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다

변시지展 / BYUNSHIJI / 邊時志 / painting   2010_0805 ▶ 2010_0923 / 백화점 휴점시 휴관

변시지_거친바다, 젖은하늘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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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0_0805 ▶ 2010_0831 관람시간 / 10:30am ~ 07:30pm / 백화점 휴점시 휴관

롯데갤러리 본점 LOTTE GALLERY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130번지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9층 Tel. +82.2.726.4428 www.avenuel.co.kr/guide/guide_project.jsp

2010_0910 ▶ 2010_0923 관람시간 / 10:30am~08:00pm / 주말_10:30am~08:30pm / 백화점 휴점시 휴관

롯데갤러리 부산본점 LOTTE GALLERY BUSAN STORE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2동 503-15번지 롯데백화점 6층 Tel. +82.51.810.2328 www.lotteshopping.com

화가와 바다, 변시지"인간은 자연을 통제할 수 없다. 인간은 자연의 한 요소일 뿐이다. 만약, 자연을 제어하려 한다면, 큰 댓가를 치뤄야 할 것이다." (변시지) ● 한반도 서남방의 섬, 제주. 과연 그 곳에 폭풍이 존재하는가. 그 곳에 고독이 있는가.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 제주의 속내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수시로 거대한 파도와 비바람이 몰아치며, 때로는 폭설이, 때로는 작렬하는 태양이 있는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제주의 자연. 수많은 사람들을 삼켰던 슬픔과 역사적 아픔이 공존하는 제주의 속내는 한 위대한 화가를 통해 비로소 세상에 등장한다. ● 롯데갤러리 본점에서는 폭풍의 작가, 변시지 화백의 고단하고도 위대한 삶을 그의 예술을 통해 조명해 보고자 한다. 생존하는 한국작가로는 최초로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으며, 해외 주요 인터넷사이트에서 전세계 100대 화가 중 한 명으로 세계 유명작가들과 나란히 소개되고 있다. 국내에서보다 국외에서 더 유명한 변시지 화백.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 그것도 한국의 변방이라 부르는 제주에서 오로지 제주만을 그리는 노화가의 작품이 과연 세계를 감동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변시지_자화상_캔버스에 유채_53×45.5cm_1944

1926년 서귀포에서 태어난 작가 변시지는 6세 때 가족과 함께 일본 오사카로 이민을 간다. 1945년 오사카 대학을 졸업한 그는, 당시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던 『광풍회(光風會)』와 『일전(日展)』에 입선함으로써 재능을 인정받고 작가로써의 화려한 입문을 하게 된다. 이어 1948년 마침내 제34회 『광풍회』전에서 최연소로 최고상을 수상하게 되며, 이듬해에는 광풍회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영광을 누린다. 보통 중견작가 정도는 되어야 광풍회의 회원자격을 획득하던 관례로 보아 스물셋의 조선청년이 최고상을 차지한 것은 현재까지 전무후무한 일로 일본 NHK에서도 뉴스로 크게 다룰 정도로 놀라운 사건이었다. 1957년 서울대학교의 초청을 계기로 영구 귀국을 결정한다.

변시지_의지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00

31세에 이미 일본화단의 중진작가였던 변시지의 기대와 열정으로 가득찼던 귀국은 시간이 갈수록 한국이 처한 전후의 척박한 문화적 환경과 자유당 말기의 황폐한 분위기 속에서 고통과 고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특히 보다 권위적이었던 한국화단에 해외파의 유입과 진취적인 미술의 등장을 짓누르던 추세였던 것이다. 70년대 중반, 그는 오히려 중앙화단을 뒤로하고 제주대학의 교수초청을 수락한 후 고향 제주로 회귀, 새로운 화풍에의 도전을 시작한다. 고향 제주로 돌아온 작가는 제주공항에서 첫 발을 딛을 때의 제주의 대기(大氣)를 잊을 수 없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그 인상은 그림 속에서 황토빛의 원형적인 아름다움으로 다시 태어난다.

변시지_저편너머_캔버스에 유채_37.9×45.5cm_1992

"나는 바다를 그리기 위해 바다를 깊이 묵상한다. 그 묵상은 내 그림의 원동력이다. 바다는 계절, 시간, 그리고 대기에 따라 변하지만, 바다에 대한 나의 존경은 한결같다." (변시지) ● 미친듯이 몰아치는 비바람, 또는 폭설, 때로는 태양이 주는 자연재해의 피해뿐 아니라, 모든 권력과 명예, 중심으로부터의 단절은 그에게 고독과 외로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 단절은 제주의 대기와 향토빛을 온전히 담아낸 변시지만의 작풍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된다.

변시지_고립_캔버스에 유채_31.8×40.9cm_1991

환경은 그에게 많은 소재를 던져주었다. 그의 그림에는 한결같이 누런 장판지를 연상케하는 황토빛 바탕에 검은 선획으로 바람, 구부러진 나무, 까마귀 떼, 낡은 돌벽, 그리고 한 사내가 등장한다. 사내는 나른한 햇살아래, 또는 몰아치는 광풍아래 가느다란 막대를 의지하여 서있는데, 그 막대는 종종 낚시대가 되기도 한다.

변시지_생존_캔버스에 유채_40.9×53cm_2005

작가의 자화상이라고 여겨지는 사내는 술에 취한 듯, 고난에 취한 듯 허리를 구부리고 인생의 고달픔을 온 몸으로 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의 고독과 불안이 결코 혼자의 것이 아님은 그와 함께 등장하는 조랑말과 까마귀, 그리고 폭풍에도 불구하고 배를 띄운 알 수 없는 어부를 통해 지속적으로 암시한다. 제주인의 강인한 생활력에 비견되는 조랑말의 끈기와 인내력이, 그리고 뭍과는 달리 길조로 여겨진다는 까마귀들의 위로가,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제주의 지역성과 제주인의 성정을 대변하며 관람자들의 심적동요 역시 진정시킨다. 또한 절제된 색과 인물들을 통해 획득한 단순성은 오히려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정이 증폭되도록 유도한다. 특히 이번 롯데갤러리 본점과 부산 본점에서 선보이는 「폭풍시리즈」들은 1975년부터 2005년에 제작된 작품들을 한데 모은 것으로 검은 바람과 파도가 휘몰아치는 풍경은 격정적인 삶을 살아온 노화가의 시대적, 환경적 상황, 그리고 그를 극복한 예술혼을 담고 있는 대표작들이다.

변시지_점 하나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05

올해 84세의 노화가의 삶은 제주의 자연처럼 변화무쌍한 그의 예술을 통해 면면히 드러난다. 일본에서 얻었던 화려한 명성과 천재성에 대한 찬사들을 뒤로 한 채, 그리고 한국 중앙화단에 대한 미련도 접고 오로지 천착했던 예술은 그 때문에 오히려 자신만의 색깔과 독창적인 예술혼으로 승화될 수 있었다. 우리는 이제 그의 그림을 통해 제주의 검푸른 바다와 바람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의 질곡을 떠올린다. 그에게는 멜로나 왜곡, 그리고 과한 것이 없다. 그의 작품이 제주라는 지역성에 국한 된 듯 보이지만, 달관한 듯 몇 획의 붓질은 삶의 진정성을 향해 단순하고도 명쾌하게, 그리고 거침없는 풍경으로 보편성을 획득한다. 그리고 이것이 세대와 인종을 넘어 그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 롯데갤러리 본점

Vol.20100805a | 변시지展 / BYUNSHIJI / 邊時志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