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party

이준형_노상준展   2010_0814 ▶ 2010_0831 / 일요일 휴관

초대일시_2010_0814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큐리오묵_GALLERY CURIO MOOK 서울 강남구 신사동 665-1번지 한양타운 1층 Tel. +82.2.3443.5523

이준형, 노상준이 『In my shoe』, 『Heaven』에 이어 세 번째 2인전을 갖는다. 'third party'라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말 그대로 '세 번째 파티'라는 직접적인 의미이기도 하며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제3자적인 시선을 암시함으로서 이중적이면서도 재미있는 풀이가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2인 전의 형태로 벌써 세 번째 전시라고 하니 먼저 2인 전의 의미가 궁금해진다. 2인 전은 어쩌면 작은 형태의 개인전으로도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개인전을 통해서 근간의 작업을 소개하고 그 작가만이 지닐 수 있는 예술적 형식 혹은 예술로 치환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2인 전은 이와 같은 개인전의 성격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되, 파트너 작가와의 협업 내지 조화를 많은 부분 염두 해 두고 전시를 구성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두 사람 간의 작품이 너무 같아도 매력적인 전시가 될 수 없을 것이며, 두 사람의 작품들이 너무 동떨어져 보여도 2인 전의 의미를 퇴색시킬 것이기 때문에 2인 전은 여느 작가에게나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벌써 세 번째 2인 전을 맞이하였으니 이들의 우정과 작품 간의 팀웍이 매우 단단하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형식상으로 보기에 이번 전시에서의 그들의 작품은 매우 다르다. 이준형은 회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선보였으며, 노상준은 포장 박스를 이용하여 여러 형태의 작은 조각을 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둘은 평면과 입체물을 각각 다룸으로써 얼듯 보기엔 그 유사성을 찾을 수 없다. 물론 이번 전시에서도 그들의 유사성을 억지로 찾을 이유는 없다. 단지 전시를 관람하면서 2인 전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작게나마 제시해 보고자 함이다.

이준형_untitled_리넨에 유채_91×117cm_2010
이준형_untitled_리넨에 유채_91×117cm_2010

이준형은 얼마 전부터 꾸준히 속도와 순간에 대해 표현하고자 하였다. 두 번째 2인 전이었던 『Heaven』에서 그는 다이빙 하는 사람의 찰나적 순간을 아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였다. 그 모습과 표정이 매우 익살스러우면서도 보통의 표정이 아니므로 매우 낯설게 느껴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이빙 시리즈의 특징은 유화가 지니고 있는 특징을 아주 대범하게 이용한 것인데 그 중에서도 흘러내림의 효과를 이용하여 속도감이 더욱 증폭되어 보이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질감이 두터운 유화보다 테라핀과 같은 미디움을 더욱 많이 사용함으로써 유화에 좀 더 투명성을 부여하였고, 이 때문에 자칫 얄팍해 보일 수 있는 단점을 색깔의 과감한 선택과 이를 통한 강렬한 표현으로 대체함으로서 전체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 역시 다이빙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인물의 찰나적 표정을 아주 강하게 묘사한 작품들만을 선보인다. 흘러내림의 효과에 의해서 형상이 좀 더 어긋나고 추상적 이미지와의 혼합체인 듯 보이는 것이 이번 전시 작품의 첫인상이다. 어찌 보면 낯선 형상과도 같지만 이미지에 더욱 시선을 고정하는 순간 여인의 확대된 상반신 혹은 얼굴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처럼 이준형의 작업은 전반적으로 순간포착 묘사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흘러내림을 통하여 공간적 깊이감 보다는 회화적 표현에 심취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준형_untitled_리넨에 유채_163×130cm_2010
노상준_untitled_카드보드에 수채_가변설치_2006
노상준_fire_카드보드에 수채_11.5×11.5×8cm_2006

이와는 달리 노상준의 작업은 작은 입체물들로서 전체가 모두 포장 박스로 만들어졌다. 영국 유학시절 고향에 대한 향수 때문에 한국에서 온 소포 박스를 모아 그것으로 작업을 시작한 것이 시발점이었으며, 현재까지도 그의 많은 작품들이 포장 박스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그러나 단조로운 색상의 포장 박스 덕분에 그는 꼬물꼬물 형상을 만든 뒤에도 그 위에 색상을 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인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이 '조각가이기 보다는 페인터에 가깝다'고 하는 고백적 이야기를 나눈 것이 떠오른다. 그래서 우리는 노상준의 덧입히는 색상이 이준형의 표면을 흘러내리는 색깔과는 매우 다름을 알 수 있다. 표면을 흘러내리는 색깔은 현대 회화의 본질이라고 일컫는 표면의 존재에 대해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지만 표면을 덮는 색상은 입체물에 작가가 지닌 강한 주관성을 줌과 동시에 입체물이 더욱 입체물로 보이는 아주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역할을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작업이 아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별 것 아닐 수 있는 포장 박스라는 재료의 사용과 조응하는 면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작업이 일상의 풍경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작가만의 개인적인 해석이 담긴 독특한 풍경으로 변모되어 표현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특징일 것이다. 불꽃놀이, 사파리 등과 같은 소재를 매우 주관적으로 표현하였는데, 이는 마치 원더랜드의 한 장면처럼 친근감이 가지만 낯설다. 게다가 그것을 매우 작은 형태, 마치 프라모델들처럼 만들었기 때문이지 관람객은 어쩔 수 없이 그것을 관조하듯 조금의 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갖는다. 그리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원더랜드 내부에서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독특한 시점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 노상준 작업의 숨겨진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노상준_voyage_카드보드에 수채_17×10.2×6cm_2006

이들의 작업은 그래서 같은 형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관적 표현법의 선택과 그 묘사의 방법론적인 부분에 의해서 오히려 견고한 공통점을 지닌다. 이들은 특별한 소재 및 대상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각각의 상황 혹은 각각의 장면에 작가만의 독특한 해석을 가한다. 이를 위해 흘러내림과 채색된 작은 조각이라는 각기 다른 표현법을 고안해 내어 사람들로 하여금 생경함을 경험하게 하고 어색하지는 않더라도 한 번쯤 비꼬아진 일상적 풍경을 나타냄으로써 낯설게 느껴지기에 방점을 찍는다. 이를 좀 더 함축적으로 표현하자면, 결국 낯설게 보는 관조적 시선은 어디에서든 2개의 대립하는 주된 항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항 즉, 제 3의 항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으로부터 제 3의 항이 의미하는 관조적인 시선을 유도하고 전체적인 작품의 구성을 통해 그들이 지니고 있는 냉소적인 위트와 유머, 그리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것을 넘어 확장된 의미로까지의 문을 두드리게 하는 것이다. ■ 신윤선

Vol.20100814a | Third party-이준형_노상준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