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나의 빛 VERITAS LUX MEA

권연정展 / KWONYEONJUNG / 权娟祯 / photograph   2010_0825 ▶ 2010_0914

권연정_백남준의 추억1_메탈릭 프린트_30×30cm_2006

초대일시_2010_0825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2:00pm∼10:00pm

아트스페이스 악어 서울 종로구 명륜2가 21-12번지 Tel. +82.2.766.2555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를 쫓던 시절이 있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감각으로 인지하는 것들은 변화무쌍해 믿을 수가 없었다.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고 빛에 대해 천착해 나가는 작업을 하던 중, 믿음이라는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이는 과학적 사실이나 철학적 사상을 뛰어넘는 종교라는 인간의 본연적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었다. 35년간을 아무런 불편함 없이 살아오던 내가, 스스로 종교를 찾아 내 발로 교회에 찾아가게 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세계로 전전하던 내가 드디어 빛을 찾아 삶의 목표를 가진 삶을 가지게 된 것일까.

권연정_백남준의 추억2_메탈릭 프린트_30×30cm_2006

구약성경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창세기 1장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도 좋았더라.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사 빛을 낮이라 칭하시고 어둠을 밤이라 칭하시니라." 하나님은 무질서한 상태로 창조해놓으신 기초 질료를 가지고 만물의 모양을 만들고 질서를 부여하기 위하여 빛(에너지)을 만드셨다. 즉 진리는 나의 빛 (VERITAS LUX MEA)은 '빛이 발생하라' 또는 '빛이 되라'는 의미로서 결국 에너지(빛)는 무에서 유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질료에 잠재되어 있다가 발생하게 된다는 뜻이다.

권연정_백남준의 추억3_메탈릭 프린트_30×30cm_2006

시편 27장의 첫 구절을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Dominus illuminatio mea et salus mea: quem timebo?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神은 나의 빛이라.' Deus lux mea est 또한 성경에 글자 그대로 나오지는 않지만, 기도문에 흔히 쓰이는 표현으로 이 라틴어 문장에서 언급하는 진리는 종교적 진리이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나, 경험 또는 실험의 축적과 추론에 의해 형성되는 지식은 아니다. 종교적 진리는 오직 믿음을 통해서 나타나고, 과학적 지식은 항상 회의하고 비판하는 자들만 얻을 수 있다. 신(神)이 존재하는지 않는지 확언할 수 없듯이, 진리가 맞는지 틀리는지 아무도 단언할 수는 없다. 오직 하나의 진리를 따르라고 외치는 과학은 혹세무민의 가짜 과학일 뿐이다. '진짜 과학이란 항상 기존에 믿어왔던 진리가 틀린 것임을 보여주는 오류화의 노력이다'라고 칼 포퍼(Karl Popper)는 이야기한다. 한편 사르트르(Jean Paul Sartre)의 허무화는 나의 실존(實存)이 진리의 빛에 의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부조리와 부정의(不正義)에 대한 저항의 행위에서 느껴지는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권연정_백남준의 추억4_메탈릭 프린트_30×30cm_2006
권연정_백남준의 추억5_메탈릭 프린트_30×30cm_2006

과학은 추구하는 과정 그 자체, 즉 실존적 지식을 얻고자 하는 개인과 사회의 희망이 바로 빛이요 따라서 진리이지 (Lux et Veritas) 어떤 만고불변의 진리가 인간의 이성에 빛이 될 수는 없다. 반면 철학은 인간이 갖고 있는 그런 본연적 성격을 내재성이라 부르고, 이는 초월성으로서의 유일적 창조주와는 상반된 개념이라 하겠다. 그런데 과학은 세상을 지배하는 창조주의 섭리를 계시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삼라만상에 내재하는 원리를 탐구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적 탐구의 빛은 각 개인에게 이미 본연적으로, 가장 민주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권연정_백남준의 추억6_메탈릭 프린트_30×30cm_2010
권연정_백남준의 추억7_메탈릭 프린트_30×30cm_2010

플라톤의 철학도, 데카르트의 철학도 이성(logos ratio)은 모든 사람이 품고 있는 어떤 것이라는 사실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인간이 소유한 최대 가치인 종교는 과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본연적인 가치이자 절대적 가치인 믿음을 지배한다. 사진이 내게 믿음이 되어버린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사진으로 출발해 미디어아트, 설치와 드로잉으로 이어지는 나의 행보는 세계적인 미술추세로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한국, 중국, 일본 등 국경을 넘어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지구촌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아니라, 사진을 통해서 과학과 철학, 그리고 종교에 까지 다가갈 수 있는 그런 경지에 이르기를 소망한다. ■ 권연정

Vol.20100825j | 권연정展 / KWONYEONJUNG / 权娟祯 / photograph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