실을 벗어난 환상의 이상적 공간으로 현실과 초현실이 교차하는 무한한 상상공간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현 사회를 분석해서 본질적인 요소를 추출해 재조합하는가 하면 화려한 색감의 기하학적 자연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불투명한 세상을 향해 작가들은 각기 해법을 던져 놓으며, 작가들의 탄탄한 화법으로 재구성된 현실은 다시 희망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탄생 되어 진다. 그들이 마련한 창조 공간은 넘치는 청량함으로 현대 사회의 건조해 가는 삶을 버티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한 줄기 단물을 제공하는 샘이 되길 바라고 있다. ■ 황유정

김영화_가족연가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10
김영화_희망연가_캔버스에 유채_89×116cm_2009

가족의 샘 ● 김영화의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긍정의 기운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 원천은 바로 마르지 않은 샘인 '가족'이다. 사람이 최초로 사랑을 경험하는 곳인 가족은 감정의 갈등과 충만함을 해소해 주는 소중한 존재로서, 그 따뜻함을 전하는 소재로 꽃, 나무, 집 등이 주로 등장한다. 화면은 수직과 사선으로 교차 분할되어 공간과 입체는 평면화 되어진다. 이런 작업은 벽이라는 3차원적 구조물을 허물어 버림으로서 화면은 막힘이 없는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작가에게 있어서 '가족'이야기는 곧 삶을 의미하는 것이다.

박동신_열정-맨드라미5_캔버스에 유채_92×65cm_2009 박동신_열정-맨드라미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09

열정의 샘 ● 박동신의 작품은 성실함이 물씬 풍겨 나온다. 또한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작업에 열중한 외길을 걸어 온 작가이기 때문에, 작품에는 고민과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가 즐겨 그리는 것은 향토의 서정이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이루는 산, 나무, 꽃들은 작가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으로 다시 태어난다. 특히 집중하는 맨드라미꽃은 열정의 구현이다. 절정의 아름다움을 대상으로부터 끌어내고자 하는 열의는 세상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양 그칠 줄 모른다. 현실의 사물들 어느 것에나 깃들어있는 고유의 아름다움을 끌어낼 수 있을 때, 그는 충만함에 도취한다.

박주하_기억 저편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09
박주하_木-魚_캔버스에 유채_72.7×50.5cm_2010

고향의 샘 ● 박주하의 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가슴에 품고 사는 고향을 떠오르게 한다. 남도의 토속적 정취가 짙게 배어있지만, 따뜻한 포근함과 함께 우수가 깃든 그리움이 밀려온다. 화면 속의 여인은 과거 기억을 담고 있는 사진첩 속의 인물이 아닌, 꿈을 꾸는 상상의 공간 속에 머물러 있다. 기하학적 분할 속에 연결되는 각각의 풍경들은 분명 고향의 산천이요, 정겨운 이웃이지만 삶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돌아가고 싶은 철없는 풍경일 수는 없다. 작가의 사색과 삶에 대한 중후한 태도가 투영된 풍경은 깊어진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은 고향이다.

이정석_별꽃_캔버스에 유채_116.7×91cm_2010
이정석_신세계교향곡_캔버스에 유채_145×145cm_2009

환상의 샘 ● 이정석의 그림은 아주 달콤하고 순수하다. 맑고 투명함이 흐르는 여인들은 시각적 부드러움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낭만적인 감정에 사로잡히게 한다. 구체적인 형태묘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조형세계는 인물화 뿐 만 아니라 풍경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소재 및 대상의 존재방식에 있어 현실적인 공간감을 지양함으로서 실제보다 비사실적이 되고, 비현실적인 배치로 인해 환상적인 이미지가 더욱 강조된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탈피하여 이상적 공간으로의 이동을 부단히 꿈꾸는 작가는 꿈결 같은 아름다운 환상을 펼쳐 보인다.

정상섭_구름위에산책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3×116.7cm_2010
정상섭_꽃의향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7cm_2010

공존의 샘 ● 정상섭의 화면에 남겨진 풍경 속 사물들은 한 공간에 모여 있지만, 유기적 관계 속에 묶이지 않고 공존하는 동등한 존재들이다. 서로 다른 카테고리에서 고유의 의미와 상징성을 가지고 소통되는 형상들은 작가의 화폭 속으로 불러들여지면서 존재의 본질인 이미지성이 강조되어지고, 의미가 사라진 형상만 남게 된다. 생명뿐 만 아니라 모든 사물 각각의 존재 그 자체들은 함께 하나의 우주를 이루며, 살아 숨쉬는 근원(origin)으로 몰입해가는 작가의 항해는 사회의 보이지 않는 구조를 파악하여 존재의 정체성을 드러나게 한다. 화면 속 상징들로부터 영혼을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이 전해온다. ■

Vol.20100831b | 다섯 개의 샘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