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10_0825_수요일_04:00pm
참여작가 변순철_신은경_이일우_조용준_조현택
주최_(재)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경인미술관 Kyung-In Museum of Fine Art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1번지 Tel. +82.2.733.4448~9 www.kyunginart.co.kr
이 전시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억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또한 아이와 그 주변 사람들에 관한 깊은 연대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일이다. 아이들과 아이들의 가족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단체들과 아이들에 관심을 가지는 모든 사람들의 행위를 기념하기 위해 『어떤 아이 展』이 마련됐다. 특별하게도 아이들은 예술이라는 세계에 주인공이 돼보는 경험을 해본다. 주인공이 돼보는 경험은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과 만난다는 의미를 지닌다. 아이들이 가질 새로운 기억은 전시를 통한 기쁨일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느끼는 사랑과 관심 또한 포함된다. 이렇듯 전시는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기쁨 저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기념 하기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심어줄 새로운 기억이란 삶을 소중히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잔잔한 소설, 잔잔한 시, 잔잔한 대화일 수 있다.
삶의 우주는 비가시적이다. 그것은 흐를 뿐이지 멈춰지지 않는다. 사진은 비가시적인 시간과 공간을 조각 화 시킨다. 그렇기에 사진은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조각이 담고 있는 개개인의 의미는 자신의 삶에 전부와 동일시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조각이 되어버릴 사진의 덧없음은 꼭 인간의 생과 닮았다. 『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 존 버거의 책 제목이다. 이 책은 작은 부제를 달고 있다. '생존과 저항에 관한 긴급 보고서' 이는 모든 것을 소중히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그가 언급한 '긴급'의 의미는 우리와 멀거나 혹은 매우 가깝다. 존재론적으로는 머나 의미론적으로는 멀지 않다. 무엇을 소중히 하란 말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어떤 사회적 조건이 '소중함'의 가치를 가져다 줄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회적 조건에서 '소중함'의 의미를 내재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간단치 않으며, 그렇기에 대답 또한 쉽지 않다. 간단치 않은 질문과 답을 찾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환경, 평화, 인권에 대해 이야기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단어들을 지금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비상식적이게도 "모든 것을 소중히 하지 마라"로 쓰여 지고 있다.
이전시의 참여한 아이들, 그의 가족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그리고 사진가는 소중함이라는 보편적 중요성의 의미를 아이를 통해 바라본다. 이들은 모두 동일하게 아이들의 건강을 염원한다. 하지만 개별적 가치는 조금 다르다. 각기 다른 위치에서 다른 방법으로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차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특히 개개인의 아이들에 대한 의미 설정에서부터 다르다. 아이들의 가족들의 개별적 가치의 중심은 아이에게 있다. 반면 작가들은 아이들이라는 가치체계 하에 한 아이를 아이들의 맥락에 동등하게 위치 지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가는 아이들과 그 가족과는 다른 맥락에서 소아암 환아를 볼 수 있는 시각적 거리감이 형성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맥락의 차이는 해석의 차원을 개별화 한다. 그렇기에 해석의 개입은 시각적 결과물의 형성에 각기 다른 영향을 준다. 아래 글은 조용준 작가의 작업노트에서 발취한 글이다.
"소아암 환우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아이들이 너무도 순수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뭔가 알 수 없는 성숙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아마도 자신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힘든 고통을 겪고 주변의 희생과 사랑을 느끼면서, 아마 떼를 쓰기엔 이미 많은 것을 경험해 버렸기 때문에 그 나이의 아이들 보다 더 성숙되어 버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조용준 작가는 '알 수 없는 성숙'에 대해 느끼게 됐고, 아이의 일상인 병원이라는 공간(풍경)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형식의 작업을 진행했다. 여기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이 지칭하는 것은 아이지만, 우리 모두가 '자신'의 범주 안에서 동일시 될 수 있다. 이렇듯 작가는 해석을 통해 '일상'의 가치를 아이의 삶의 맥락 안에 위치 시켰다. 아이는 자신의 일상과 그 속에 들어난 자신의 모습을 통해 다시 자신을 바라보는 순환구조를 취하게 된다. 아이와 관람자는 일정한 거리감을 취한 상태에서 사진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이 순환구조는 보편적 삶이라는 '어떤 소중함'의 원형 구조를 획득하게 된다.
『어떤 아이 展』는 우리 삶에서 겪는 다양한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왜 우리는 병을 가진 아이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그것은 병을 가진 아이에 대한 동정심과 사랑, 사회적 의무에 대한 실천 일 수 있다. 하지만 이해 가능한 단어들의 나열로 대화를 단순화 시키기보다는, 나와 너에 대한 소중함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서로 그 이야기를 나누는 '공감의 구체성'이 '소중함'의 가치에 대해 더 근접할 수 있다고 본다. 사진이 말하고자 하는 바도 다르지 않다. 대상을 바라본다는 '응시'는 그 대화를 나누기 위해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몸의 움직임이며, 그것은 대화의 과정 속에 포함된다. 『어떤 아이展』이 위에서 말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적극적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그것이 '소중함'의 가치로 환원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 양철모
Vol.20100824c | 어떤 아이 Some Childre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