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ittle More or Less than Nothing

이정현展 / LEEJEONGHYUN / 李정현 / photography   2010_0804 ▶ 2010_0817

이정현_alittle1_잉크젯 프린트_44×56cm_2008

초대일시_2010_0804_수요일_06:00pm

2010 갤러리 룩스 신진작가지원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 공휴일_11:00am~07:00pm / 마지막날_10:00am~12:00pm

갤러리 룩스_GALLERY LUX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82.2.720.8488 www.gallerylux.net

갤러리 룩스 2010 신진작가공모전 심사평 ● 오늘날 젊은 작가들은 이전에 비해 전시의 기회가 풍부해졌고 그만큼 작품을 발표할 공간 및 다양한 지원제도를 비교적 풍요롭게 향유하고 있다. 몰론 불가피한 심사와 선택이라는 일정한 틀, 턱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과거와는 사뭇 다른 상황인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저런 계기가 되어 여러 공모전이나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상당수 작가들의 작업을 포트폴리오로 혹은 CD나 컴퓨터를 통해 접하고 있다. 갤러리 룩스가 마련한 신진작가공모전 역시 중요한 작가지원시스템이다. 이번 심사를 통해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보았다. 비록 사진에 한정되긴 했지만 동시대 시각이미지의 일정한 흐름이나 경향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날 장르개념은 사실 무의미해진 편이다. 그러나 주어진 매체를 선택했다면 그 매체의 특성, 다른 매체와 다른 그 매체만의 독자한 성질이나 특성을 자기 작업의 도구로 이용하는, 언어화 하는 나름의 필연성이나 당위성 같은 것은 불가피하게 요구되어 보인다. 그러니까 사진작업을 한다는 것은 매체와 내용 간의 긴장관계 내지는 그 둘의 절실한 접촉지대를 문제의식으로 끌어안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정현_alittle3_잉크젯 프린트_44×56cm_2008
이정현_alittle4_잉크젯 프린트_44×56cm_2008
이정현_alittle5_잉크젯 프린트_44×56cm_2008

적지 않은 숫자가 출품했지만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었다. 아울러 작품의 수준 역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도 아니었다. 의외로 선택은 쉬운 편이었다. 이 좋은 기회를 활용하려는 많은 작가들의 참여가 있었으면 한다. 수상작가로 2명이 선정되었다. 도시의 어둠과 그 어둠 속에서 발광하는 인공조명, 빛을 매력적인 색채로 절여낸 김정회와 비근한 일상의 공간을 담담한 시선으로 건져 올린 이정현, 이 두 작가가 그들이다. 김정회의 사진은 프레임 하단에 바싹 걸쳐진 건물의 외곽선과 그 사이로 번져 나오는 빛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풍경이다. 단순하고 명료하면서도 무척 감각적이다. 무엇보다도 이 작가의 색채감각이 도회적 감수성을 대변한다는 생각이다. 상대적으로 덜 보여주는 이 사진이 지닌 이미지의 희박성은 공간을 채운 색채가 대체하고 있다. 어두운 것도 아니고 밝은 것도 아닌, 분명 저녁이지만 도시의 밤은 인공의 조명과 빛에 의해 어둠을 잘라내거나 분절시킨다. 그것은 이상한 시간의 감각을 안긴다. 도시는 빛에 의해 낮을 연장시키거나 잠 못드는 불면의 조명으로 차갑게 발광發光한다. 사실 단조로운 사진이지만 감각적인 구성과 도시의 색상을 파악하는 눈에 점수를 주었다. 이정현의 사진은 일상의 비근한 한 장면을 문득 초현실적인 조우마냥 제시한다. 소소한 순간에 담겨진 기이한 아름다움이랄까, 또는 어딘지 불안하고 불안정한 미묘한 모순을 그대로 제시하는 사진이다. 그것은 일상적 사물에서 또 다른 상황을 읽어내는, 몽상을 지닌 예술가들의 전형적 시선을 보여준다. 바로 그 점이 이 작가의 은근한 매력이면서도 동시에 어딘지 상투형을 지니고 있다는 아쉬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작품에서 보이는 비범한 시선의 힘에 격려를 보내고자 한다. 갤러리 룩스 2010 신진작가공모전에 선정된 이 두 작가에게 축하를 보내며 이번 기회가 앞날에 큰 힘이 되기를 기원한다. 아울러 이런 기회를 매년 마련해주신 갤러리 룩스 측에도 감사를 깊은 감사를 드린다. ■ 박영택

이정현_alittle14_잉크젯 프린트_44×56cm_2008
이정현_alittle18_잉크젯 프린트_44×56cm_2008
이정현_alittle20_잉크젯 프린트_44×56cm_2008

이정현의 사진 ● 정치적으로는 옳지 않을 수도 있지만, 멕시코에 있는 동안 나는 투우장에 가는 것에 푹 빠지게 되었다. 많은 경기를 보았는데, 어떤 것들은 끔찍했고 어떤 것들은 환상적이었다. 내가 왜 투우에 그렇게 끌리게 되었는지 알아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투우를 보면서 나는, 투우 의상의 아름다움과 투우사의 우아함이 한 동물의 죽음에 대한 공포와 만들어내는 대조가, 삶 그 자체에 대한 완벽한 비유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 비록 처음 본 순간부터 이정현의 사진에 끌리기는 했지만, 이를 이해하는데에도 역시 시간이 필요했다. 이정현의 사진은 굉장히 아름다우며, 동양의 감성과 서양 미학 간의 균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설명하거나 묘사하지 않는다. 순응적이고 직관적인 태도로 시각적인 세계에 반응하고, 단순히 보여지는 것을 직접적인 방식으로 기록한다. 사진에 담긴 내용이 그 뒤를 따라 오지만, 결코 강요되지는 않는다. 그녀의 사진은 보는 사람들이 조금 더 파고 들어오도록 한다. ● 나는 바쁘고 지친 일상의 내가 아닌 내 안의 깊은 곳 어디에선가 그녀의 사진을 만난다. 그녀의 사진 속에는 상징들이 존재하지만 그녀의 사진을 단순히 상징적인 것으로만 읽는 것은 실수이다. 그 안에는 이성적이지는 않지만 굉장히 지적인 감정들이 담겨있다. 이는 그녀의 사진에서 나타나는 내용과 형식 사이의 이음새없는 결합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의 사진에서는 주제와 배경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모든 것이 하나가 된다. ● 이정현의 사진은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력을 가지고 무언가를 분명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술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 Philip Perkis

Vol.20100804b | 이정현展 / LEEJEONGHYUN / 李정현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