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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_0821 ▶ 2010_0827 초대일시_2010_0821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2관_HOMA 서울 마포구 상수동 72-1번지 Tel. +82.2.320.3272
2010_0907 ▶ 2010_0912 초대일시_2010_0907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경남문화예술회관 경남 진주시 칠암동 500-15번지 Tel. +82.1544.6711 www.gncac.com
「Nano & Cosmos」 Series에 부쳐 ● 영화 「맨인 블랙」을 본 사람은 마지막 장면이 주었던 충격을 쉽게 잊을 수 없다. 외계인이 갖고 노는 구슬 안에 우주가 들어 있다. 은하계와 성계, 태양계, 지구 그리고 인간이 살고 있는 도시의 어느 곳을 카메라의 초점이 줌인(Zoom in)되어 들어간다. 관객은 카메라의 초점을 따라가며 은하계 이상으로 넘어가면 어떤 세계가 존재할까? 또는 점차 좁혀 들어가면 어떠한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 그러나 이러한 상상의 단초는 비단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길현의 근작 「Nano & Cosmos」 Series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우리는 거시적 세계와 미시적 세계를 구분하며 너무 커서 볼 수 없거나 너무 작아서 볼 수 없는 세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에버레트(H.Everett)가 발견한 다원우주론(Parallel universe 혹은 Multiverse, 즉 여러 개의 우주가 있다는 생각)이나 윔홀을 통해 우주를 넘나들 수 있다는 거창한 과학적 사고를 곁들이지 않더라도 길현은 이미 자신만의 세계, 여러 차원의 우주를 시각적으로 우리 앞에 꺼내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Nano & Cosmos」Series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주의 세계, 생명이 존재하는 어느 한 곳을 보여주는 듯하며 마치 현미경이나 망원경을 통해서 그 안의 세상을 구경하는 듯한 시각을 우리에게 펼치고 있다.
망원경으로 보는 우주 ● 지구에서 700광년 떨어진 곳에서 나선성운 NGC 7293이 생성되었다. 이 인상적인 장면은 11시간 가까운 노출로 찍은 것이다. 성운의 푸르스름한 눈 중앙의 흰색 점은 성운의 뜨거운 중심별이다. 중심별의 바깥쪽으로 3광년 너비의 밝은 안쪽 영역이 있고 6광년 너비의 붉은색이 보인다. 중심별을 구심점으로 주변은 가스와 새로운 생성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 길현의 작품에 나타나는 원형의 주변은 마치 기, 생명, 바람 등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듯 강한 일렁임과 리듬감을 보여주며 이는 작가가 만들어 놓은 인간 삶의 에너지이며 우주의 순환 원리를 둥근 원형에 담아 관람자의 시선을 일깨우는 과정이다. 정점을 향해 시선을 옮기면 마치 살아 있는 삶의 모습, 생명체의 군집과도 같은 형상들이 무질서 속의 질서와 부조화속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길현의 결정체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하나의 화폭에서 하나의 생김새가 등장하고, 그것이 자라나고 어느 군집을 이루기도 하고, 화석처럼 굳어진다. 그래서 또 다른 운명을 창조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물질은 그 태가 변화하지만, 그 자체가 없어지거나 제로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이 다른 특정한 형식을 띠면서 보다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우리들은 전혀 다른 형상 혹은 사물로 인식하기도 한다. ■ 박기웅
10억분의 1m - Nano의 세계 ● 그의 우주는 너무 작아서 눈으로 볼 수 없는 10억분의 1m인 Nano의 세계에도 존재한다. 과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조건에서 형성된 구조물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여러 가지 케미컬이 섞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의 한 연구팀이 결정체를 이용해 Nano꽃, Nano컵 등을 만들고 이를 공개한 적이 있다.'자연물질에는 없는 새로운 구조의 나노 신소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형상의 여러 나노 조각품들이 생성됐다'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이 수식과 화학적 기호 또는 확대 이미지 사진을 통하여 대중에게 알리고자 했던 Nano의 세계를 그는 작가적 상상과 창조의 과정을 통해서 작품으로 승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미세한 Nano의 세계에 형성되어 있을지도 모를 우주의 아름다움에 우리를 주목하게 만든다. ● 일반적으로'우주는 크고 나노의 세계는 작다'라고 구분하여 말한다. 그러나 두 세계는 인간의 시각으로는 느끼고 볼 수 없는'무한'이라는 시공간에서 만난다. 유한과 무한은 변증법적 관계에 놓여'인간은 무한하며 유한하다'라고 할 수 있다. 즉 생명, 능력, 완전성은 유한하지만 생과 사는 순환하고 자연의 권능 아래 무한하다. 파스칼의 말대로 인간은 미미하지만 정신의 힘은 우주보다 크다. ● 도(道)는 천지만물뿐만 아니라 상제(上帝)보다도 앞서 존재한다고 하였다. 그것은 형상과 소리가 없어서 경험할 수도 없고 언어로 표현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그것은 무(無)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천지만물은 그로 말미암아 존재하고 생성 소멸한다. 유(有)가 있으면 무(無)가 있고 앞이 있으면 뒤가 있다. 이들 대립자들은 서로 진화한다. 화는 복이 되고 흥성한 것은 멸망한다. 이러한 대립전화(對立轉化)의 법칙을 알고 유(柔)를 지키면 강(剛)을 이길 수 있다. (노자의 도덕경) ● 그는 우주와 나노의 이미지를 단순한 재현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특수물감의 프로세스에서 생겨나는 가능성을 구상적인 일루젼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추상적인 방식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발현되면서 가이아(Gaia)가 모든 생명체의 근원인 대지 또는 흙의 생명을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변화시켰듯이 새싹이 자라는 듯, 꽃이 피는 듯, 우주와 나노의 세계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창작의 힘을 부여받는 것이다. 결국 「Nano」와 「Cosmos」라는 길현의 키워드는 거대하여 안보이거나 너무 미세해서 볼 수 없는 또는 관념적으로만 끄적일 수 있었던 상상의 세계를 시각화하는 과정임에는 틀림없다.
화학적 성장-Chemical Growth ● 그는 일반적인 물감을 쓰지 않고 자신이 만든 특수물감의 화학작용을 이용한다. 즉, 먹과 소금, 요소, 색 안료, 아교 등을 섞어 만든 이 특수물감은 수분이 증발하며 결정이 생겨난다. 19세기 초 독일의 화학자 뵐러(F. Wler, 1800~1882)에 의해 요소결정체가 발견된 이래 다양한 분야에서 결정의 결과 성장이 이용되었으며 길현은 이 결정을 결합해 더 큰 결정체가 만들어지는 「화학적 성장 - Chemical Growth」의 원리를 이용한다. '화학적 성장'체인 결정은 질감, 길이, 갈라지고 터진 정도, 색의 섞이는 정도 등에 따라 플럭(floc)이 만들어지고 플럭의 응집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가 만들어 진다. ● 그는 결정체가 모이고 만들어지는 과정을'그림이 자란다'라고 표현하며 스스로 자라는 그림에 조형적 행위를 가함으로 인하여'그림을 키워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생명의 근본인 DNA구조와 단백질의 매뉴얼로 만들어지는 유기체성장이 없이도 화학적 성장은 계속된다. 그는 결정체가 계속하여 자라나는 과정을 생명현상으로 보아으로 보아「Process」화 한다. 프로세스란 결정체가 자라나는 환경전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결정체가 모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예측하기 힘든 우연성 뿐만 아니라 온도와 습도, 특수물감의 농도 및 응집효율, 시간, 작가의 제스췌등으로 통제되는 과정을 이야기 한다. ● 현재, 지금 이시간, 이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않은 생명을 경험한다. 그 경험은 마치 창조자의 존재 처럼 인식하게 만들고, 의도된 우연으로 성장하는 존재는 나의 분신처럼 사랑스럽다. (길현) ● 그의 작업실은 마치 화학 실험실과도 같다. 각양각색의 물감이 가득 담긴 물감통이 즐비하고 물감의 농도를 맞추는 저울과 건조 과정을 실험하는 방이 있다. 한쪽에는 시험작품들과 작가가 선택하지 않아 버려진 작품도 즐비하다. 장마철에는 그림이 건조되지 않아 고민을 하던 그가 햇빛이 쨍쨍한 맑은 날에는 결정체가 녹아버릴까 내내 전전긍긍한다. 여기에는 그의 표현처럼'그림을 키우는 것'이고 스스로 자라도록 기다려주는 기다림 미학이 통할 뿐이다. ● 생명은 순수지속(la dure pure)에서 외부적 요인에 저항하는 내적인 생명충동이 항구적 변화를 일으켜 끊임없이 새로운 상태를 낳는다고 베르그송이 말했듯이 질료의 내재적 궁극성이 갖는 힘으로 새로운 생명을 발현시켜 보여주는 길현의 작업은 존재를 그려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생명을 탄생시켜 보여주는 살아있는 회화 La Vita Picture인 것이다. ■ 노순석
그의 설치작품은 특수물감의'화학적 성장'작용과 이미지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주어'그림이 자라는 과정'을 관람자가 보고 느끼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회화작품이 정리되고 단아한 모습에 비하여 설치작품은 원시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그러나 설치작품에 프리즘을 달아 보이기도 하고 거울에 비추어 보기도 함으로써 그의 새로운 공간에 관람자의 시선을 이끌어 가고 있는 과정임은 분명하다. ● 그는 둥근 원형의 설치물 「Nano & Cosmos - Blue Pond」와 「Nano & Cosmos - Red Pond」는 가운데 관을 통하여 특수물감이 솟아오르는 조형물이다. 연못의 중앙은 물감이 계속 솟아올라 액체 상태를 유지하며 점차 바깥쪽으로 결정체가 형성되기 시작하여 무성하게 자라난다. 아마도 무한의 시간을 갖는다면 계속하여 「화학적 성장」이 이루어 질 것이다. ● 동양에서 물(水)은 오행(五行) 중 하나로 생명과 형체의 본원이며 통일과 분열의 기반을 이루는 요소로 이해되어져 왔다. 모든 것은 물에서 나와 물로 돌아간다고 봤으며 또한 정신과 생명이 물(水)의 작용으로 생성된다고 여겼다. 이처럼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물(水)의 에너지에게 예술행위의 주체 자리를 양도하는 것이 그의 작업이다. ● 작가는 생명에 대한 경의를 보다 직접적으로 체험하기 위한 또 다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스스로도 예측하기 힘들지만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길현의 작업방식과 회화의 새로운 진보를 즐기는 관람자간의 만남을 설레임으로 기대해본다. ■ 김윤희
Vol.20100821e | 길현展 / GILHYUN / 吉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