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침투한 마음의 작용 ● 온전하지 못하다. 행동, 언어, 기억에 타자의 경험, 사건, 사고가 마치 나의 일부인척 자리 잡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류는 더욱 불분명해지고 모든 것이 뒤섞인다. 소가 되새김질 하듯 기억을 곱씹고 회상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기 마련인데 이마저도 잡을 수 없는 안개 속 연기와 같다. ● 무엇이 진짜인가. 6개월 전, 적막한 사막에 비가 오면서 물이 고이고 호수가 생기면서 물고기가 생기고 생태계가 만들어 진다. 6개월 후 물이 줄고 물고기가 사라지면서 그곳은 또 다른 사막으로 변한다. 그 때의 사막, 그 때의 호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1년 전, 잡풀들이 있던 무심한 길가엔 지금 다른 잡풀이 자라나고 있다. 기억은 그 잡풀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 때 그 풀이 아니다. 2년 전,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살고 있던 연못에 지금은 온갖 잡풀로 메워져 있다. 기억은 그곳이 계속 연못이길 바라지만 그때 그 연못은 더 이상 거기에 없다. 수 년 전, 그 때는 사랑이라 여기던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연민인 것 같다.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확신했던 기억에 다른 이미지나 상황이 들어오면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김건일_Forest of Fish_한지에 혼합재료_97×130cm_2010

김건일_A Pond_한지에 혼합재료_182×220cm_2010

김건일_Honest Lie_한지에 혼합재료_182×220cm_2010

김건일_False Truth_한지에 혼합재료_122×196cm_2010

진실된 거짓, 거짓된 진실. 브로컬리같은 채소도 분명 자연의 일부 이지만 그 모양새가 마치 거대한 한 그루 나무같다. 나무인척 하는 것도 같다. 나무같이 보는 것도 같다. 그렇게 모여 또 다른 숲을 만들거나 그런 척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숲으로 보는 것도 같다. 예전에 보았던 손가락 같은 붉은색 고구마 밭이 기억난다. 밭고랑 사이 간혹 조그마한 나무들이 있었는데 그 마저도 브로컬리처럼 보인다. 아니면 브로컬리처럼 보려고 해서 그럴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마음의 작용에 의해 변하기 마련이다.

김건일_6Lines of Sight_한지에 혼합재료_70×300cm_2010

기억, 시각 모든 것이 변하고 그 변화도 마음에 의한 것이기에 내가 아는 세상이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다. ■ 김건일

김건일_Hurting Tongue_한지에 혼합재료_100×200cm_2010

Actions of the mind infiltrating memories ● It is not intact. Experiences, events, and thoughts of others are settled in my behavior, language and memory as if they were a part of me. Errors become more obscure and everything gets mixed up as time passes. One often looks back on his or her identity while dwelling and looking back on memories, like a cow ruminating. Even this seems like smoke in a fog, unable to grasp. ● What is real. 6 months ago, rain fell in the dreary desert and puddles formed. A lake appeared, fish began to live and finally an ecosystem is created. After 6 months, the water begins to dry up, fish disappears, and the place changes to another desert. That desert, that lake has vanished to someplace else and another scenery is unfolded. Remote roadsides which had weeds growing a year ago, now shows different kinds of weeds. Memory recognizes those weeds, but it's not actually the same. The pond where unknown fish grew 2 years ago is now filled with all kinds of weeds. Memory wishes that place to still be a pond, but that pond does not exist there anymore. The feeling that was once considered as love several years ago, now seems like sympathy. It may have not been love. It feels embarrassing and confusing when another image or situation enters into a memory that one had confidence in. However, everything changes. ● An honest lie, a false truth. Vegetables like broccoli are obviously part of nature, but the appearance is like a large tree. It looks as if they are acting like a tree. It's the same as seeing them as a tree. They seem to gather to make another forest, or act like creating one. Or, it may be just the person seeing them as a forest. The finger-like, red sweet potato plot that I saw before comes to my mind. There were small trees in between furrows occasionally, even they looked like broccoli. Maybe they were trying to look like broccoli. Everything is bound to change from actions of the mind. ● Memory, visions, everything changes and those changes occur from the mind. I'm not sure about the world I know, whether it is reality or just a dream. ■ Kim, Geonil

Vol.20100802g | 김건일展 / KIMGEONIL / 金建一 / painting