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0827_금요일_05:30pm
참여작가 강호성_김동현_김성호_김용관_김준기_김화현_박기일_박미진 박종호_박병일_백종훈_송영희_양소정_왕지원_유의정_윤상윤 윤위동_이국현_이시우_이정웅_이준복_이현희_조종성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인터알리아 아트컴퍼니 INTERALIA ART COMPANY 서울 강남구 삼성동 147-17번지 레베쌍트빌딩 Tel. +82.2.3479.0114 www.interalia.co.kr
길들여 지지 않은, 격렬한, 그리고 때론 무모한. ● I. 『INTO THE WILD』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존 크라카우거의 소설을 각색하여 2007년에 제작 한 동명의 영화이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영화배우 숀 펜의 감독 데뷔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끌었으며, 로마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을 수상하며 입소문을 타고 두터운 매니아 층을 형성하게 되었다. 영화는 주인공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의 2년여 간의 무전여행을 카메라에 담으며 아메리카 대륙의 눈부신 자연을 예찬하는 전형적인 미국식 로드무비의 성격을 띄고 있다. 주인공 맥캔들리스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유망한 장래를 포기하고 문명을 등진 채 자연과 더불어 살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몇 권의 책과 배낭 하나만을 둘러 메고 알래스카로 무전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의 여정을 그려낸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뛰어난 연출력을 기반으로 흥행의 성공을 거둔 『INTO THE WILD』는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계획 없는 여행이야 말로 순수한 모험이라는 식의 '맥캔들리스 신드롬'을 낳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급기야 뜻하지 않은 열성 팬들로 인해 감독은 평론가들에게 날카로운 비판을 받아야 했다. 주인공이 산 속에 고립되어 굶주림과 질병에 허덕이다 결국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적인 실화를 영화적 완성도를 위한 욕심만으로 너무 미화시켰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가 고립되어 있던 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여행자들을 위한 산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롭게 최후를 맞이하게 된 이유는 주변의 도움을 거절하고 생존을 위한 아주 기본적인 문명의 혜택마저 무시한 경솔하고 오만한 행동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비극으로 끝나는 스토리를 아름답게만 포장한 숀 펜의 숨은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감독은 영화를 통해 무언가에 쫓기거나 혹은 그 무언가를 끊임없이 놓치는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대한 진혼곡을 연주하고자 했다. 자유를 만끽하는 주인공과 현실의 삶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다른 등장인물을 오버랩 시켜 보여주면서 지금 거기서 바보 같은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는 우리들을 비웃는다. 더불어, 영화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관두고 떠나고 싶게끔 만들기에 충분하다. 비극적 결말 마저 낭만적으로 느껴지게 할 만큼 말이다. 하지만, 맥캔들리스의 이야기는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두 가지 상반된 시각으로 읽혀 지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감독이 영화를 통해서 말하고자 했던 '완벽해 보이는 사회라 할지라도 거대한 자연 속에서 느끼는 궁극의 행복감을 주지는 못한다.' 정도 일 것이며, 그와는 상반된 다른 한가지는 '결국 행복이란 가치는 관계 속에서 함께 나눌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로 정리될 수 있겠다. 물론, 삶의 끝을 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이나 나의 마음을 괴롭혔던 것은, 주인공이 몇 장의 지도와 작은 나침반만 준비해 갔어도 두 가지 조건의 행복감을 모두 경험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II. 개인이 추구하는 행복이나 만족감을 성취하는 방법에 있어서의 이분법적 논리는 비단 맥캔들리스의 경우에만 적용시킬 수 있는 예는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아티스트로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상위 1%에 들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잔인한 결과에 대한 도박이며,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다. 물론, 어릴 적부터 소망해온 자신의 장래희망을 성취한 몇 안 되는 부류에 속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분명, 같은 꿈을 품은 채 동일 선상에서 출발했지만, 어떤 이는 궁극의 행복을 성취하기 위하여 그 외의 것들을 과감히 포기한 채 예술가라는 무모한 길을 선택하는가 하면, 또 다른 어떤 이는 남들처럼 무난한 삶을 살기 위해 예술적 감성을 버리고 1000만 샐러리맨의 대열에 합류한다. 그렇다면 과연 맥캔들리스의 경우처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쫓는 이들에게 나와는 달리 다소 무모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그들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우리는 고작 스스로의 편의를 위하여 꿈을 포기한 비겁한 자들이 아니 었던가. 우리에게는 이들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고 있는지 중간 중간을 점검할 정도의 자격만이 부여될 뿐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그들에게 맡긴 채 묵묵히 지켜보다가 그들이 목적지에 안착하는 순간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누구의 선택이 옳았는지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의 꿈을 실현 시키기 위해 남들이 가지 않는 어려운 길을 간다.'라는 윤리 교과서식 텍스트만 놓고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아티스트들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III. 올 해로 3회째를 맞는 IYAP은 바로 이런 취지에서 인터알리아가 마련한 장이다. IYAP은 미술계에이제 막 발을 들여 놓는 실험정신이 뛰어난 어린 작가들을 위한 전시가 아니다. IYAP은 이미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놓았으며 지난 한 해 활발하게 국내외 미술계에서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젊다는 이유만으로 미술 시장과 평단으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기회를 갖지 못한 아티스트들을 위한 자리이다. 인터알리아는 이들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존중하며, 각각의 의견에 전적으로 귀 기울인다. 우리는 그저 이들에게 한 장의 지도와 작은 나침반을 제공할 뿐이다. 이 물건들은 그들이 야생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최소한의 문명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들이 궁극의 행복감을 성취하면서 동시에 그 행복을 주변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제공하는 조심스러운 접근법인 것이다. 23인의 아티스트들 중 어떤 이는 우리가 제공한 물건들을 이용하여 현재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또 어떤 이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22인의 모험가를 만나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동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또 다른 어떤 이는 우리가 손에 쥐어준 물건들을 과감히 버릴 수도 있을 지 모른다. 모든 것은 23인 각자의 선택에 맡긴다. 스스로가 선택한 야생 속으로의 여정이 안락한 삶을 보장받는 대신에 뻔하고 지루한 길이었다면, 이들은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히 확언한다. 어쩌면 이들은, 이 무모한 도전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 아닌가. 궁극의 행복감을 좇는 일탈은 정답 없는 인생에서 생각 치도 못했던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자신이 선택한 그 길이 결과적으로 옳았는지 아니면 틀렸는지는 끝까지 가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소원하는 것은 23인의 도전이 단순히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그들이 선택한 여정의 결과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들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기를 기대할 뿐이다.
울창한 정글 속에서 무성한 초목을 헤치고 나아가는 23인을 바라보며 돌아오지 못할 길을 나서는것은 아닌가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예술을 좀 더 사랑할 뿐이므로. ● "길 없는 숲에는 기쁨이 있다. 외로운 바닷가에는 황홀함이 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곳, 깊은 바다 곁, 그 함성의 음악에 사귐이 있다. 난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자연을 더 사랑한다." (Lord Byron) ■ 윤상훈
Vol.20100827f | INTO THE WILD-IYAP 2010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