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jungle

이정호展 / LEEGEONGHO / 李庭昊 / mixed media   2010_0825 ▶ 2010_0830

이정호_정글-바람_종이판에 종이죽_68×68cm_200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4층 제2특별전시실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작가 이정호의 세상을 그리다 ● 관념(觀念)은 어떤 일에 대한 견해나 생각을 뜻하는 단어이다. 예를 들어서 잘못된 시간관념을 가졌다면 시간에 대한 생각, 혹은 생각하는 방식이 시간의 본질과 맞지 않는 생각을 하거나 맞지 않게 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관념(觀念)이 현실의 본질에 의하지 않고 추상적이고 공상적인 생각에 머무를 때 관념(觀念)은 관념(慣念)이 되고 만다. ● 관념(觀念)과 유사한 뜻을 지닌 관조(觀照)는 보다 정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보는 것이다. ● 조선 전기의 화가 강희안(姜希顔(1417~1465))의 「고사관수도」에는 관조를 하는 사람으로서 한 선비를 그려 놓았다. 당시의 화법(畵法)에 따라 웅장한 산수를 묘사하고 그와 대조적으로 인물을 미세하게 나타내었음에도 이미 배경과 인물은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보여준다.

이정호_정글-백합_종이판에 종이죽_89×54cm_2009
이정호_정글-비상_종이판에 종이죽_101×54cm_2010
이정호_정글-여행_종이판에 종이죽_87×143cm_2010

이정호는 관조하기를 즐겨하는 작가이다. 이미 대학교 신입생 시절부터 그의 작업은 '관조하기'로 명명(命名)될 수 있었다. 세상에 대한 생각과 느낌, 감정으로 할 말이 많았던 작가는 때로는 소외받는 이웃들의 모습을, 또 때로는 사진이나 나뭇가지를 붙여가며 다양한 사람들과 풍경들을 그려왔다. ● 본 전시에서는 그간에 그려왔던 달리는 말(馬), 옷 벗고 수줍어하나 마냥 즐거운 여인들의 형상이 아닌 과장된 표정의 동물들(정글의 이미지)을 표현하였다. ● 형상은 바뀌었지만 그림에서 보여주는 형상들은 조연배우일 뿐, 주연배우는 형상을 빌어 말하고 있는 세상에 대한 복잡(複雜)하고 다난(多難)한 작가의 마음이다. 그리고 혹여 세상에 대한 작가의 관념(觀念)이 관념적(慣念的)인 표현으로 비쳐 진다고 해도 그의 관념(觀念)을 쉽게 매도(賣渡)할 수 없는 것은 화가라는 직업인으로서 그의 행동 때문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에 한 장소에서 아침 일찍부터 하루의 노동을 시작하듯, 종이죽을 만들고 손으로 붙이고 떼는 것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그의 관념(觀念)은 스쳐지나가는 가벼운 생각이 아님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 작가의 2층의 작업실엔 창문이 있으나 세상은 창문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직 작가의 기억속에 또는, 어떤 접착제도 없이 물에 짓이긴 종이죽을 화면에 바르는 작가의 손가락 틈 사이로 세상은 새롭게 보여진다.

이정호_정글-열정_종이판에 종이죽_101×55cm_2010
이정호_정글-청춘_종이판에 종이죽_101×56cm_2010
이정호_정글-회귀_종이판에 종이죽_101×102cm_2010

객으로 하루하루 기웃거리다 보니 십년이 흘렀다. 그 간에 그림으로 또는 많은 대화로 작가 이전에 한 남자요, 남편이자 아들로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었다. ● 건강 문제, 돈 문제를 놓고 다른 사람 걱정할 때가 아님을 상기시켜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이 누리고 살았으면 하고 바래왔다. 여기에 대한 친구의 대답은, 아침 해를 보면서 종이죽을 만들고 젖은 손끝으로 계속 붙이고 떼면서 그리는 것 이라 한다. 그래서 대답은 늘 현재 진행형이다. ■ 구병찬

Vol.20100825a | 이정호展 / LEEGEONGHO / 李庭昊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